말 도둑놀이
퍼 페터슨 지음, 손화수 옮김 / 가쎄(GASSE)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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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라는 용어를 경제학수업때 배운 적이 있다.
말하자면, 미국에서 한 마리의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머나먼 대륙에 폭풍우가 몰아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비효과'처럼 장난으로 시작한 십대소년들의 말도둑놀이가 장난의 수준을 넘어선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리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십대시절에는 이해할 수 없던 것을 어렴풋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 '서양아이들은 스케일이 크네!!' 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말도둑놀이>.
우리는 기껏해야 '수박서리' 정도인데 말이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바로 제목 때문이었다.
<말도둑놀이>, 과연 말이라는 비싼 동물을 도둑'범죄'가 아닌 도둑'놀이'라니!
이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 도둑'놀이'를 해낼 수 있을지 심히 궁금해졌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작품의 내용이 유쾌한 도둑'놀이'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책의 도입부부터 이상스레 음산하고 푹 꺼진듯한 느낌이 든다.
주인공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형식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이야기의 중심이 될 거라 예상했던 말도둑놀이는 급작스럽게 시작하고 급작스레 끝나버린다.
그리고 말도둑놀이가 끝난 시점부터 주된 사건이 펼쳐진다.

여타의 소설처럼 중심선을 이루는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지는 않는다.
작가는 사건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만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끌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읽는 내내 이 작품에 많은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솔직히 술술 잘 읽히는 작품이 아니었다.
<말도둑놀이>는 그다지 친절한 소설이 아니다.
읽는 이가 집중하면서 작가의 이야기 줄을 잘 잡고 있어야만 하는 그런 소설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확실히 '어떤' 여운이 남은 것만은 확실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안타깝고도 슬픈이야기를 너무나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작가의 화법은 독자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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