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징표
브래드 멜처 지음, 박산호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구약성서 "카인과 아벨" 은 비기독교인마저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꼬맹이 때부터 열성적인 크리스천 부모님 덕분에 나는 여러 성경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많은 이야기 중 어린 나에게 가장 충격적이고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은 이야기가 바로 "카인과 아벨"이다.
처음 들었을때나 몇번을 다시 들었을때도 나는 매번 '어떻게 형이 아우를 죽일 수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되뇌었던 것 같다.
이런 되뇌임이 단지 나만의 것이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때문에 지금까지도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보다는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아홉 살, 캘빈 하퍼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투던 중에 자신의 '엄마'가 죽는 걸 목격한다.
그리고 부인을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자신의 '아빠'는 감옥에 들어가고 만다.
캘빈 하퍼는 일련의 모든 사건(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의 수감)이 자기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하면서 스스로에게 생채기를 내며 19년을 살아간다.
이런 저런 일을 하다 19년이 지난 현재는 노숙자를 도와주는 일을 하다가 우연히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출감하고도 자신을 찾지 않은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총을 맞고 쓰러져 있다니 칼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그가 생각하던 아버지와의 만남은 이런 것이 아니었기때문이다.
아버지와의 우연한 만남 덕분에 칼은 해결이 나지 않을 것 같은, 귀찮다 못해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카인의 징표"의 등장인물은 꽤 많다. (이 점은 나에게 작품 초반 혼란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역시 초점은 칼과 아버지에 맞추어져 있다.
칼은 출소하고도 자신을 찾지 않은 아버지를 미워한다.
그러나 미워한만큼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사랑한다.
이런 이중적인 마음 때문에 그는 내내 아버지 앞에서 솔직한 모습을 내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본의 아니게 휘말린 사건을 통해서 결국 아버지와 칼은 용서하고 화해하게 된다.

이 책은 무려 571페이지로 상당히 두껍다.
단지 두께로 따지자면 2권으로 출간되어도 이상하지 않았을텐데 단 한권으로 묶여 있다.
독자의 주머니사정까지 배려하는, 마음에 쏙 드는 책이다.
하지만 책을 처음 받았을때는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작품을 완독하는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얼마가 걸릴 지가 가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작품의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첫 페이지부터 80쪽까지 읽다가 등장인물과 내용이 혼란스러워 처음부터 다시 읽는 일도 발생했다.
하지만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책 읽는 속도는 오히려 점점 빨라졌다.
내용의 짜임새가 퍼즐조각처럼 깔끔하다는 점, 마치 헐리우드 영화 또는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화려한 문체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는 점은 작품을 술술 읽히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위의 두 가지 매력은 "카인의 징표"로 처음 접한 '브래드 멜처'라는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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