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의 도시
데이비드 베니오프 지음, 김이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2차 세계대전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건도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도둑들의 도시>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레닌그라드안에 갇혀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연을 쫓는 아이>의 호세이니의 추천 글에 호기심이 발동해서였다.
한장 한장 읽어가면서 내 감정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분노하면서 화도 내고 웃기도 하고  감동받아서 울기도 했다.
 정말이지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이라는 말이 100% 딱 들어맞는 것 같다.

누군가가 말했다. 전쟁은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행위가 공식적으로 허가받은 것이라고........
인간의 약하고 추하며 악한 본성을 여과없이 끄집어내는 것이 전쟁이다.
마치 누가 누가 제일 추악해질 수 있나를 알아보는 대회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전쟁터일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가 사방이 막혀서 갇혀버린 레닌그라드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종종 소름이 끼칠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평화롭고 안락한 우리 집이라는 사실에 금세 안도할 수 있었다.

<도둑들의 도시>는 "레프"와 "콜야"의 만남과 그 둘만의 계란 열 두 개를 위한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여정이 당연하다는 듯이 진행된다.
나는 "레프"도, "콜야"도 아닌 보이지 않는 제 3자가 되어 함께 그들의 여정에  동참했다.
나는 간간히 "레프"와 "콜야"와 함께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겪어야만 했던 수 많은 잔혹함들 사이에서는 차마 그들과 함께 할 수 없었다.
그저 나 자신이 제 3자이기에 그것들을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수 많은 처절함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끝까지  <도둑들의 도시>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레프"와 "콜야"의 따뜻하고 끈끈한 우정때문이었다.
어찌보면 그러한 최악의 상황이었기에 그들의 우정이 더욱 돋보인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것보다는 최상의 상황에 묻히더라도 은근한 아름다운 것이 훨씬 멋질 거라는 나의 생각을 다시 한 번 더욱 확고하게 새기며 <도둑들의 도시>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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