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전기
스타니스와프 지비시 지음, 잔 프랑코 스비데르코스키 엮음, 이현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가톨릭교도가 아니다. 세계평화나 종교에도 무관심한 사람이다. 

이런 내가 요한 바오로 2세를 제대로 알게 된 계기는 교황의 서거 후 정신없이 앞다투어 다루는 교황의 다큐멘터리였다. 

2005년 4월 2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십시오, 아멘’이라는 마지막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남기고 서거하셨다. 역대 교황 중 가장 친근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그의 체취가 그대로 묻어나는 따뜻한 메시지이었다. 

한 이슬람 성직자는 “이슬람교도와 기독교인 모두 교황을 잃었다”며 애석해했다. 종교 지도자뿐만 아니라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신자들도 큰 별을 잃은 것을 애도하였다. 

이 책은 40여년 동안 교황의 비서직을 맡아 수행한 스타니스와프 지비시 추기경과 바티칸을 전문적으로 취재한 잔 프랑코 스비데르코스키가 공동집필을 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전기집이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는 1부 폴란드 시절과 2부 교황직 시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교황이 되기 전 폴란드에서의 생활을, 2부는 교황으로 즉위 된 후의 일을 소개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전의 보수적인 교황들과는 달리, 종교를 뛰어넘어 세계의 분쟁과 갈등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분쟁의 중재자로 나서는 행동하는 교황이었다. 그가 평화와 인류 화합을 위하여 돌아다닌 거리는 무려 지구를 서른바퀴나 돌고, 지구에서 달까지 세차례 방문한 거리와 맞먹는다. 그리고 순방한 나라만도 130여 국에 이른다고 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분명 특정종교의 울타리를 넘어선, 전 인류의 정신적·실질적 지도자였다.  

즉위 이듬해 모국인 폴란드를 전격 방문해 폴란드인들의 자유의지를 각성시킨 것은 이후 동구권·구 소련의 공산주의 정권의 붕괴를 가져왔다. 또한 소련 대통령 고르바초프를 직접 만나 냉전이 종식될 수 있도록 기여했다.  

교황이 냉전시대 종식에 기여한 공헌을 부인할 이는 없을 것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도 두 차례 방문해 따뜻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내부적으로는 종교재판, 십자군 전쟁, 유대교 박해 등 지난날 가톨릭의 실수를 인정하며 용서를 구했다는 대목에서는 세계인은 물론이고 나에게도 깊은 감동을 남겨 주었다.  

1981년 5월 13일, 메흐메트 알리 아그카의 총탄에 맞아 며칠 간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난 후 교황은 용서를 구하지도 않는 그 청년을 직접 만나 용서를 해 주는, 내면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유럽의 정치사와 종교사가 조금은 복잡하게 섞인 전기이다. 그래서 유럽의 역사를 잘 모르는 나에겐 이 책이 조금 어려웠다. 그리고 교황을 여러 이름으로 지칭하고 익숙하지 않는 가톨릭교회 용어가 등장해서 책 초반에는 많이 당황스러웠다. 간략한 각주가 있었으면 도움이 되었을텐데 그 부분이 조금은 아쉬웠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사람들이 다니기 불편한 길을 잘 닦아서 사람들이 다니기 편한 길로 만들어 놓은 사람이었다.   

화해와 평화가 부르는 곳이라면 교황은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나섰다. 또 가톨릭 교회의 해묵은 과오를 솔직히 참회하고 용서를 빌었다.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요한 바오로 2세는 전 세계인의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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