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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채송화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여자가 있다.
그 여자는 키만 껑충 크고 가슴도 납작하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언니와 동생때문에 평범한 외모도 더이상 평범한 것이 아닌, 그 이하 수준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한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큰 키, 넓은 어깨, 한의사라는 여자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직업도 부족한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돌아볼 정도로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이다. 게다가 재벌가의 아들이다.
너무 많이 부족해서 채워넣을 것이 많아 보이는 여자와 무엇하나 더할것이 없이 완벽해 보이는 남자가 만났다.
그들의 만남을 남자(윤상엽)는 ‘운명’이라 하고 여자(채송화)는 ‘선택’이라고 한다.
채송화와 윤상엽은 복잡한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
경찰서장인 아버지, 새엄마 박여사, 유전자가 전혀 다른 언니 박양지, 아버지의 유전자만 같은 배다른 여동생인 채장미가 채송화의 가족이다.
큰 전자사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 윤회장, 알콜에 중독된 어머니, 어릴때 죽은 동생 지혜가 윤상엽의 가족이다.
채송화의 가족은 생물학적 관계만이 복잡할 뿐 보통의 가정만큼 끈끈한 무엇이 있다. 물론 국민요정인 배우이자 배다른 여동생인 채장미의 무개념만 빼면 말이다. 그리고 송화는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동료를 아끼고 타인에게 배려가 지나친 사랑스런 아가씨이다.
하지만 겉으로 아무것도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 상엽은 마음에 큰 상처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진정 자신의 아버지이길 바라는, 자신의 어머니가 진정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길 바라는 사람이다.
어머니때문에 첫사랑과의 사랑이 무참히 깨진 후 여자에 별 관심이 없었고 다시는 사랑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상엽은 송화를 만나고 정말로 진짜로 웃을 수 있게 된다.
오랜만에 읽는 사랑에 관한 작품이었다.
언제 이런 주제의 글을 읽었는지 가물가물한 걸 보면 정말 오랫만에 접하는 사랑이야기였다.
송화와 상엽의 사랑은 정말 경쾌하고 예쁘고 아기자기했다. 그래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게 되었다.
그들의 주변인물인 진욱과 태섭, 양지와 장미의 에피소드도 감초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사랑의 훼방꾼으로 등장하는 채장미라는 캐릭터는 나에게 짜증스러운 인물로 다가왔다.
혈액의 반이라도 같아서 가족이라는 송화와는 딴판으로 혈액의 반밖에 같지 않으니 남남이라고 소리치는 채장미는 남들에게 아니 가족에게마저 주목을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여자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아무도 장미를 무시하는 사람(남자)은 없었다.
그런 공주마마를 처음으로 무시한 사람이 송화의 애인 상엽이다. 아무리 배다른 자매라지만 언니의 남자를 빼앗으려는 채장미는 내겐 정말 밥맛이었다.
하지만 그녀도 그녀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표면적인 사랑이 아닌 정말 깊은 사랑을 받는 송화를 질투해서 언니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 뺏고 싶어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후에 출생신고도 못하고 이름도 없는 조카를 위한 그녀의 계획은 깜찍하다 못해 아주 사랑스러웠다.
미워할 수 없는 장미는 상엽의 친구 태섭과 연결되는 듯 싶다. 그리고 송화를 좋아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송화와 가까웠던 진욱은 송화의 언니 양지와 사귀게 된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자신의 게으름때문에 장미와 태섭, 진욱과 양지의 에피소드는 과감하게 빼버렸다고 한다.
솔직히 책을 덮으면서 그네들의 에피소드가 조금은 부족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였다. 이 두 커플의 이야기도 매우 궁금하다.
“아~ 이렇게 송화와 상엽은 행복하게 결혼하는 구나”라고 생각할 찰나, 50여페이지정도 남은 상태에서 송화와 상엽은 청천벽력과 같은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무방비상태에서 아무생각없이 결말을 기다리고 있던 나는 다시 한번 책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마지막까지도 독자들의 집중을 이끌어 내는 소설의 구성과 등장인물의 관계는 아주 잘 짜여져 있다.
책 내용뿐만 아니라 책 자체가 문고판이여서 한 손에 쏙 잡혀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에도 아주 편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왠지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상황이 되더라도 채송화처럼 꿋꿋하게 버티자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울하고 생활에 조금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고 싶은 사람들에게『나와 함께 채송화』를 추천하고 싶다.
송화가 상엽에게 했던 말이 있다.
사람일은 진심이 통하지 않으면 아무리 애를 쓰고 무리를 해도 소용없는 짓 이라는 말에
100% 공감해서인지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계속 기억나는 글귀이다.

<책 속 이미지는 출판사에 저작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