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힐에서 온 편지 - 발도르프 아줌마의 삶과 교육 이야기
김은영 지음 / 지와사랑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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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자신이 왕인데 그것도 모르고 있다면 그는 왕이 아닌 것이다.(마이스터 에크하르트)



한국에서의 안정된 철밥통 직업인 교사를 당당하게 때려치운 약간은 현실감각이 부족하게 보일 수도 있는 아줌마의 소위 좌충우돌 진정한 특수교사가 되기 위한 몇년간의 이야기가 바로 <캠프힐에서 온 편지>이다.

책은 나를 찾아서,  캠프힐에서 온 편지,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으로 크게 3부로 나뉘어져 이야기하고 있다.

1부 나를 찾아서는 마흔살의 대한민국 아줌마가 어떤 과정으로 독일유학길에 오르게 되었는지, 유학중 여러모로 힘든 점과 즐거웠던 여행, 가족과의 관계등을 서술한다.

2부 캠프힐에서 온 편지는 졸업을 마치고 장애인공동체인 '캠프힐' 안으로 뛰어들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사는 생활을 몸소 체험하며 느낀 점들을 진솔하게 펼쳤다.

3부 인지학과 발도르프교육은 저자가 공부한 학문을 쉽게 소개하면서 자신의 실습했던 아이들과의 경험담이 담겨져 있다.

 

내가 제일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바로 2부 책 제목과 똑같은 <캠프힐에서 온 편지>였다.

캠프힐은 장애인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생활 공동체이다.

나도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 저자만큼이나 캠프힐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으며, 장애인들은 그 속에서 행복한 지, 함께 사는 비장애인들은 어떤 생활을 하는지 매우 궁금했었다.

우선 간략히 설명하자면 하우스파더와 하우스머더(장기적으로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비장애인)와 코워커들(단기자원봉사자들), 그리고 빌리저라고 칭하는 다양한 장애를 안고 있는 장애인들이 모여있는 공간을 한 가정, 즉 하우스라고 한다. 이런 하우스가 여러개 모여서 캠프힐이라는 마을이 되는 것이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내 나름대로 캠프힐에 대해서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내 상상은 그저 상상일뿐 사실과 들어맞는게 거의 없었다.

먼저 규모면에서 캠프힐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매우 컸다.

공동체에서 상주하는 인원이 무려 180명에서 200명이나 되었다. 그리고 20명정도의 늘 오가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하우스를 관리하는 하우스파더와 하우스머더(일명 하우스페어런츠)가 꼭 엄마아빠처럼 두명씩 있는 것이 아니고 하우스의 특성에 따라 부부가 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남자, 여자 혼자서 역할을 해 낼수 있게 짜여있었다. 이점은 매우 융통성있는 현명한 관리체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우스페어런츠와 코워커는 각 하우스에 배치되어 가정일과 캠프힐 운영을 돕는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빌리저인 장애인들은 규칙적인 생활계획아래에 적당한 노동을 하고 여가시간에는 취미생활을 즐기며 캠프힐 밖의 사회로 외출도 하면서 각자의 생활을 한다.

지금도 생각나는 부분이 저자의 빌리저 데비가 아침일찍 아침준비를 완벽하게 마쳐놓고 자기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는 대목과 키가 작은 자신을 위해서 빌리저 아취가 자전거를 마련해주고 서로 함께 기뻐했던 장면이다.

캠프힐에 사는 사람은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모두 행복하다. 비장애인의 일방적인 희생도 없다. 월요일 저녁 춤을 추는 빌리저들은 매우 기뻐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위축되어 있지도 않다. 춤을 출때의 기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항상 우리 스스로 잊고 산다는 사실이 절실히 느껴져서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우리사회는 장애인에게 그리 너그러운 사회가 아니다. 장애인에게 냉혹하며 그들의 존재를 없는 것처럼 치부해버리고 싶어한다.

그러면서도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마냥 그들을 "장애우"라고 부른다.
하지만 정작 장애인 본인들은 "장애우"보다는 당당하게 있는 그대로 자신들을 "장애인"이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글을 읽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만큼 우리사회는 장애를 특별하게 선을 긋고 차별하고 있으며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회피하려는 것이 사실이다.

간혹 외국에서 만든 다큐를 보고 외국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들이 얼마나 비장애인들과 잘 어울려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놀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캠프힐같은 곳이 없다. 장애복지시설이 동네에 들어온다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아이들교육에 좋지 않다며 결사 반대를 외친다.

많은 비장애인들의 시선이 장애인을 짐으로 생각하지 않고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같은 인간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캠프힐 공동체 생활은 잔잔한 수채화와도 같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살아가는 지상낙원이 우리나라에도 하루빨리 생기길 바란다. 



<책 속 이미지는 출판사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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