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 - 르네상스부터 20세기까지, 99가지 클래식 이야기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나지윤 옮김 / 탐나는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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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추리소설로 배운 나. 클래식 음악의 맛을 알겠는데 왜 듣냐고 물어보면 단순한 대답으로 일괄하는 게 언제부터인가 식상했다. 언제까지 추리소설에서 그 맛을 알아버렸다고 할 것인가. 제대로 알고 싶었다. 클래식 음악, 나에게 널 좀 보여줄래?

 

 

르네상스 시대부터 지극히 최근의 음악까지 담고 있는 「처음 읽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은 시간상 흐름과 일치하며 인물, 사건, 개념, 전문 용어의 99개 주제별 이야기로 이어진다. 대부분 독립적인 이야기이지만 역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단편 연작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보기 편했다. 무엇보다 100으로 끝맺지 않은 이유가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다'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는 저자의 진심이 느껴진다. 맞아~ 세상에 완전한 게 어딨어.

 

이 책은 각각의 음악사를 총 6장에 걸쳐 다룬다. 제1장 고대-르네상스, 제2장 바로크, 제3장 고전파, 제4장 전기 낭만파, 제5장 후기 낭만파, 제6장 20세기까지 나눠져 있지만 굳이 정주행할 필요는 없다. 흥미로운 주제를 펼쳐 읽어도 맥락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가장 오래된 클래식 음악, 악보의 기원, 오페라의 기원, 지휘자의 탄생, 문학 작품의 음악화, 대중음악, 영화음악, 뮤지컬의 등장 등 알짜배기 지식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그리고 99개 중에 절반 남짓의 51개가 음악가 이야기라서 음악가 사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린다고 했다. 이 책을 마스터하면 클래식 음악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클래식 음악을 좀 아는 교양인의 아우라를 휘감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책을 넘기면서 해당 음악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듣게 될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브람스는 클라라가 숨을 거둔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는데 정말 다른 감정이 없었던 건가.

 



 



모차르트 시대까지만 해도 작곡가가 자기 곡을 지휘했으며 이미 세상을 떠난 작곡가의 곡은 누구도 연주하지 않았고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베토벤 이후부터 이런 분위기가 달라졌다. 베토벤이 죽은 이후에도 그가 남긴 명곡들이 연주되기 시작하는데, 당사자가 세상에 없으니 다른 누군가가 지휘를 해야 했다. 이로써 지휘자 역할이 중요해졌다. 참고로 바그너는 자타가 공인하는 베토벤의 곡 지휘자였다. 그 덕분에 그때까지 실패작으로 인식되던 제9번이 명곡으로 재탄생했다._<지휘자의 탄생>



뮤지컬이 오페라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일까. 바로 춤이다. 오페라에도 춤추는 장면은 있지만 스토리상 필요한 경우에 불과하다. 이를테면 무도회 장면처럼 말이다. 하지만 뮤지컬은 춤으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극 중에서는 춤출 필요가 없는데, 인물들은 춤을 추고 대화를 나누면서 그렇게 드라마가 진행된다. 발성법도 다르다. 뮤지컬의 발성은 기본적으로 팝송과 동일하다. 그래서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어도 큰 위화감이 없다. 하지만 오페라를 영화로 만들면 특유의 과한 발성이 사실적 영상과 동떨어져 이질감이 발생한다. 오페라 영화가 좀처럼 흥행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페라의 발성이 영화라는 형식에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_<뮤지컬> 




출판사 지원도서로 개인적인 소견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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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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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6년 조선, 열세 명의 소녀가 사라졌다!


제주의 숲속에 숨겨진 슬픈 진실


이제는 알아야 할 우리의 이야기




한국 이름이지만 대부분은 캐나다에서 삶을 지낸 저자의 한국 역사 소설. 영어로 출간되어 역번역된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가 담긴 이야기. 독특한 이력에 끌려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운이 좋게도 선공개된 가제본이 내게로 왔다. 




5년 전, 숲속에서 자살한 여인의 시체가 발견되었고 그 자리에는 환이와 매월이 함께 있었다. 환이는 충격으로 기억을 잃었고 매월은 하얀 가면의 사내를 목격했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5년 후, 여인이 신비 복장을 하고 배에 몸을 실었다.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제주 노원으로 가는 길이다. 그녀의 아비 민 종사관은 조선에서 제일가는 수사관으로 사라진 열세 명의 소녀 사건을 수사 중에 실종되었다. 민 종사관에게는 여식이 둘이 있는데 아비와 똑같은 재능을 가진 첫째 딸 민환이와 신의 부름을 받은 민매월이다. 가족들이 제주도를 떠날 때 매월은 남아 노경 심방을 도우며 지내게 된다. 



5년 만에 재회한 자매 사이는 그닥 애틋하지 않았다. 매월에게 환이는 아버지에게 늘 먼저인 자식이었기에 열등감을 품고 지냈으며, 제주도를 떠날 때 자신만 떼놓고 모두 갔다며 가족을 미워하는 마음을 갖고 있더랬다. 그러니 언니가 달갑지 않아 퉁퉁거리기만 한다. 



그러던 중 신당에 동네 사람들이 찾아온다. 열세 번째 소녀 시신을 찾았으니 어서 가서 그녀의 말을 들어야 한다며 무녀를 모시러 온 것이다. 그 길에 환이도 동행하고 소녀의 시신과 주변을 보며 추리중에 시신을 검시하는 유선비를 보게 된다. 허술하면서도 예리한 이 남자 뭔가 있을 거 같았는데 ㅋ 



사라진 소녀들의 사건에는 아버지의 실종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직감한 환이. 과연 이 사건을 해결하고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매월이와도 화해할 수 있을까.





공녀는 돌아올 기회가 있어도 돌아오지 못한다네. 대부분 조선에 당도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지. 67



믿음. 아버지의 일지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믿음은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였다. 믿음이라 절실한 마음이고, 어떻게 해서든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욕구였다. 이 나라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게 도와주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내게 증거 없는 믿음은 미신이었고, 미신은 약한 사람이나 매달리는 것이었다. 104




기억해야 했다. 아버지의 실종의 진상이 정말로 내 기억 속 어딘가에 있다면 어쩌지. 내가 기억을 찾지 못하면 아버지도 찾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 되면 내 탓이었다. 105




나는 너희 둘 다 사랑했단다.

처음부터 그랬어.

너희가 태어나기 전부터.

부디 서로를 아껴다오. 273




그 순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았다. 나는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다. (중략) 나는 아버지의 일지를 읽으면서 자랐고 이곳 제주에서 내 재능을 알아차렸다. 내게는 뒤엉킨 매듭을 푸는 재주가 있었다. 매듭을 하나하나 풀 때마다 이 세상과, 이세상이 멋대로 내려주는 속앓이의 의미를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았다. 414


작가는 고려 시대 학자였던 이곡이 원나라 황제에게 공녀 제도를 없애 달라 청한 편지를 우연히 보게 되어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 이 상소문이 쓰여질 당시 1232년부터 약 80년동안 끌려간 공녀의 수는 2천여 명이고 그 외 비공식인 경로를 더하면 훨씬 더 많은 소녀들이 인간 공물로 소모되었다고 하니.. 위안부만큼이나 아픈 역사이지 않은가. 애달프고 기막힌 역사는 작가를 흔들어 이 소설에 방점을 찍게 했다. 




이 소설은 시작하면 단숨에 읽어버릴 만큼 가독성과 몰입감이 대단했다. 책을 빨리 읽는 편이 아닌데도 이 책은 꿀떡꿀떡 잘 넘어가서 희한하네 하며 읽었더랬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다른 언어를 사용한 저자였음에도 한국의 한(恨)을 제대로 녹여냈으며 여성 탐정이라는 희귀한 캐릭터를 조선 역사에 입혀 소설을 더욱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었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었지만 이 작품이 세 번째이며 앞서 두 작품 다 배경이 조선시대라고 하는데 나머지도 어서 번역되어 읽어보고 싶다. 시작은 다소 어두웠지만 마무리는 훈훈해서 기분 좋게 덮은 책이다. 역사, 추리 덕후들에게 추천. 





*출판사 창비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 소견을 작성했습니다. 




#사라진소녀들의숲 #허주은 #창비 #미디어창비

#소설 #가제본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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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루가 따숩길 바라 - 마음에 약 발라주는 '힐링곰 꽁달이'의 폭신한 위로
고은지 지음 / 북라이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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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인스타에 위로 대장 힐링곰 꽁달이가 짠하고 나타나더니 1년 만에 12만 팔로워를 달성한다. 힐링곰 꽁달이에게서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는 팬들의 출간 요청 쇄도에 힘입어 최고의 심리상담툰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상담사로 일하는 저자는 인스타그램에 '심리치료자가 그리는 힐링곰 꽁달이' 에  관계, 감정, 인생, 사랑, 자존감을 주제로 힐링툰을 연재하고 있다. 놀랍게도 인스타툰 작가 외에 이모티콘 작가로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창작하고 있다고 한다. 심리치료사, 인플루언서, 작가, 이모티콘 크리에이터, 콘텐츠 크리에이터..  고은지 저자의 부캐가 몇 개인 거지? 굉장하다. #이키다뭐하고있냐 #분발하자





 

 

마음에 약 발라주는 
'힐링곰 꽁달이'의 폭신한 위로 

 

 

귀여운 캐릭터들이 주고받는 대화에 마음의 촛불이 하나 둘 켜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넌지시 전해주는 저자의 따뜻한 글들에 뭉쳐있던 어깨가 편안히 내려간다. 그리곤 어느새 흐르는 눈물.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단속하며 검열하고, 지난날을 복기하는, 조금은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나 자신을 쉬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약함, 예민함이 단점이라고 여기며 어떡하든 고쳐보겠다고 애썼던 날들을 그만두려 한다. 

 

 

이유 없이 미움을 당할 수도 있음에도 자꾸 나에게서 원인을 찾으려고 했다. 나의 어떤 점이 잘못된 것일까. 전전긍긍하며 내적 에너지를 소진시키곤 했다. 세상은 생각보다 나에게 무관심하며 정말로 이유가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조금은 용기를 내어본다. 상대방을 지나치게 배려하다 나를 잃어가느니 적당한 이기심으로 나다움을 지키겠다고. 세상에서 나를 좋아하는 1% 사람에게만 잘하겠다고. 

 

 

 

세상이 말하는 나약함이 너의 힘이고
세상이 말하는 예민함이 너의 섬세함이고,
세상이 말하는 유리멘탈은 너의 따스함이지.
공감의 너의 에너지이고
위로는 너의 원동력이지.
잊지 마.
너는 이렇게도 강한 사람이라는걸. 

 




 

 

적당한 이기심의 다른 말은 '나다움'이 아닐까?
지금껏 배려해 왔다면 이젠 충분해. 
이제 네가 이해받을 차례야. 
이기적일 용기를 낼 차례야.
세상에 너보다 중요한 존재는 없어. 
이기적일 용기를 잃지 마. 
네가 너다워질 때까지. 


 



귀여운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해소와 불안증이 35% 감소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 책의 그려진 캐릭터들의 귀여움에 이미 빗장 해제된 마음은 글들에 몽글몽글해지고 긍정적인 생각들로 채워지게 된다. 꽁달이는 말한다. 세상에 네 편에 선 존재들도 많으니 너에게 무용한 생각은 그만하자고. 

 

 

불안한가. 모든 게 섭섭한가. 나만 지치는 것 같지.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은가.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이 궁금해? 그렇다면 지금 꽁달이의 미니 카운슬링과 다정한 응원을 받을 때이다. 자아 조정 타임 스타트~ 

 

 

※북라이프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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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책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앤솔러지
기 드 모파상 외 지음, 최정수 외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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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을 지금까지 40권을 세상에 내놓았다고 한다. 올해로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출간 10주년을 맞이하게 되어 조금 특별한 책으로, 사랑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모은 엔솔러지가 출간되었다. '사랑의 책'과 '죽음의 책' 이렇게 두 권이었지만 내게는 사랑의 책이 먼저 닿았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이 아우라는 진정 LOVE인가!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랑도 똑같이 되풀이되지는 않는다.
F. 스콧 프츠제럴드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사랑'. 세상에는 무수한 사랑이 있다. 한마디로 규정할수도, 전부 경험할 수 없는 사랑. 타인의 시선으로 사랑을 새롭게 조망하는 데 있어 책만큼 효과적인 것이 있을까? 무엇보다 언어를 예민하게 다루는 문학을 통해 그 사랑속으로 입장해본다.



로맨스 파티라고 생각하고 진입했는데 크나큰 착각이었다. 이 책은 연인, 부부, 부자 등의 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또한 고전문학에서 현대문학, 영미권 작가부터 아시아권 작가들 , SF와 미스터리, 유머, 판타지 등 풀 스펙트럼으로 펼쳐지는 오케스트라와 흡사해 놀라움을 자아내게 된다. 현대문학에서 엄선한 앤솔러지라 믿음을 갖고 읽었지만 이렇게 다채롭다니!



🎷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랑을 사랑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그리고 그날 밤 언니의 진정한 애인은 달빛이었던 것 같아. _달빛 (기 드 모파상)



🎷 옥타비아가 그토록 잘 알던 지난날의 테디는 어디로 간 걸까? 그런 면은 예전과 똑같았고 또 그녀를 기쁘게 하는 면이었지만, 지금 그에게서는 그런 면밖에 볼 수 없었다. 그의 감성은, 지난날의 충동적인 사랑 고백과 변덕스럽고 무모한 열정, 가슴 아픈 우울함, 바보 같은 다정함과 오만한 위엄은 모두 어디 갔는가?_목장의 보피브 부인 (오 헨리)



🎷 이제 봄이로구나, 세시는 생각했다. 오늘 밤에는 세상의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안에 깃들여야지. 이제 그녀는 어둠이 가득 고인 길가에 앉은 귀여운 귀뚜라미 속에 있었다. 이제는 철문에 맺힌 이슬방울 속에 있었다. 재빠르고 모든 것에 적응할 수 있는 그녀의 마음은, 이제 열일곱 살이 된 첫날 밤을 맞아 일리노이의 바람을 타고 보이지 않게 떠돌고 있었다. “사랑에 빠지고 싶어.” 그녀가 말했다. _4월의 마녀 (레이 브래드버리)




이름만 봐도 엄청난 거장들의 또 다른 사랑이야기, 그동안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단편 소설 발전에 숨은 공인들의 필체에 마음이 사로잡힐 준비가 된 그대! 컴 온~~




*출판사 이벤트에 선정되어 제공받았습니다.


#사랑의책 #기드모파상 #대프니듀모리에
#오헨리 #프렌시스스콧제럴드 #현대문학
#로맨스앤솔로지 #로맨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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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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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창립 35주년을 맞이해 어마무시한 앤솔로지가 제작되었다.한국 대표 소설가 23인이 소설에게 쓴 러브레터 같은 에세이다. 어떻게 섭외했을까. 이 대단한 라인업을 보라!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든 것이 담긴 에센셜 북!!이 내 손안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김이설 _ 소설이란 결국 골방에서 혼자 쓰는 일. 세상에서나 혼자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견뎌가며 언어를 쌓아 올리는 일인데, 누군가 나처럼 오늘도 변함없이 외롭고 고독한 소설 쓰기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가, 내가 하는 소설 쓰기가 영 소용없는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중략) 여전히 쓰고 있다는 든든함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백민석 _ 새로운 예술형식이 한 가지 나타날 때마다 기존의 예술 형식은 한 단게 과거의 것이 된다. (중략) 그 새로운 것에 대한 있을 수 있는 반발심이 때로는 뒤틀리고 비틀려서 무시와 차별과 업신여기는 태도로 나타나기도 한다. (중략) 소설이면 다 똑같은 소설이다. 자신과 다르다고 무시하고 파별할 이유는 없다.

#손보미 _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그런 작가가 존재한다고, 쓰는 행위 자체를 동력으로 삼아서 쓰고 쓰고 또 쓰는 작가가 있다고 (중략) 창작 행위 자체를 나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그렇게 항변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임현 _ 역설적으로 무얼 쓸지 결정하는 일은 쓰기의 준비 단계가 아니라 무언가를 쓰는 과정 중에야 결정된다. 요컨대 뭐라도 덕지덕지 엉망진창 마구잡이로 써봐야지만 그게 진짜 쓸 만한지 아닌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쓰지 않고서는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정소현 _ 소설은 내게 감각과 감정의 스펙트럼이 다양해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게 불가능함을, 그러니 그렇게 절망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그럼에도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을 경험한 누군가가 있으면 작가 또한 이해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조경란 _ 소설을 쓰는 일은 맞거나 틀리거나 하지 않는다. 옳거나 그르거나, 이기거나 지거나 하지 않는다. 뭔가 의미 있는 형태를 만들어 옆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조용한 작업. 나는 이런 일에 나 자신을 종사시키고 싶었다.

#천희란_소설의 형식을 장악하면 할수록 내 삶과 사유가 경직되었다고 느끼는 정체감은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 문법을 보다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을 훨씬 초과한다.

#최진영 _소설은 처음의 상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상상에 없던 것이 등장한다는 뜻이다. 인물과 사건에 깊이 빠져들수록 나도 모르던 나의 진심이 드러난다. 평소에는 생각해본 적도 없던 문장이 나타나고 그 문장을 꼭 지키고 싶어서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뜯어고쳐보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며 끝맺은 소설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꽤 다르다.

육아와 살림의 구멍만 있으면 기를 쓰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그녀, 매일 여섯 시간을 지키는, 소설이 잘 안 써질 때면 신앙심이 점점 깊어진다는 작가, 암살자처럼 글 쓰는 그, 소설이 잘 써지는 자리에 기필코 앉아야 하는 작가 등 다채로운 그들의 단상을 볼 수 있었다.

책의 제목은 오한기 작가의 글 제목을 인용했다. 그들에게 소설을 쓰는데 마진은 유형이 아닌 고귀한 무형, 꿈이었다는 것을, 소설을 쓰며 꿈을 꿀 수 있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동행하여 무척 행복했다. 23인 작가들의 정신 유형 탐구할 수 있는 귀한 에세이. 리뷰에 모든 자가님들을 열거할 수 없어 안타깝다.

이야기의 시작에 작가님의 소개와 함께 있는 감성적인 사진이 눈에 띈다. 확인해 보니 본 이야기의 주인이 손수 찍어 둔 사진이라고. 소설가들에게 영감을 줬던 사물, 풍경, 장소 등을 먼저 볼 수 있어 글의 분위기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웬만한 소설보다 읽어내는 시간이 제법 들었다. 일부러 천천히 읽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그들의 세상에 머물고 싶었다.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구절구절 곱씹어 읽게 될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생각을 작성했습니다.

#소설엔마진이얼마나남을까

#김사과 #오한기 #김세희 #박솔뫼 #작가정신

#소설가에세이 #소설가 #작가의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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