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도어 프라이즈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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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놀러갈 때마다 들리는 용두산공원. 그곳을 포함해 남포동은 어릴 적 나의 바운더리였었다. 귀신의 집 앞에는 늘 손금을 봐주는 기계가 있었는데. 다른 곳은 다 변했지만 그 기계는 여전히 존재하더라.

 

반가운 마음에 갈때마다 1000원짜리를 집어넣는다. 구멍에 내 손을 맞춰 넣고 스캔한다. 얼마 후 감정서라는 한 장의 종이가 출력된다. 올해 토정비결, 초년부터 말년 운(건강, 재물, 연애, 사업 등등)이 다 기록되어 있었다. 신기하게 과거 일부는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대부분 좋은 말만 쓰여있어서 이번 여행도 성공적이었다고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선 냉장고에 붙여놓는다. 이대로 살아지길 바라며.



 

<빅 도어 프라이즈>는 M. O. 월시의 장편 소설로 운명을 알려주는 2달러짜리 기계, 디엔에이믹스 DNAMIX에 얽힌 작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디어필드의 한 식료품점에 어느 날DNA를 판독해 모든 일이 다 잘 되었다면 이루어졌을 ‘가능한 신분’을 알려준다는 기계가 등장한다. 누가 설치했는지 알 수 없는 이 기계(디엔에이믹스)는 머지않아 장안에 화제가 되고 사람들은 몇 시간을 줄을 서가며 자신의 원래 신분을 확인한다. 디엔에이믹스는 판도라의 상자를 오픈한 것만큼이나 그들의 삶을 파격적으로 뒤흔드는데.

 


역사 교사인 더글라스 하버드는 아내의 차 안에서 아내의 디엔에이믹스의 결과지를 발견한다. 가능한 신분 - 왕족(royalty)이라고 적힌 종이를 보며 더글라스는 전날 밤에 달라진 세릴린의 원인을 이것임을 직감한다. 반면 세릴린은 자신의 평범한 삶에 회의를 느끼며 일상에 변화를 꾀하려고 한다.


 

더글러스의 학교 제자인 제이컵은 쌍둥이 형 토비가 음주사고로 죽은 뒤로 형의 죽음에 대해 네가 모르는 것이 있다며 자신에게 접근하는 형의 여자 친구 트리나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그녀는 200주년 기념제에 벌일 복수극에 동참할 것을 종용한다.


 

마을의 하나뿐인 신부이자 트리나의 삼촌인 피트 신부는 매일 고해성사하는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에게 남모를 슬픔이 있었다. 더글러스와 신부 피트도 디엔에이믹스를 보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선다.


 

운 좋게 얻은 큰 선물이라는 뜻의 제목 ‘빅 도어 프라이즈 Big Door Prize’는 ‘새로운 인생의 가능성’으로 한 걸음씩 발을 내딛는 사람들의 인간 군상들을 볼 수 있었다. 현재의 일상이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은 가끔 해봤지만 이렇게 소설로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가웠고. 그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 사람들에 따라 나도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용두산 공원에 그 손금 기계를 본 것처럼 희망의 불씨를 밝히며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추후 밝혀진 ‘디엔에이믹스의 출처’는 다소 엉뚱하지만 귀엽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남주와 여주는 이 부부라고 생각했는데 완독하고 표지를 보니 결과지에 왕족이라고. ㅋㅋ 역시 세릴린의 것이었고만. 미쿡 시트콤을 보는 듯 재미나게 읽다가 끝에 전해주는 메시지에 감동하고. 요고 완전 물건임!!! 올 초 애플TV+ 드라마 2023년 상반기 방영될 예정이라고. 드라마에는 입안의 침을 채취하는 대신 두 바닥을 활용해 감정하는구만~~ 꼭 챙겨봐야겠다.

 

 



 

 

<책 속 문장>

-“이 동네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셨죠? 틀렸습니다. 당신이라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친구. 정말 근사했어요.”



 

-기계가 우리의 운명을 알려주다니. 우리의 인생이 이미 정해진 거라니, 한꺼번에 정해진 거라니. 말도 안 되지 않나? 실망스럽지 않나? 차마 상상하기도 싫지 않나? 난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해. 그렇게 말할 것이다. 고작 종이 쪼가리 하나 때문에, 우리가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는 없어. 그따위 종이에 적힌 말이 알 게 뭐야!

 


-더글러스가 아내에게 알리고 싶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당신뿐이라는 것. 의사가 뭐라고 말하건, 아내가 그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무엇이건,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두 사람이 함께하는 미래뿐이라고. 간절히 이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기 전에 의사를 위해 옆으로 물러서주어야 했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빅도어프라이즈 #미스터리휴먼판타지 #소설 #신간소설
#MO월시 #작가정신 
#드라마확정 #애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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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 - 지구환경의 미래를 묻는 우리를 위한 화학 수업 내 멋대로 읽고 십대 7
원정현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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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의 더위, 100년 만의 홍수, 100년 만의 폭설...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이런 기후 변화는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한 화학물질의 원인이라는 것을 이제는 모두 다 알고 있다.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에서는 지구 환경의 미래를 답을 해주는 화학 수업이 이루어진다. 지구환경 문제를 파악하려면 무엇보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한데, 이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보통 화학물질이라고 하면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거나 자연 화학물질에 인위적인 변화를 가한 물질을 의미한다. 플라스틱, 합성계면활성제, 폼알데하이드, DDT 같은 물질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우리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준다. 이산화탄소와 방사성 물질과 같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이라도 인간에 의해 배출량이나 속도가 달라지면 환경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특히 이산화탄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주범이기도 하다.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의 1부와 2부에서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가장 큰 원인인 이산화탄소와 산업폐기물이자 생활쓰레기인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일상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지구의 대기, 토양, 바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우리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화학물질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샴푸는 하루 중 가장 먼저 만나는 화학물질로 합성계면활성제가 문제다.. 계면활성제가 무조건 나쁜 게 아니라 석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를 원료로 하는 합성계면활성제가 나쁜 아이였다는 것. 이 나쁜 아이는 화장품에도 존재한다.

 



이 책의 3부에서는 물질 순환의 관점에서 지구의 환경 문제를 살펴보았으며, 4부에서는 과학자, 정부, 기업 그리고 민간단체가 지구 시스템의 순환고리 회복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다루고 있었다.

 



요즘 스마트 영수증을 제공해 주는 기업이 제법 보인다. 2015년부터 올리브영에서 종이영수증 대신 스마트 영수증을 도입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당시 올리브영은 포장지도 재활용이 가능한 크라프트지로 교체하는 등 친환경 캠페인에 참여하여 UN 선정 국제 친환경 인증 우수 등급 AA를 획득했다. ESG 경영철학을 가진 기업들에게 칭찬을 박수를 보낸다.



 

우리가 잘 아는 당근마켓은 지원 재상용과 연결의 가치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켜 중고 거래 시장을 새롭게 해석했고 그 결과 한 해 재사용된 자원의 가치가 2,77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정말루 아무 생각 없이 버리지 말자. 깨끗이 사용해서 나누자. 그리고 중고 사용에 찝찝해 하지 말자. 어차피 평생 못 쓴다.
 


 

땅에 묻으면 500년 이상 지나야 분해가 된다는 플라스틱 문제로 생분해 플라스틱을 개발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유통된 생분해 플라스틱의 70% 이상이 소각되어 버려진다고 한다. 생분해 플라스틱 전용 매립장이 없어서라는 게 말이 되는지. 아! 진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이런 것들이다. 개인적으로 생활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하 소비자로서 정부와 기업에 목소리를 내어야 하겠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배달앱 사용자가 늘어나 집안에는 일회용 식기류와 비닐이 넘쳐난다. 또한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마스크도 새로운 쓰레기 문제로 부상했다. 어쩔 수 없는 건 없다. 우리의 선택이 생태계 물질 순환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움직이면 된다.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 에서 지구 환경이 문제가 된 경위부터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과학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읽어보았다. 원소기호만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했던 나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책이었다. 화학의 눈으로 지구 생태계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와 개념을 짚어주고, 일상 속 오염물질의 이동 경로를 알기 쉬운 언어로 설명해 주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좋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화학의눈으로보면녹색지구가펼쳐진다 #원정현 #지상의책 #화학 #과학 #환경오염 #제로웨이스트 #지구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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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삶을 위로할 때 -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철학자의 말들
라메르트 캄파위스 지음, 강민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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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렁이였던 시절. 나는 철학과 역술이 친구인 줄 알았다. 철학관은 사주 또는 점을 보는 곳이라는 걸 알고부터 깊은 오해를 했던 것. 어쩌 그리 단순했는지. 그치만 단순해서 행복했다. 경험치가 쌓여감에 따라 불안감은 더해갔으며 불평불만도 많아지게 되었다. 정말 사는 게 쉽지가 않다. 살아지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으니 그 나름의 지혜란 걸 찾기 위해 철학을 들여다본다.

 

『철학이 삶을 위로할 때』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핫한 철학자(러셀 크로우 닮았음!!) 라메르트 캄파위스가 펴낸 철학 저서 중 가장 큰 인기를 얻은 베스트셀러이다. 일, 사람, 죽음, 예술처럼 우리를 둘러싼 것들을 비롯해 불안, 분노, 불만, 자아 등 18가지 주제에 대해 흥미롭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 옛날부터 철학 하는 것은 스스로를 보살피는 방법이었다.

 


제1장 단단한 나를 만들어주는 철학
제2장 타인과의 관계를 위한 철학
제3장 세상과 화해하기 위한 철학


 

1장은 불안, 분노, 자아, 불만 등 우리 안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다룬다. 스토아학파에게서는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엠피리쿠스에게 불안을 해소하는 법을 배우며 나를 컨트롤할 수 있는 팁을 얻을 수 있다.

 

스토아학파의 명상법 중에 '프레메디타치오 말로룸'은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 명상이다. 이 연습으로 운명의 최악으로 뻗쳐갈 때 대처하는 힘을 기를 수 있으며 명상에서 눈을 떴을 때 현실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철학자는 이 명상을 운명의 공격을 미리 고찰하여 영혼을 지킬 보호막을 만드는 비법이라고 했다. 한번 시도해 볼 만하겠다.

 



 2장은 타인과 나의 관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아본다. 철학 하는 것의 또 다른 장점은 우리가 타인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자신이 확신하는 것을 의심함으로써 타인의 견해를 열린 마음으로 마주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구간이었다.

 

회의주의의 근본 사상이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단 한 가지는 우리가 아무것도 확실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판단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어서 그 판단을 확신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것. 상황은 상황으로 받아들이되 생각과 판단은 더하지 말자는 것이다. 나를 위해서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도움이 되는 진리인 것 같다.

 

 


3장은 세상과 우리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일, 사람, 예술 등에 대해 철학자들이 어떻게 이야기해왔는지를 읽을 수 있다. 특히, 사람은 예술 작품을 통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에 깊이 공감했다.

 

 예술은 우리가 기억하도록 돕고, 우리를 위로하고, 희망을 주고, 균형을 회복하도록 하며 스스로를 이해하도록 하고, 성장하도록 돕고,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을 새삼스레 감상하도록 이끈다.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생각은 계속 부정의 부정으로 치닫고 끝내 나를, 세상을 원망했던 힘겨운 시간들 보냈더랬다. 생각을 멈추기란 쉽지 않다. 이 책으로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터득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반대로 뒤집어 최대한 그에 대한 근거를 찾는 것. 그러다 보면 처음의 생각과 반대의 생각 중 어떤 게 강력한지 모르게 될 때 이 과정을 멈춘다. 그 순간 첫 판단 때문에 불안했던 마음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철학 하는 것은 자기 자신과 고착화된 사고 구조 사이에 건전한 거리를 둘 기회이며, 우리가 더 유연하게 사고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위대한 철학자의 말을 빌려 자신의 판단과 확신에서 거리 두는 연습을 하도록 도와주는 게 철학이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사고력을 높여줄 수 있으며,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풍성할게 만들고, 삶을 더 안락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우리가 철학을 가까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언제든 사유할 수 있게 침대 머리 맡에 두고 싶은 책이다.

 



"철학을 마음에 들이는 순간, 인생은 한결 다정해진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철학이삶을위로할 때 #라메르트캄파위스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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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작업 -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돌봄과 작업 1
정서경 외 지음 / 돌고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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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돌봄을 한 번도 겪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사전상 '건강 여부를 막론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고, 건강의 회복을 돕는 행위'인 대상자는 아이가 될 수 있고 부모 또는 형제자매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상은 '나'다. 완화의료에 대한 에세이 <죽음이 물었다>에서 읽은 문장이 그 이유이겠다.


"환자들이 온전한 인간으로서 포괄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나의 모든 일들은 우선 나 자신과 내 삶을 보살피는 데 헌신한 뒤에야 의미를 지닐 수 있다. "


이유 막론하고 우리는 자신의 돌봄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그놈의 호르몬!!! 아이만 봐도 젖줄이 흐르는 강력한 모성애 앞에선 기꺼이 내 몸을 갈아낸다. 어미가 된 적은 없다. 딸 아들을 모두 가진 동생 덕분에 보조 양육자로서 부캐를 가진 적이 있었더랬다. 양육에만 몰입하던 동생에게 요가 자격증을 따라고 부추긴 이모였기에 기쁘게 동생의 빈틈을 채워나갔던 시절, 나는 육아라는 것을 경험했다. 웬걸.. 하루 종일 보는 것도 아닌데 그 집을 나서는 순간, 자유의 소중함을 격하게 깨달았다는!

 


<돌봄과 작업>의 가장 일상적인 형태인 양육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필자들은 양육에 조건과 상황도 달랐다. 어미라면 늘 고민하는 양육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다. 시나리오 작가 정서경, 소설가 서유미, 아티스트 전유진, 번역가 홍한별, 입양 지원 실천가 이설아, 과학기술학 연구자 임소연과 장하원, 미술사 연구자 박재연, 인터뷰어 엄지혜, 편집자 김희진 등 참여했다.

 


먼저 이 책의 표지 작업을 하신 서수연 작가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일러스트를 보았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 컴컴한 거실에서 비밀처럼 그린 그림들.. 아이들에게 손이 덜 가는 날이 얼른 와서 밝은 곳에서 작업하는 날이 오길 응원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에 실린 사수연 작가의 그림들은 현재 #북티크에서 전시 중이라고 한다.

 


서수연 작가의 그림에 이어 편집자 노트를 읽었다. 그리고 아래 구간에서 울컥.
"당신이 태어나 자라면서 가정과 사회에서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충분히 수용 받았다면, 당신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권리감 있는 인간들이 되었을 거라고. 그렇게 해서 열심 끝에 마주하는 결말이 번아웃이 아니라 창조적인 삶이 되었을 거라고."

 


우리의 어머니들은 왜 '당연히'를 의심하지 않고 벗어나질 못했을까. 우리는 왜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가. 여자는 일과 살림을 당연히 해야 하며, 양육에 대해 전문가가 돼야 한다 등등 여자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당위성에 한 번은 갸우뚱할 만도 한데 말이지. 사회가 주는 무게감이 컸던 탓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경제활동을 함께 한다면 살림과 육아 또한 공동 분담을 해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는가. 왜 자꾸 도와준다고 그래? 열받게.

 


여기까지 읽고 북티크에서 진행한 <돌봄과 작업> 북토크에 참여했다. 돌고래 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인 김희진님이 진행을 맡았고 이번에 동석한 작가는 임소연, 장하원, 전유진, 박재연 님이다. 세 번째 북토크라고 하는데 나는 아무래도 럭키걸인듯. 너무 좋았다. 진짜!! 정말!!! 아이가 없는 나도 이렇게 좋은데 어뭉들은 얼마나 좋았을까. 웃고 울고 돌봄과 양육에 대한 지적인 대화를 나누고 집에 돌아와 그냥 잘 수 없어 작가님들이 낭독해 주신 구간을 필사했다.




 

우리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둘 다 동시에 잘 할 수는 없다. "완벽한 부모야말로 최고의 재앙"라는 말에 안도를 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출근 시간 아이의 울음소리가 일하는 중에도 귓가에 맴도는 엄마들은 이제 그만 죄책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부모로서 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경계를 짓는 것부터 시작하자.
세상 모든 어머님~ 나를 돌보는 데 떳떳해지길.

 

*출판사 지원도서로 개인적인 감상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돌봄과작업 #돌고래 #정서경 #김희진 #서유미 #홍한별 #임소연
#장하원 #전유진 #박재연 #엄지혜 #이설아 #서수연 #서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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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스무 살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7
최지연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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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친구 있으세요?"

"남자 친구는 없는데 남편은 있어요."

명함을 쥔 손을 거둬들인 남자는 20대 후반, 많아야 30대 초반.

그 명함은 은호가 아닌 은호 엄마에게 향하고 있었다. 민증 상 나이차가 열여덟 살. 은호 엄마는 은호를 언제 품은 거지?? 엄마 아빠가 어떻게 만나 자신을 가졌는지는 언급되지는 않는다. 다만, 결혼 후에도 그 망할 사랑의 도피를 상습적으로 하는 아빠. 남자의 눈물을 무기로 사용하는 아빠. 은호 엄마는 자신의 힘으로 남매를 키워야 했다. 이 가족은 차라리 아빠가 없는 동안이 평화로울 지경이다. 부부의 끝없는 다툼. 거기에 노출된 남매(은호와 현호).

"동네 사람들은 엄마의 사고 소식을 듣고 무슨 여자가 그렇게 억척인지 모른다고 수군거렸다. 그렇게 드세니 남편이 도망간 거라고 했다. 나는 인과 관계가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도망가서 드세진 게 아닐지. "

"그런데 아빠에겐 가정에 대한 환상만 있고, 가장에 대한 환상은 없었던 거 같아요. 화목한 가정을 꾸리지 못한 책임을 자신에게서는 찾지 않았죠."

"엄마가 없으면 네가 엄마인 거 알지?"

아빠와 다툰 후 가출한 엄마를 목격은 은호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 다시 돌아온 엄마는 장녀인 은호에게 살림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엄마가 나를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에도 영향을 준다. 격정적인 연애가 미온해질 즘 은호는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는 식, 그러다 자신을 붙잡으면 그 행위에 자신의 존재를 효용성을 인정받는 것 같아서 안정감을 찾는다. 엄마가 은호에게 했던 패턴이 은호가 살아가는 방식에도 반영되곤 했다.

"과거에 피어난 그늘이 현재까지 이어져 눈앞에서 캄캄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줄줄 새는 마음의 구멍을 준우로 막아 보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머리로는 준우에게 기댈 게 아니라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감정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 자신이 통제되지 않았다.

➰엄마는 자신의 일상에 아무것도 스며들지 못하도록 질기고 얇은 막을 씌워 놓은 것 같았다.

"저는 저를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사람은 누구나 특별해요.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열등감과 공허함을 보상하기 위해 일어나는 특별하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힘들게 할 뿐이죠."

일찍 엄마가 된 드센 여자와 그 엄마의 딸인 k 장녀의 이야기다. 나의 스무 살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큰 딸이라고 나만의 방이라는 특혜를 누렸지만 그 방은 온전히 나만의 방은 아니었다. 엄마의 눈물, 엄마의 슬픔을 공유했던 공간이었다. 엄마는 모두가 잠든 밤, 울고 싶을 때 내 방을 찾았다. 끓인 라면과 소주 한 병으로 차려진 작은 상과 함께. 나는 속으로는 화는 냈고, 겉으론 자는 척했다. 약한 모습을 내게만 보이는 엄마가 난 한심했다...... 또 눈물이 나는구만.ㅜㅜ 그때 엄마를 좀 다독여줄걸.. 엄마에게 힘이 되어줄걸... 난 너무 철없고 어렸다.

대학생 은호의 자치 생활이 어그러진 건 아빠와 이혼하고 찾아온 엄마의 동거 생활이 시작된 기점부터다. 남동생 현호는 말한다. 누나가 서울 가고서 엄마가 이상해졌다고. 남편 없이는 살아도 딸 없이는 못 살겠다고 그랬단다. 엄마의 무게. 엄마의 중력이 은호에게 버티기 힘든 무엇이었다.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했다. 엄마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생겨야 자신의 숨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교내 무료 심리 상담실에서 상담을 받으며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며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은호. 앞으로의 은호는 달라질 것이다.

➰윤지 선배에게 다녀온 다음부터 나는 아침마다 내게 인사를 했다. 좋은 꿈 꿔. 밤의 꿈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낮의 꿈은 내가 결정할 수 있으니까.

여드름이 청춘의 다이아몬드라고?! 개 소리다. 무엇이 정답이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황하는 청춘은 너~~무 힘들다. 물론 중년도, 장년도 힘들다. 그 힘듦을 이해하고 서로 보듬어주는 과정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며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이유이다. 사랑하는 마음 아끼지 말자. 아끼다 똥 된다. 출렁이는 인생에 맘껏 흔들리고, 힘껏 사랑해 보련다.

※ 출판사 지원도서로 개인적인 감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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