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작업 -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돌봄과 작업 1
정서경 외 지음 / 돌고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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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돌봄을 한 번도 겪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사전상 '건강 여부를 막론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고, 건강의 회복을 돕는 행위'인 대상자는 아이가 될 수 있고 부모 또는 형제자매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상은 '나'다. 완화의료에 대한 에세이 <죽음이 물었다>에서 읽은 문장이 그 이유이겠다.


"환자들이 온전한 인간으로서 포괄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나의 모든 일들은 우선 나 자신과 내 삶을 보살피는 데 헌신한 뒤에야 의미를 지닐 수 있다. "


이유 막론하고 우리는 자신의 돌봄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그놈의 호르몬!!! 아이만 봐도 젖줄이 흐르는 강력한 모성애 앞에선 기꺼이 내 몸을 갈아낸다. 어미가 된 적은 없다. 딸 아들을 모두 가진 동생 덕분에 보조 양육자로서 부캐를 가진 적이 있었더랬다. 양육에만 몰입하던 동생에게 요가 자격증을 따라고 부추긴 이모였기에 기쁘게 동생의 빈틈을 채워나갔던 시절, 나는 육아라는 것을 경험했다. 웬걸.. 하루 종일 보는 것도 아닌데 그 집을 나서는 순간, 자유의 소중함을 격하게 깨달았다는!

 


<돌봄과 작업>의 가장 일상적인 형태인 양육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필자들은 양육에 조건과 상황도 달랐다. 어미라면 늘 고민하는 양육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다. 시나리오 작가 정서경, 소설가 서유미, 아티스트 전유진, 번역가 홍한별, 입양 지원 실천가 이설아, 과학기술학 연구자 임소연과 장하원, 미술사 연구자 박재연, 인터뷰어 엄지혜, 편집자 김희진 등 참여했다.

 


먼저 이 책의 표지 작업을 하신 서수연 작가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일러스트를 보았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 컴컴한 거실에서 비밀처럼 그린 그림들.. 아이들에게 손이 덜 가는 날이 얼른 와서 밝은 곳에서 작업하는 날이 오길 응원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에 실린 사수연 작가의 그림들은 현재 #북티크에서 전시 중이라고 한다.

 


서수연 작가의 그림에 이어 편집자 노트를 읽었다. 그리고 아래 구간에서 울컥.
"당신이 태어나 자라면서 가정과 사회에서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충분히 수용 받았다면, 당신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권리감 있는 인간들이 되었을 거라고. 그렇게 해서 열심 끝에 마주하는 결말이 번아웃이 아니라 창조적인 삶이 되었을 거라고."

 


우리의 어머니들은 왜 '당연히'를 의심하지 않고 벗어나질 못했을까. 우리는 왜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가. 여자는 일과 살림을 당연히 해야 하며, 양육에 대해 전문가가 돼야 한다 등등 여자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당위성에 한 번은 갸우뚱할 만도 한데 말이지. 사회가 주는 무게감이 컸던 탓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경제활동을 함께 한다면 살림과 육아 또한 공동 분담을 해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는가. 왜 자꾸 도와준다고 그래? 열받게.

 


여기까지 읽고 북티크에서 진행한 <돌봄과 작업> 북토크에 참여했다. 돌고래 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인 김희진님이 진행을 맡았고 이번에 동석한 작가는 임소연, 장하원, 전유진, 박재연 님이다. 세 번째 북토크라고 하는데 나는 아무래도 럭키걸인듯. 너무 좋았다. 진짜!! 정말!!! 아이가 없는 나도 이렇게 좋은데 어뭉들은 얼마나 좋았을까. 웃고 울고 돌봄과 양육에 대한 지적인 대화를 나누고 집에 돌아와 그냥 잘 수 없어 작가님들이 낭독해 주신 구간을 필사했다.




 

우리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둘 다 동시에 잘 할 수는 없다. "완벽한 부모야말로 최고의 재앙"라는 말에 안도를 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출근 시간 아이의 울음소리가 일하는 중에도 귓가에 맴도는 엄마들은 이제 그만 죄책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부모로서 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경계를 짓는 것부터 시작하자.
세상 모든 어머님~ 나를 돌보는 데 떳떳해지길.

 

*출판사 지원도서로 개인적인 감상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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