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는 격주로 4달 동안 책 모임을 이어간다. 책을 핑계 삼아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서로 엮어보려는 시도다. 물론 매회 읽을 책들은 무작위로 정한 것은 아니다. 믿거나 말거나, 8권을 읽고 나면 이런 통찰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포석 아래 정했다.

김찬호의 <모멸감>은 최근 몇 년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감정 사회학’의 흐름을 잘 담아내는 국내 저자의 책이다. 그동안 감정의 문제는 사회생활에서 광범위하게 무시되거나, 처세의 스킬로 간주되었다. 최근에서야 심리학이 나서서 자기감정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일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 책은 사회학자가 썼다. 감정의 수긍을 넘어, 그것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통되고, 크고 작은 사안의 배후에서 작동하는지를 사회학자의 눈으로 살핀다. 어떤 목회자들은 자신이 성도들의 감정 배설을 다 받아주어야 한다고, 그것이 목회라고 여겨왔다. 그러면서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목회자는 감정의 일차적 상담자이자 위로자이더라도 그 너머의 사회적 배후를 꿰뚫고 대처해야 한다. 목회자는 단지 감정노동자로 부르심 받은 것은 아니다. 나는 목회자들이 감정의 문제, 특히 자존감의 문제에서 좀 더 단단해지고 현명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상중의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은 작은 논쟁도 어느새 선악 이분법으로 갈려서 싸우기 쉬운 한국사회에서 ‘악’의 문제를 밀도 있게 고찰하는, 얇지만 두터운 책이다. 강상중이 전하는 인문사회적 교양 속에서 이 시대 목회자들이 평균적으로 갖추었으면 좋겠다 싶은 통찰과 ‘꿰뚫는 안목’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가짜뉴스에 희롱당할 것이 아니라, 진짜 ‘시대의 악’ 혹은 ‘악의 시대’를 건너는 작업이 목회자/사역자/신학생의 과업이 되면 좋겠다.


지난해 여러 권의 책이 나왔지만,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이견 없는 ‘올해의 책’이었다. 이 책이 보여주는 한국사회의 속병 든 모습, 그리고 이를 개선해보고자 심신을 돌보지 않고 노력했던 저자의 애씀이 감동으로 전해졌다. 우리 시대와 한국 사회의 외양이 아닌 내면을 들여다보려면 이 책은 ‘필독서’다. 목회자는 모호한 언어로 추상적 가치를 강변하는 이가 아니고, 구체적 근거로 명료한 방향성을 갖고 흐름을 거스르는 존재여야 한다. 나는 이 책이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타종교 중에 불교만큼 가까이 있으면서도 무지한 종교가 있을까? 김사업의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불교수업>은 비교종교학적 접근이 아니고, 일반교양의 차원에서 불교의 가르침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책이다. 개신교에서도 이런 식으로 일반교양서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개신교는 한국사회의 교양인과 어떻게 말문을 틀 것인지도 고민하고, 불교의 가르침에 관한 이해력을 높일 기회다.

세속성자

양희송 대표가 올해 집필하기로 예정한 3권의 책 중 아마도 첫 책이 될 <세속성자>를 함께 읽는다. 목회자 북클럽 참가자들이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여겨주기를 기대한다. ‘가나안 성도’ 논의가 ‘교회 밖 성도’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그 ‘교회 밖 성도’의 신앙적 함의는 무엇일까를 새겨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지난 5년간 세속성자 수요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세속 vs 거룩’의 이항대립이 아니라, ‘세속의 성스러움’을 붙잡아야 한다는 것과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담을 예정이다. 목회자의 설교와 가르침이 이런 문제의식을 더 많이 담아내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에 인간의 자리를 돌아보는 기획들이 두드러지게 등장하고 있다. 기술시대에 인간의 자리는 과연 있을까? 종교의 자리는 어떻게 변화할까? 이런 질문을 종교학적으로 답하기보다는 라이프 트렌드에서 가늠해 보고자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을 읽는다. 불편함, 물질성, 몸, 복고 등의 트렌드가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입는지 살펴보면서 교회, 목회, 사역이란 주제어가 포개어질 지점이 어디쯤일지 모색해 볼 것이다. 목회자/사역자/신학생들은 현재와 미래에 자신들이 행하는 목회/사역이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아날로그’는 지속할 것인가? 목회/사역은 대표적 ‘아날로그’이기에 던지는 질문이다.


‘재야의 괴물 철학자’ 김용규의 <생각의 시대>는 그가 가장 아끼는 저술로 알고 있다. 철학을 학자들의 생경한 말과 이론의 틈바구니를 헤매는 작업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을 부단히 모색하는 작업으로 깔끔하게 정돈했다. 목회자/사역자/신학생은 자신들이 구사하는 개념, 은유, 문장, 수사 등의 ‘생각의 도구’를 강력하게 장악할 수 있어야 한다. 언어가 무기인 사람들에게 그 무기의 해부도를 제공하고 숙련도를 현격히 높이는 독서가 될 것이다.


‘신앙의 공공성’에 관해서는 신학책보다 짐 월리스의 <하나님 편에 서라>를 같이 읽는 것이 더 남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의 실천과 언어는 한국 상황에서 공명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 이를 제대로 포착해내는 언어, 그리고 이를 뒤따르는 행동주의는 우리가 배우고 익힐 과제다.

총 여덟 권의 책을 4개월에 걸쳐 독파한다. 책 읽는 것이 무슨 대단한 대안이나 실천이 되지 못할 수는 있으나,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언제나 낫다. 우리는 책도 성실하게 읽을 테지만, 토론도 뜨겁게 할 것이다. 교회도, 신학교도, 사역 현장도 평안하지 않은 아득한 시절에 ‘별일 없이’ 일상을 영위할 사람들은 없다.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무언가를 하며, 세상과 교회에 기여하시라. 우리는 가장 소박한 시도로 공부방을 열었다. 여기서라도 꿈틀해보자.


함께 읽을 책

  • 1강(03/12) <모멸감> 김찬호, 문학과지성사(2014)
  • 2강(03/26)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강상중, 사계절(2017)
  • 3강(04/09)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동아시아(2017)
  • 4강(04/23)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불교수업> 김사업, 불광출판사(2017)
  • 5강(05/14) <세속성자>, 양희송, 북인더갭(근간)
  • 6강(05/28)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 어크로스(2017)
  • 7강(06/11) <생각의 시대> 김용규, 살림 (2014)
  • 8강(06/25) <하나님 편에 서라>, 짐 월리스, IVP (2014)

※ 책을 읽는 순서는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 책은 각자 구매하여 읽어 오시면 됩니다.

행사 정보

  • 일시 : 2018년 3월-6월 (매월 2, 4주 월요일, 총8회) 오후 3시-6시
  • 장소 : 신촌 청어람 세미나실
  • 진행 : 양희송 (청어람ARMC 대표)

신청 및 자세한 안내: http://ichungeoram.com/1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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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사고력 강의
김재인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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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김찬호 지음, 유주환 작곡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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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편에 서라- 공동선은 어떻게 형성되며, 우리 사회를 어떻게 치유하는가
짐 월리스 지음, 박세혁 옮김 / IVP / 2014년 1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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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사라진 세상- 인간과 종교의 한계와 가능성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
로널드 드워킨 지음, 김성훈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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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으로서가 아니라 교양으로서 신학을 공부하고자 할 때 어떤 책들이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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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 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
존 R. 스토트 지음, 정옥배 옮김 / IVP / 2011년 3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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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세례, 성경, 성찬례, 기도
로완 윌리엄스 지음, 김기철 옮김 / 복있는사람 / 2015년 6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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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된다는 것- 그리스도인 삶의 본질
로완 윌리엄스 지음, 김기철 옮김 / 복있는사람 / 2017년 11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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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신학 강의- 다종교 상황에서 그리스도교인이 가야 할 길
정재현 지음 / 비아 / 2017년 10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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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보를 찾아서 - 신약성경이 숨긴
옥성호 지음 / 테리토스(Teritos)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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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성호 신작 <야고보를 찾아서>를 반나절만에 다 읽었다. 다작에 다변으로 뽑아내는 에너지는 놀랍다. 질문은 늘 직선이다. 모든 사안이 그리 단도직입하지만은 않을텐데, 그의 글에는 여백이 거의 없다. 그걸 시원하게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겠지만, 내게는 늘 좀 넘친다는 인상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 한국교회 내에서 이렇게 내지를 수 있는 드문 목소리의 소유자이니 자기 몫 하는 것을 말릴 생각은 없다.)

이번 책은 제목 그대로 예수의 동생 야고보의 정체를 규명하는 궤적을 따라가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바울과 그의 영향권 아래 있는 복음서 저자들이 어떻게 초대교회 내에서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던 예루살렘파, 즉 야고보를 축으로 하는 주류 흐름을 완벽히 묻어버리고 이후의 기독교를 제패하게 되었는가를 그려낸다. 일반인들이 성경본문에서 어렵지 않게 꺼냄직한 상호불일치와 차이를 대조해가며 가설을 세우고 이를 주장한다. (물론 여기 등장하는 가설은 그간 신약학계에서 이미 제기된 내용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이를 꼼꼼히 찾아가 규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인용은 '한국 위키피디아'에 머문다.) 이런 류의 논의를 처음 접한 이들은 쇼크 충격을 적잖이 받으실 듯...

큰 흐름은 '바울의 기독교'는 '예수의 기독교'(혹은 '예수운동')와 많이, 어쩌면 전혀 다른 것이었다는 논지다. (이건 신약학계에서는 전혀 낯선 내용이 아니고, 학자들이 갈라서서 찬반을 다투는 매우 큰 주제다.) 작가는 술술 써내려 갔는데, 정작 독자인 나는 읽어가며 한 문장 한 문장의 과감한 주장이 뒷받침 되기 위해서 필요했을 학술적 근거들이 자꾸 떠올랐다. 이 작업이 어떻게 귀결될지 아직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해체적 해석이 다량 제공되었는데, 다음 번에는 재구성을 시도할 것인지... 아마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바울과 예수 사이를 벌려놓고 예수를 구하려는 시도가 바울을 혁신적 사상가로 읽으며 예수와 연결짓는 시도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나는 하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한 예수를 발견했다고, 바울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믿어낼 것인지는 어차피 확보가 안되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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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왜 아픈가- 사랑의 사회학
에바 일루즈 지음, 김희상 옮김 / 돌베개 / 2013년 6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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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적 마음- 김응교 인문여행에세이, 2018 세종도서 교앙부분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7년 1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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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의 시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개인주의의 쇠퇴
미셸 마페졸리 지음, 박정호.신지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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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인공지능이 열어갈 인류와 생명의 미래
맥스 테그마크 지음, 백우진 옮김 / 동아시아 / 2017년 12월
26,000원 → 23,400원(10%할인) / 마일리지 1,3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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