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길 위에서 길을 묻다 - 열흘간의 다크 투어리즘
장수한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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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은 앞으로 일 년 동안 마르고 닳도록 쓰게 될 캐치프레이즈다. 그러나 정작 이 계기를 통해 어떤 참신한 질문을 꺼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침신대에서 교회사를 가르치고 있는 장수한 교수는 그동안 사회사 혹은 문화사적 풍미가 강한 역사서를 몇 권 선보여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열흘간의 다크 투어리즘’이란 부제를 달고 유럽의 종교개혁지 탐방기를 출간하며 기발하게 중세와 현대의 만남을 주선했다. 종교개혁이 중세라는 어두움을 뚫어내고자 했던 분투라는 사실과 동시에 그 개혁자들에게도 그늘이 있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다루어 역사학자로서 소명감과 문제의식이 엿보이는 책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루터의 주요 궤적을 좇아 보름스, 아이제나흐, 뮐하우젠, 비텐베르크에 이르는 독일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코스, 체코 프라하에서 뉘른베르크, 아우구스부르크, 취리히, 바젤로 이어지는 남부 코스, 제네바, 스트라스부르, 에슬링겐, 뮌스터, 스톡홀름으로 이어지는 박해와 학살의 현장 코스를 각 열흘 일정으로 볼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안내하는 역할도 자처한다. 각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 이야기는 충실하게 정리되었고, 문학적 묘사로 생동감이 완연하게 전달된다. 종교개혁을 기리며 유럽여행을 예정하고 있거나 시간 축이 아니라 공간 축을 따라 실재감을 느끼며 종교개혁의 전모를 파악하고 싶었던 독자에게는 이보다 나은 선택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림과 사진 자료가 꽤 많이 사용된 편인데 흑백으로만 처리된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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