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없는 믿음의 정치 - 정치와 종교에 실망한 이들을 위한 삶의 철학
사이먼 크리츨리 지음, 문순표 옮김 / 이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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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세속성의 기반 위에서 수행하고, 종교는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몰아넣어 두는 것으로 정치와 종교의 문제가 풀린다면 얼마나 쉽겠는가? 상황은 반대로 전개된다. 근본주의적 종교의 신정정치가 되살아나는가 싶은데, 그 반대편에는 전통적으로 정치의 세속성을 옹호했던 그룹들 안에서 기독교의 정치적 함의를 급진적으로 재발견하자는 움직임이 자주 목격된다. 바울과 예수에서 새로운 정치성의 자원을 찾고 있다. 그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기독교가 포스트모던 시대의 정치적 적자로 부활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원제는 '믿음 없는 자들의 믿음(The Faith of the Faithless)'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근대는 탈신성화(de-sacralization)가 아니라 재신성화 (re-sacralization)로 보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고, 그 맥락에서 이전의 정치철학의 논의들을 재정렬해보자는 것이다. 근대 정치사상사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저자의 통찰력 있는 정리를 따라 '원죄'나 '마르시온주의', '폭력/비폭력' 등의 신학적 모티브들이 철학자들에 의해 어떻게 사고를 촉발하고, 세상을 달리 보게 만드는지 흥미로운 지적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주요한 학자들은 칼 슈미트, 마틴 하이데거, 슬라보예 지젝, 발터 벤야민, 임마누엘 레비나스 등을 망라한다. 저자는 뉴욕의 진보적 대학인 뉴스쿨에서 가르치며, 현재 이런 논의에 주도적 기여를 하는 중진학자이다. 인문사회과학 논의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급진화되고, 파격적 통찰의 근원이 되는지 볼 수 있는 '지식 어드벤쳐 코스'에 겁내지 말고 한발 들여놔 보고 싶은 이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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