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고생 - 책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일 일하는 사람 11
김선영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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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담백한 도서관의 일과 고충들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아서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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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 - 책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일 일하는 사람 11
김선영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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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사서’라는 직업은

굉장히 동경하는 직업군에 속해보이는 일이었다.

책을 좋아하면 정말 딱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책과 둘러쌓여

책을 만지는 일을 업으로 삼는 건 축복이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허나 약간의 오해를 풀 수 있었던

현직 사서 공무원의 담백한 일화를 통해

현실과 이상의 차이와 간극이 생각보다는 크겠구나 싶었다.

뭔가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졌던 건

그 세계의 비밀스러움이 봉인 해제되는 느낌이랄까.

오히려 더 친근하고 인간미있게 느껴지는

솔직담백한 도서관의 일과 고충들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아서 좋았다.

사서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 있을까?

‘사서’하면 보통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갖는 직업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나는 공공도서관 사서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은 지역 주민을 위한 서비스 기관이자 책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 허브이기 때문이다.

즉 사서는 ‘책’보다는 ‘오는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p20

굉장히 큰 오해를 하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사서의 자질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매일의 다양한 사람들이

도서관에 드나들게 되고 책도 책이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이 원활하고 좋은 서비스를 위해 노력해야하는 자세를

생각지 못한 부분이기도 했다.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관계의 기술도,

다양한 책과의 매개체를 다각화해서

이용자들의 편의를 생각할 줄 아는 사서가

책을 좋아하는 이상으로 필요한 자질이라는 것을.

평일에 매일 오시는 단골 어르신들을 보면서 도서관이 그분들의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시장이 커지면서 도서관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한 적이 있다.

영국에서는 외로움 장관을 선정하여 관리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외로움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하는데

도서관이 사람들의 소외감과 고독감을 달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책이 없어져도 아니 그 어떤 역경이 닥쳐도 도서관은 끄떡없지 않을까?

p157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된 것이 ‘도서관’이 가까워서였다.

단지 안에 작은 도서관은 물론이고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3-4군데 더 있다는 건 정말 책을 좋아하는 나에겐

더없이 매력적인 곳이었기에 망설임없이 계약했다.

일주일에 3번 이상 여러 도서관을 순회하며

이용하는 나 역시 도서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에

가까운 미래가 될지 좀 더 먼 미래가 될지 모를

존폐의 위기를 걱정했던 적이 있었다.

오랫동안 도서관 다니는 할머니로 살고픈 나의 바램을 이루기 위해선

도서관이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켜줘야 하기에

나의 이 고민이 제발 쓸데없는 고민이었길 바랄 뿐이다.

이른 오전 시간에 도서관에서 신문과 책을 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서 내 마음이 너무 흐뭇해지는 걸 보면

그 분들의 외로움의 문제를 덜 수 있을 집합 장소가

도서관이길 바라는 마음에 이곳이 영원불멸하길 간절히 원하다.

책으로 연대하고 오래도록 사람과 사람이

맞닿아 있는 이 사랑스러운 곳에서

고생스럽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오늘도 최선을 다해주는

‘사서’님들의 수고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단골 이용자로 오래도록 도서관을 이용하며

수고로운 그 분들의 손길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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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여섯 시, 일기를 씁니다
박선희 지음 / 나무발전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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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행위를 사모하고 좋아한다.

시시콜콜한 것도 적다보면 사소하고 새로운 세계로 연결된

나를 조우하는 벅찬 기분이 느껴질 때가 있기도 하고

정리해야 할 많은 일들을 차곡차곡 담아두기도 하고

잊고 싶은 기억도, 차마 말 못할 이야기도

일기라는 비밀스러운 기록의 형태로 남겨두는 것이

나에겐 은밀한 일탈과도 같다.

그런 누군가의 기록을 조용히 관찰하다보니

더 쓰는 것에 대한 오랜 애정을 품게 되어 좋다.

뜨개질을 시작한 건 그래서였다.

바늘을 찔러 넣고 실을 돌리고 빼내는 일을 반복하는 동안엔

그럭저럭 불안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막상 시작해 보니 너무 간단해서 손을 놀리면서도 잡생각이 끼어든다.

다음엔 좀 더 복잡한 방법의 뜨기를 시도해 봐야겠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이렇게나 어렵다.

P77

조그마한 일에 몰두할 수 있을 만드는 건

나역시도 작은 불안과 걱정을 잠시나마 잊어버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좀 더 촘촘한 시간간격을 두고 잡생각이 틈타지 않게 할 방법을

마땅히 구상해내지 못하는 것에 안타깝긴하지만

그나마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으려하는

나의 의지와 몸부림에 조금은 덜 두려워하고

온종일 불안으로 괴롭지만은 않다.

지금도 글을 타이핑하는 중간 중간에

생각의 틈 사이로 걱정이 밀려오는 걸 보면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는 이상 같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한 해의 마지막이나 새해의 시작 같은 거 별 의미 없다고 생각했을데

첫날부터 와준 걸 보니 영 의미 없는 날은 아닌가 보다.

살면서 계속 힘내기란 쉽지 않다는 거 안다.

속속들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이제는 누구나 힘에 부치는 일 한 두 개쯤 품고 산다는 것도 알겠다.

부디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천천히 둘러보며 올 한 해도 무사히 보내면 좋겠다.

p213

사는 게 매일 힘에 부치는 일들의 연속인 듯 싶다.

그럼에도 작년 한해 많은 일들을 지내오면서

무탈하게 잘 넘겨왔던 한 해에 마지막을 감사할 수 있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조급하게 서두려고 한다고

일이 해결될 것도 아니고

맘 먹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았지만

또 다른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반가웠던 지난 날들을 떠올려보면서

올해는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이 앞서면서도 기대가 된다.

벌써 이 달의 마지막을 향해가고

많은 다짐들을 해보긴 하지만

정확히 목표물을 조준할 수 있을지는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지켜보려 한다.

그저 다정한 응원 쯤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 내라고 전할 수 있는 가벼운 인사 정도로

자기 자리를 잘 지켜갈 수 있는 그저그런 평범한 하루 하루가

쌓여만 가도 다행이지 싶다.

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해 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쓰는 일기라는 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혼자서 묵묵히 써내려가야 하는 것이기에

대단히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탐구해야 할 시간을 가진다는 건 대단히 큰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 쓰는 생활자로 살도록 스스로를 격려하고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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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 삶의 여백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김신지 지음 / 잠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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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일상의 순간 순간들이 이처럼

많은 여백을 남기고 사랑할 마음이 물씬 솟아나게 하는 건

글을 쓰는 작가의 필력인건가.

대단히 감사했던 시간을 가졌던 터라

책을 덮고도 한동안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왜 이토록 고마웠던 게 많았던건지.

여백마저도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채워져있었다는 것에

놀랍고도 가슴 찡해진다.

그 이야기가 이 책 속에 가만히 담겨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문학이 뭔지는 정확히 몰라도, 쓰고 싶어지게 만드는 장면들을 안다고.

그 앞에서 나는 항상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한 채 허둥거리다가 돌아서서 웃거나 울지만,

제때 하지 못한 말들이 모여서 나를 책상 앞으로 이끈다고.

여태까지 내게 흰 봉투를 건넸던 다정하고 결함 많고 고유하게 평범한 이들에게

언젠가 설명할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 같은 사람들'과 상관없다고 여겨지는 바로 그 곳에 제자리처럼 깃드는 것.

그게 내가 아는 문학이라고.

p46-47

끝도 없고 닿을 수도 없이 넓은

문학의 바다에 침잠해 있는 편을 좋아하는 일인으로

하루의 아늑한 휴식과 쉼을 이것에서 얻는 유익이 꽤 흥미롭다.

삶에 기대어보기도 하고 처소를 이곳 저곳으로

옮겨다니는 약간의 홀가분함을 가지고

내일 손에 들고 있는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고 조용히 만족할 수 있는 나란 존재.

오래도록 이 문학이라는 세계 안에 머물며

사랑하고 사랑하며 살고 싶다.

자식은 언제나 부모보다 늦게 도착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이제야 조금은 의지가 되는 자식의 자리에 서서 나는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는 듯

장바구네 무얼 주섬주섬 주워 담는다.

꿈에서도 없는 시간이 현실에서 넉넉할 리 없고, 올려다본 하늘은 꼭 해 질 녘처럼 노랗다.

서둘러도 삶에 자꾸만 지각하는 사람에게 유일한 위로가 되는 것은,

시간이 없다는 자각 속에서만 비로소 제대로 하게 되는 일에 사랑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p133

놀랍도록 정확하고 공감되는 말이었다.

그렇지, 사랑하는 데 남은 시간 말이다.

넉넉하면 넉넉한데로 부족하면 부족한데로

둔하리만큼 사랑 표현에 서툴고 더딜까.

참 아리송하면서도 속상하다.

맘껏 다 사랑하지 못한 걸 알아서 더 속상하고

이젠 너무 늦은게 아닌가 싶어 뒤로 주춤거리는 꼴이라니.

난 여전히 사랑하는 일에서만큼은 어설프고 서툴다.

속 깊은 마음 안을 그대로 보여줄 수만 있다면

내가 사랑했던 방식과 표현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을까.

복잡하기만 한 사랑의 언어가

너무 베일에 쌓여만 있어서 깨닫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많거나 오해하기 십상인 나의 서툰 사랑이 지독히 싫어질 때가 많다.

남은 시간을 사랑하는 데 아낌없이 써보자고

그래야만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가는 일을 왜 행동과 말로 따뜻하게 잘 옮기지 못했는가.

끝까지 자삭 노릇 제대로 못하며 살았다는 후회가 남지 않으려면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고 사랑할 것을.

여전히 뒤따라 걷는 느린 나를

끝까지 사랑과 희생으로 감싸준 건 부모님의 사랑은

값을 도리가 없는 걸까.

자꾸만 문장 속에서 긴 여운에 사로잡혀

느린 속도로 천천히 책을 읽어 나가야만 했다.

단숨에 읽어버릴 수 없는 곱씹게 되는 말들이

지금의 나와 지난 날을 쉴새없이 떠올리게 만든다.

김신지 작가의 서정적이고 새밀한 감성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에 금새 매료되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이 한 권의 책에서 무한한 사랑과 겸손, 경쾌한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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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너머의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편지는

기대와 설렘을 안겨주기 충분한 작품집으로 작가 제인이 아닌 개인의 그녀를 대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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