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여섯 시, 일기를 씁니다
박선희 지음 / 나무발전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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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행위를 사모하고 좋아한다.

시시콜콜한 것도 적다보면 사소하고 새로운 세계로 연결된

나를 조우하는 벅찬 기분이 느껴질 때가 있기도 하고

정리해야 할 많은 일들을 차곡차곡 담아두기도 하고

잊고 싶은 기억도, 차마 말 못할 이야기도

일기라는 비밀스러운 기록의 형태로 남겨두는 것이

나에겐 은밀한 일탈과도 같다.

그런 누군가의 기록을 조용히 관찰하다보니

더 쓰는 것에 대한 오랜 애정을 품게 되어 좋다.

뜨개질을 시작한 건 그래서였다.

바늘을 찔러 넣고 실을 돌리고 빼내는 일을 반복하는 동안엔

그럭저럭 불안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막상 시작해 보니 너무 간단해서 손을 놀리면서도 잡생각이 끼어든다.

다음엔 좀 더 복잡한 방법의 뜨기를 시도해 봐야겠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이렇게나 어렵다.

P77

조그마한 일에 몰두할 수 있을 만드는 건

나역시도 작은 불안과 걱정을 잠시나마 잊어버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좀 더 촘촘한 시간간격을 두고 잡생각이 틈타지 않게 할 방법을

마땅히 구상해내지 못하는 것에 안타깝긴하지만

그나마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으려하는

나의 의지와 몸부림에 조금은 덜 두려워하고

온종일 불안으로 괴롭지만은 않다.

지금도 글을 타이핑하는 중간 중간에

생각의 틈 사이로 걱정이 밀려오는 걸 보면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는 이상 같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한 해의 마지막이나 새해의 시작 같은 거 별 의미 없다고 생각했을데

첫날부터 와준 걸 보니 영 의미 없는 날은 아닌가 보다.

살면서 계속 힘내기란 쉽지 않다는 거 안다.

속속들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이제는 누구나 힘에 부치는 일 한 두 개쯤 품고 산다는 것도 알겠다.

부디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천천히 둘러보며 올 한 해도 무사히 보내면 좋겠다.

p213

사는 게 매일 힘에 부치는 일들의 연속인 듯 싶다.

그럼에도 작년 한해 많은 일들을 지내오면서

무탈하게 잘 넘겨왔던 한 해에 마지막을 감사할 수 있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조급하게 서두려고 한다고

일이 해결될 것도 아니고

맘 먹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았지만

또 다른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반가웠던 지난 날들을 떠올려보면서

올해는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이 앞서면서도 기대가 된다.

벌써 이 달의 마지막을 향해가고

많은 다짐들을 해보긴 하지만

정확히 목표물을 조준할 수 있을지는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지켜보려 한다.

그저 다정한 응원 쯤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 내라고 전할 수 있는 가벼운 인사 정도로

자기 자리를 잘 지켜갈 수 있는 그저그런 평범한 하루 하루가

쌓여만 가도 다행이지 싶다.

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해 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쓰는 일기라는 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혼자서 묵묵히 써내려가야 하는 것이기에

대단히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탐구해야 할 시간을 가진다는 건 대단히 큰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 쓰는 생활자로 살도록 스스로를 격려하고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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