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냐, 정말로 눈에 띄던걸.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전과는 달리 왠지 의자 끝에만 앉아 있고, 몸도 계속해서 떨던데. 공연히 펄쩍 뛰면서 화를 내는가 하면, 갑자기 얼굴이 달콤한 알사탕처럼 변하기도 하고, 붉어지기도 하던데. 특히 식사 초대를 받았을 때는 홍당무가 되어 버리던걸
「꼭 봄날의 장미 같구나! 정말 잘 어울리는데. 1백82센티미터가 넘는 키의 로미오라! 오늘 세수도 말끔히 했구나, 손톱도 깨끗이 깎고, 응? 언제부터 이랬지! 세상에, 머리에는 포마드까지 발랐는걸! 어디 머리 좀 보자!」「이 돼지 같은 놈!」
〈잘 해냈을까? 자연스러웠을까? 과장되어 보이지는 않았을까?〉 라스꼴리니꼬프는 속으로 은근히 걱정했다
〈중요한 것은 숨기려 들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격식을 차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나를 전혀 모른다면서 무슨 일로 니꼬짐 포미치와 내
이야기를 했단 말인가? 이건 이들이 개떼처럼 내 뒤를 밟는다는 걸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고양이가 쥐를 데리고 놀듯 장난치지 말고. 이건 정말 무례하군, 뽀르피리 뻬뜨로비치. 나는 이런 걸 용납할 수 없어
‘민들레 영토’에 방을 잡고 컵라면을 먹으며 같이 시험공부를 하기도 했다.
돈도 없는데, 아이를 원하지도 않았는데 가지게 되었으니 힘들었겠지.
그런 공무의 마음이 모래의 눈에는 어째서 보이지 않았을까. 공무는 왜 모래에게 다가서지 못했을까
문득 나는 어떤 부끄러움을, 얼굴이 온통 붉어지고 어깨까지 따끔거릴 정도의 부끄러움을 느꼈다.
왜 이해해야 하는 쪽은 언제나 정해져 있을까.
처음부터 돈이 많이 깨졌다면서 나를 새는 바가지라고 불렀지.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습관이자 관성이 되어 계속 작동하는 것 아닐까
네가 뭘 알아, 네가 뭘. 그건 마음이 구겨져 있는 사람 특유의 과시였다.
민폐 그 자체인 내 존재에 대한 빚을 갚을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내 마음이 무슨 물렁한 반죽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금씩 떼어 그애에게 전했으니 공무는 나의 일부를 지닌 셈이었다.
그런 식의 애착이 스물하나의 나에게는 무겁게 느껴졌다.
그 인간들이 변하고 달라진다고 해서 그들이 학대한 사람들의 상처가 없어져?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 돌아와?
감정싸움에 섞인 서로에 대한 애정이 제삼자인 내게도 보여서, 그 애정이 나를 우리의 테두리 밖으로 밀어내는 것 같아서, 다툼의 맥락을 둘만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착각하지 말라고. 단지 마음이 쓰이는 걸 그렇게 잘못 생각하지 말라고.
남들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서 진짜 마음 하나 없이 함께하는 사람들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너처럼 부족함 없이 자란 애가 우리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네가 아무리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니. 너무 나쁜 사람들을 너무 나쁘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얘기해?"
엄마는 왜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지하철역 개찰구 앞에서 나를 계속 밀쳐 쓰러뜨렸을까. 일어서면 다시 때려 쓰러뜨리고, 일어서면 다시 때려 쓰러뜨리기를 반복했을까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마다 나는 그런 노력이 어떤 덕성도 아니며 그저 덜 상처받고 싶어 택한 비겁함은 아닐지 의심했다
네가 어떻게 커왔는지 뻔히 아는데, 그런 거짓말로 스스로를 속이는 거냐고 묻고 싶었다.
그 문장은 며칠이고 내 안에서 구르면서 마음에 상처를 냈다. 나는 늘 이해하려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만날 시간과 장소를 잡는 건 항상 모래의 몫이었으니까. 관계의 지속은 모래에게 달린 것처럼 보였다.
이유도 없이 맞고 있을 때 그 몸에서 나를 꺼내오기 위해, 그 몸이 나와 무관한 것이라고 나 자신을 세뇌하기 위해 애쓰는 내가 있다고.
이게 좋은 거겠지. 옳은 길이겠지. 모래는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깨끗한 얼굴에 그만큼이나 깨끗한 표정이 어렸다
절대로 이런 방에서 살 일이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남의 일이니까, 그래도 위로는 해줘야 할 것 같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겠지. 나는 차가운 눈으로 그런 모래를 바라봤던 것 같다.
내 눈에 모래는 의사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똑똑한 동생을 둔, 동네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의 가장 넓은 평수에 사는 온실 속 화초였다.
책의 귀퉁이를 접듯이 시간의 한 부분을 접고 싶었다. 언젠가 다시 펴볼 수 있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그러나 스물둘의 나는 공무를 포옹하지 않았다.
어떤 망설임도 불안도 없는 얼굴. 내가 가질 수 없는 얼굴
그 관대함은 더 가진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태도라고 그때의 나는 생각했다
공무가 어땠냐고. 마냥 혼자였지. 마냥 혼자였어, 그애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였던 사람처럼 혼자였어
비싼 자동차나 좋은 집보다도 더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2022년 12월어느새 22년의 마지막 달 더춥고 시린 겨울이지만선물들에 10대로 돌아간 것 같은 즐거움 신남우선은 감사한 분께 받은 따뜻하고 맛있는 커피와알라딘이 보내준 선물스누피다이어리와 탁상달력!!몰랐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아픈 냥이들의 병원 기록을 적어놔야겠어요다이어리엔 ㅎㅎ 23년은 더 많이 웃고 더 많은 행운들과더 많은 즐거움이 가득한 한해로 채워지기를....
그 관심은 의혹이 되고, 불신이 되어서, 마침내는 두려움으로까지 변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인간을 연구해야 할 의무가 있고, 또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인간의 본성을 연구할 기회를 가진 사람으로서 정말 너는, 이런 자료를 보고도 그 니꼴라이라는 자가 어떤 사람인지, 그자가 어떤 본성을 가진 사람인지를 모르겠다는 거야?
그는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고 위엄을 부리는 중년의 신사로서 조심스럽고 까다로워 보이는 외모를 하고 있었다.
호기심을 가지고 여태까지 바라보던 벽지의 꽃무늬에서 돌아누운 그의 얼굴은 극도로 창백했고, 이제 막 고통스러운 수술을 받았거나, 고문에서 풀려 난 사람처럼 대단히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만약 자기가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일을 저지를 리가 없지 않느냐!〉라는 거지. 바로 이게 큰 문제야. 이것 때문에 내가 화가 나는 거야! 알겠어!」
기억나지 않는 시간은 어디로 가는 걸까
그냥 그곳에 가만히 앉아서 바닥을 바라봤다. 윤희는 주희가 누구를 기다리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일을 두고 내내 가책할 것을 알지 못한 채로. 십 년도 더 지난 잠이 오지 않는 밤, 만이천 킬로미터 떨어진 땅의 한구석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며 그때, 고작 열여덟이었던 주희의 외로움을 그렇게 외면한 자신을 미워하게 될지도 모른 채로
왜 병든 사람들이 가족을 만드는 걸까.
그저 실망스러운 어른들의 실망스러운 행동일 뿐. 아니, 실망스럽지도 않은 불행한 인간들의 가학 취미일 뿐이었으니까.
사람에게 연연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상하고 망가지고 비뚤어진다고 생각했으니까.
구질구질하고 비뚤어진 인간이 되느니 차라리 초연하고 외로운 인간이 되는 편을 선택하고 싶었다.
공무가 관계의 지속을 바라는 마음을 유치하다 비웃는 것 같다고 그때의 나는 생각했다.
나도 미래가 환상일 뿐이라는 거 알아. 우리는 현재만을 살 뿐이고, 모든 일의 끝을 어림하는 게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도 알아. 그렇지만.
감정 쓰레기통으로 살지 않을 거야."
공무에 관해서라면 나는 언제나 애틋함을 느낀다. 처음 그애의 글을 읽었을 때부터
실제로 얼굴을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애에게 기대하고 실망과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애틋함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다.
애쓰고 애쓰고 또 애써온 시간이 그애의 얼굴에 그대로 남아 있어서 나도 그애를 대할 때는 불성실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