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곳에 가만히 앉아서 바닥을 바라봤다. 윤희는 주희가 누구를 기다리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일을 두고 내내 가책할 것을 알지 못한 채로. 십 년도 더 지난 잠이 오지 않는 밤, 만이천 킬로미터 떨어진 땅의 한구석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며 그때, 고작 열여덟이었던 주희의 외로움을 그렇게 외면한 자신을 미워하게 될지도 모른 채로
그저 실망스러운 어른들의 실망스러운 행동일 뿐. 아니, 실망스럽지도 않은 불행한 인간들의 가학 취미일 뿐이었으니까.
사람에게 연연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상하고 망가지고 비뚤어진다고 생각했으니까.
구질구질하고 비뚤어진 인간이 되느니 차라리 초연하고 외로운 인간이 되는 편을 선택하고 싶었다.
공무가 관계의 지속을 바라는 마음을 유치하다 비웃는 것 같다고 그때의 나는 생각했다.
나도 미래가 환상일 뿐이라는 거 알아. 우리는 현재만을 살 뿐이고, 모든 일의 끝을 어림하는 게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도 알아. 그렇지만.
공무에 관해서라면 나는 언제나 애틋함을 느낀다. 처음 그애의 글을 읽었을 때부터
실제로 얼굴을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애에게 기대하고 실망과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애틋함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다.
애쓰고 애쓰고 또 애써온 시간이 그애의 얼굴에 그대로 남아 있어서 나도 그애를 대할 때는 불성실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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