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어머니 열린책들 세계문학 9
막심 고리키 지음, 최윤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쇠스랑 하나로 퍼올리기에는 퇴비 양이 너무 많아…….」

한쪽 놈들이 민중의 젖을 짜낼 때 또 다른 쪽 놈들은 뿔로 민중을 들이받고 있는 거요…….」

「제 일에 눈이 먼 사람은 남의 어려움을 보지 못하는 법이야!」 두 눈을 넌지시 내리깔며 그녀가 말했다.

원래 가슴 안에 불꽃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으면 그을음이 많이 쌓이는 법이에요.」

「그럼 망나니짓 하는 얼간이를 보고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게 동지 된 도리란 말인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내 말 무슨 말인지나 알겠어?」

거기 영웅 양반 귀 막아! 전 빠벨을 좋아해요. 하지만 빠벨이 입고 다니는 조끼는 좋아하지 않아요.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빠벨은 새 조끼를 떡하니 입고 꽤나 마음에 드는지 배는 쑥 내밀고서 사람들을 밀친단 말입니다. 마치 내가 어떤 조끼를 입고 있는지 좀 봐 달라고 말하듯이 말입니다. 정말 좋은 조끼라는 건 알지만 도대체 왜 사람들을 미느냔 말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비좁은 데서.」

그는 어머니에게서 떨어졌다. 그러면서 내뱉은 매몰찬 말이 어머니의 가슴을 더욱 미어지게 만들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사랑도 있어요…….」

그들은 비록 몸은 두 개였지만 우정으로 뜨겁게 불타오른 하나의 영혼이었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야. 난 발에 족쇄를 채워 구속하려 드는 사랑이나 우정 따위는 원치 않아…….

그러나 어머니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손을 흔들며 찌를 듯한 고통으로 활활 타오르는 두 눈으로 아들의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영웅 하나 나셨군! 가서 코나 닦아라. 가서 사쉔까에게도 죄다 얘기하지그래. 아니 벌써 얘기를 했어야만 했는지도 모르지…….」

그녀의 가슴에선 활활 타오르는 듯한 어떤 생각이 몸부림쳤고, 비애와 고난으로 가득 찬 기쁨의 감정이 불붙듯 치솟았다

밤마다 소음에 지치고 세월의 무상함에 절로 나오는 한숨을 뒤로하고 잠자리에 들면 늘 가슴을 조용히 짓누르는 그 무엇이 있었다.

마치 공명하는 짐승의 울부짖음에 놀란 새 떼가 잔뜩 무리 지어 날아가듯이. 어머니는 구름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머리는 무겁기 그지없고, 꿈도 없는 밤을 태운 두 눈은 까칠까칠했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의 평정이 가슴에 자리하고 있었고 심장의 박동은 규칙적이었으며 예나 다를 바 없는 잡다한 생각으로 머리는 꽉 차 있었다.

그녀의 눈에선 어렴풋한 얼룩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금방 투명한 초록빛으로 되었다가는 또 어둑한 잿빛으로 변하곤 하면서 가물거리는 것이었다.

「비록 죽음이 앞에 가로놓여 있다 해도 진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야만 하지요.」

창문에서, 집 대문에서 때로는 불안하고 욕지거리가 섞인 말들이, 또 때로는 신중하면서도 활기에 넘치는 목소리들이 땅 위를 기고 허공을 날아 어머니의 귀를 때리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반박하고, 감사하고, 설명하고 싶었고, 이날의 이상하게도 복잡한 삶 속으로 깊이 개입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어머니 열린책들 세계문학 9
막심 고리키 지음, 최윤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빠벨은 어머니의 입가에 흐르는 미소와 얼굴에서 엿보이는 관심, 그리고 두 눈에 가득 찬 사랑을 보았다.

그는 민중의 행복을 희구하면서 그들 안에 진리의 씨앗을 뿌리고 다니는 사람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이런 일을 한다는 이유로 삶의 적들이 사나운 짐승처럼 그들을 붙잡아 감옥에 처넣거나 멀리 강제 노동을 보내고 있다는 것까지도 어머니에게 이야기했다.

겁 없이 아무 데서나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마라! 사람들을 조심해야 돼. 모두들 서로서로를 미워하고 있어. 탐욕과 질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야.

어렸을 땐 사람들을 무서워했고, 조금 커서는 사람들을 증오하기 시작했어요. 어떤 사람들은 잔인했기 때문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우리 모두는 두려움 때문에 파멸하는 거예요!

우리들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그런 우리의 두려움을 이용해서 우리를 더욱더 겁에 질리게 하는 겁니다.」
어머니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현관에서 누군가의 신발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는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떨며 바짝 긴장하여 두 눈썹을 곧추세우고 벌떡 일어섰다.

외투를 벗고서 그녀는 추위에 빨개진 조그마한 두 손으로 불그레한 뺨을 세차게 비벼 대면서 빠른 걸음으로 방 안쪽으로 들어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댈러웨이 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8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찌 보면 그것은 그녀의 재난이고 불명예였다.

그래서 이 깊은 어둠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야회복을 입고 선 채로, 여기서 한 남자, 저기서 한 여자가 가라앉아 사라져 가는 것을 보아야만 한다는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상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행복해 본 적이 없었다.

이제 좀 더 성숙해지고 보니, 하고 피터가 말을 이었다. 바라보고 이해하면서도 느끼는 힘은 줄지 않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댈러웨이 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8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렇게 옛날로 돌아가면 뭐해? 그는 생각했다. 왜 그때 일을 다시 기억나게 하는 거지? 그렇게 혹독한 고통을 겪게 하고서, 왜 또다시 괴롭게 해? 대체 왜?

양팔에 자기 인생을 안고서, 그들에게 다가갈수록 인생은 그녀의 품 안에서 점점 커져서, 마침내 하나의 생애가, 온전한 삶이 되었다.

피터라는 사람은 평생 이런 식으로 실수 연발이다. 옥스퍼드에서 퇴학당한 것을 시작으로, 그다음엔 인도로 가는 배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하더니, 이제는 인도 주둔군 소령의 아내라고! 그와 결혼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지! 하지만, 그는 정말로 사랑에 빠져 있었다. 그녀의 옛 친구, 친애하는 피터가, 사랑하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말들은 앞발로 땅을 차고 머리를 뒤로 젖히며 옆구리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목덜미는 휘어진다. 그렇듯 피터 월시와 클라리사는 푸른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서로에게 도전했다.

이쪽저쪽으로 돌진하는 힘들이 한꺼번에 그를 자극했고, 그에게 두려운 느낌과 동시에 더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어깨 위로 공기를 가르며 질주하는 더없이 상쾌한 기분을 주었다. 그는 손을 이마로 가져갔다.

이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차분하고 이성적이며 있는 그대로 평범한 사물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진실 그 자체였다. 아름다움이란 이제 진실이었다.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었다.

〈시간〉이라는 말이 껍질을 쪼개고 나와 그 풍부한 내용물을 그에게 퍼부었다. 그의 입술에서는 마치 조개껍데기와도 같이, 밀려나오는 대팻밥과도 같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단단하고 희고 썩지 않을 말들이 쏟아져 나와 자기들끼리 제자리를 찾아가 시간에 대한 송가가 되었다.

그가 손을 치켜든 모습은 마치 긴 세월 동안 사막에서 홀로 인간의 운명을 탄식해 온 그 어떤 거인과도 같았다.

그는 그녀의 손을 떨구었다. 결혼은 끝났다, 하고 그는 고뇌와 안도를 동시에 느끼며 생각했다.

그는 자살에 대해 그녀와 논쟁을 벌이려 했고, 사람들이 얼마나 사악한지 설명하려 했고, 사람들이 길거리를 가면서도 거짓말을 지어내는 것이 다 보인다고 말했다.

밧줄이 잘려 나갔다. 그는 몸이 둥실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유였다

양손에 이마를 파묻고, 볼에는 절망의 고랑이 파여 있던 거인은 이제 사막 가장자리에서 빛이 확산되어 강철같이 검은 형상에 닿는 것을 본다

자문했다.
그 다섯 해 ─ 1918년부터 1923년까지 ─ 는 어쩐지 아주 중요한 시기였던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어쩐지 아주 중요한 시기였던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사람들이 달라 보였다. 신문도 달라 보였다. 예를 들어, 한 점잖은 주간지에 어떤 이가 화장실에 대해 공개적으로 글

없지만. 그러기에는 그는 너무 젠체하거든. 일급 시종이라

시종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비유일 것이다 ─ 슈트케이스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6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가는 온몸에 불빛을 받으며, 연기 속에서 이리저리 날뛰는 붉은색 양들과 핑크빛 비둘기들을 공포에 질린 채 바라보면서, 숨을 헐떡이며 샘을 오르내렸다. 두드려 대는 쇳소리가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그녀의 가슴을 찌르는 듯했다.

불이 영원히 꺼지지 않고, 사샤를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노인들은 좋았던 젊은 시절을 생각했다. 실제로 그러했는지와는 상관없이 젊은 시절의 기억은 활기차고 즐겁고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온 차갑고 무서운 죽음을 생각했다. 죽음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게 더 나았다

몸이 마비라도 된 듯 늘어지자 온통 죽음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으로 슬그머니 기어 들어온다. 반대쪽으로 돌아누워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면, 이번에는 가난과 사료와 값이 오른 곡물에 대한 떨쳐 버릴 수 없는 우울하고 지겨운 생각이 맴돌았다.

촌장은 도시에서 살아 본 적도 없고 책을 읽어 본 적도 없지만, 어딘가에서 여러 유식한 단어들을 모아 두었다가 대화할 때 즐겨 사용했다. 그것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비록 그 단어들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를 존경했다.

일을 하는 것이 죄악이 되는 날이라 불도 붙일 수 없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두세 집에서 체납금 대신 닭들을 빼앗겼는데, 관청에서 아무도 사료를 주지 않아 전부 죽어 버렸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어서, 죄악과 죽음과 영혼의 구원에 관해 생각하다가도 일상의 근심거리들과 가난이 마음을 빼앗아 노파는 방금 무엇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잊어버렸다.

모든 사람들이 문득, 하늘과 땅 사이가 텅 비어 있지 않고, 부유한 자와 힘 센 자가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지 않으며, 온갖 모욕과 노예 같은 속박과 견디기 힘든 가난과 소름 끼치는 보드까로부터 벗어날 안식처가 여전히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영혼의 구원을 잘 믿지 않았고, 지상에서의 마지막이라는 공포심이 들 때에만 초에 불을 켜고 기도를 드렸다.

노파는 보통 아침 일찍 손녀 두셋을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