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폭력적인 삶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3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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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돌아다니는 사람 주위에는 죽음이 붙어 다닌다.

바깥에서는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크리스폴티 거리는 거의 비어 있었다. 이제 고작 엄마라는 말만 할 줄 아는 꼬마 두셋이 보도 한가운데서 놀고 있었다.

톰마소는 바삐 할 일이 있지만 이웃들에 대한 호감 어린 배려에서 잠깐 짬을 내 몇 마디 잡담을 나눌 시간이 있는 사람처럼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잘사는 아버지를 둔 멍청한 자식들, 머리숱이 적은 학생 녀석들, 건들건들 불량해 보이고 싶어 하는 머저리들이었다.

톰마소와 알베르토는 오늘, 그곳 두에밀라 바에서 최고 멋쟁이였다. 그 사실 때문에 그들은 지나치지 않을 만큼 가볍게 똥폼을 잡으며 우쭐댈 수 있었다

엄청난 부피의 누런 흙탕물이 쏟아져 내려 티부르티나 제방에 부딪힌 뒤 소용돌이와 거품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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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폭력적인 삶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3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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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만족한 얼굴로 성당을 나와 아름다운 햇살 아래로 나섰다. 태양이 구름을 몰아냈고, 비에 씻긴 들판 여기저기 흩어진 마을의 흰색 집들을 상쾌하게 비추었다.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곱슬머리 몇 가닥이 목에 처량하게 붙어 있었으며, 눈이 졸린 것처럼 멍했다. 꼬여 있는 두 손이 떨리는 게 보였다.

이제 높이 떠오른 태양이 햇살을 내보내며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피에트랄라타를 비췄다. 집 담벼락은 말이 없었다. 담벼락은 말을 못하는 법이니까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고 평화롭고 고독했다. 잠시 후 기운 없이 혼자 서 있는데 톰마소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걸 느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눈물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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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참을 수 없는 가우초 로베르토 볼라뇨 컬렉션 5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이경민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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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건 우리가 너무 많은 걸 잃진 않겠지.[1]
프란츠 카프카

입을 열지도, 눈을 깜빡이지도, 숨을 쉬지도 않는 게 건강에 이롭습니다.

하지만 모든 건 때가 오게 마련입니다. 아이를 낳을 때가 오고 책을 쓸 때가 오지요. 병에 걸릴 때도 옵니다. 여행의 끝이 오는 거죠.

여행은 사람을 병들게 합니다. 오랜 과거에 의사들은 환자에게, 특히 신경 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여행을 추천했습니다.

여행을 떠난 사람들 또한 미치거나, 심한 경우엔 도시와 기후, 식습관이 바뀜에 따라 모르는 병에 걸렸죠. 사실 여행하지 않는 편이 건강에 좋으며 움직이지 않는 편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편이, 겨울에는 따뜻하게 입고 있다가 여름이 오면 목도리만 풀어 두는 게 건강에 이롭습니다.

보들레르는 내가 읽었던 가장 잔혹한 시인에 속합니다. 그의 시는 병든 시, 출구 없는 시입니다. 하지만 19세기 가장 훌륭한 시일 것입니다.

내 기억에 콘테는 페레스 레베르테가 현재 스페인 문학에서 가장 완벽한 소설가라고 했죠. 완벽에 이르렀으니 계속해서 완벽한 소설가가 될 거라는 듯이 말입니다.

작품에서 얼마나 중요할지 빤히 보이는 그 인물에서 나는 호세 사크리스탄[73]의 얼굴이 떠올리는데, 영화에서 그는 구겨진 스크랩을 호주머니에 넣고 두들겨 맞은 개처럼 알 수 없는 얼굴, 무방비의 창백한 얼굴로 감당하기 벅찬 이 나라의 드넓은 고원을 방랑하죠

원칙에 대한 선언.
원칙적으로 나는 명쾌함과 즐거움에 전혀 적대적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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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7
글로리아 네일러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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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멈출 때마다 바보 같은 두려움은 늘어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골목 저쪽 편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맛과 냄새를 감지하는 세포들도 무력해졌다. 죽어라 마지막까지 악을 쓰고 있는 것은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능력을 공급하는 세포였다.
로레인은 더는 등뼈나 배 속의 고통을 인식하지 못했다.

입안 가득 종이봉투가 물려 있었고 드레스는 가슴까지 올려져 있었으며 피로 물든 팬티스타킹은 넓적다리에 붙어 있었다.

태양이 대기 중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기 시작했고 지평선은 밝아 오는데 그녀는 아직도 그곳에 앉아 있었다.

로레인은 악을 쓰면서 세상천지 사방에서 이리저리 달리고 소리치며 움직이는 물체들을 움켜쥐려고 손을 내뻗었다. 피로 물든 녹색 드레스를 입은 키가 크고 피부색이 누런 여인은 허공을 향해 두 팔을 버둥거리며 울부짖었다.
"제발, 제발……."

미신적인 여자들은 비를 어떤 신호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어떻게’ ‘무엇 때문에’와 같은 질문을 던지기가 두려웠다.

"제발 비가 내리지 않게 하소서."

거리가 죽어 가는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꿈은 썰물과 밀물, 썰물과 밀물이 될 뿐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떨어지는 빗방울과 심장 박동 소리가 거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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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7
글로리아 네일러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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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기력이 소진하여 땀을 뻘뻘 흘리면서 누워 있는 동안 아버지는 농사일도 제쳐 두고 고집스럽게도 매일같이 딸의 침대 머리맡에 하루 종일 앉아 있었다.

딜레마 속에서 탄원하는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도움을 청했다. 세상을 더 많이 살아온 엄마는 딸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녹이 슨 자물통과도 같이 꽉 잠겨 있는 아버지의 마음이 풀어져야 했다

마치 온 우주가 하나의 공으로 뭉쳐져서 자신의 목구멍으로 밀려 들어온 것 같았다.

아버지는 격노하여 자신을 가장 비참하게 짓밟고도 이제 와서 뻔뻔스럽게 자신을 조롱하고 있는 딸아이의 불순종을 진압하고자 애를 썼다.

자신은 바로 이 버스에서 새로 태어났으며 과거의 모든 것과 앞으로 일어날 일은 모두 사라지고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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