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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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적으로 현대 인간은 자정이 되기 4초 전에 나타납니다. 최초의 동굴벽화가 3초 후에 생기지요. 그리고 큰 바늘이 자정에 도착하기 천 분의 1초 전에 생명이 DNA의 미스터리를 풀고 스스로 생명의 나무 지도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마지막 60분 사이 어느 시점에, 계통발생도의 상단에서 생명체가 의식을 갖기 시작해요. 생물들이 추측하기 시작하지요

동물들이 자식들에게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동물들이 의식을 치르는 법을 배워요.

망각과 기억의 매일의 예언자들은 빛이 밝아오기도 전부터 노래를 한다. 그는 그들이 고맙다.

어둠 속에서 굶주린 채 누워서 새들이 천 가지 고대의 방언들로 삶을 의논하는 것을 듣는다

다투고, 영토 싸움을 하고, 기억을 떠올리고, 칭송하고, 즐긴다.

뉴스는 그녀가 깨어날 수 없는 악몽이다.

페이지가 늘어나고 그녀가 훑어볼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연결된다. 전문가 분석과 성난 아마추어들의 추측.

두 번의 종신형. 죄책감이 목으로 올라오고, 그녀는 그것을 맛본다.

다른 눈들, 보이지 않는 눈이 그녀의 옆에서 읽는다. 미미가 열 개의 문단을 읽는 시간 동안 육체가 없는 눈은 천만 개의 문단을 읽는다.

생명의 나무는 영원히 관목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생명의 하루는 굉장히 조용한 하루였을 수도 있다.

숲은 화학물질로 유지되는 식림법에 잡아먹혔다

너도밤나무 싹의 곧은 청동 창 같은 모양. 철퇴처럼 가지 끝에 몰려서 나는 적참나무의 싹. 다음 해의 시작을 감싼 플라타너스 잎줄기의 텅 빈 끝. 검은호두나무의 맛과 원숭이 얼굴처럼 생긴 잎이 탈락한 흔적.

그에게는 딱히 대단한 의무가 없고 완전히 미쳐버리지 않도록 버텨야 하는 텅 빈 시간이 끝없이 많다.

생명은 미래에 말하는 방법을 갖고 있다는 것. 그것을 기억이라고 부른다.

40억 년의 진화, 거기서 문제는 끝이 날 것이다. 정치적으로, 실제적으로, 감정적으로, 지성적으로. 인간은 중요한 모든 것이자 최종적 결정이다.

검은포플러 아래를 걸을 때 느껴지는, 들이켜는 것조차 범죄 같을 만큼 무거운 차분함

흐려지고 암호처럼 보이는 너도밤나무 껍질 안쪽의 은밀한 글.

사이프러스를 긁으면 드는이게 바로 사후세계에서 나는 냄새일 거야라는 생각까지

너무 조금 사랑했다. 감옥에 갇힐 만큼은 되지만, 오늘을 헤쳐나가기에는 너무 적다.

주엽나무 가시 사이의 각도. 깎은 올리브나무 조각의 난류. 열대의 새 꼬리처럼 퍼진 미모사 잎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우리였다. 협력적 존재에 내맡기기.우리, 우리들 다섯 명. 숲에 분리된 나무는 없다. 그들은 뭘 이루기를 바랐을까? 야생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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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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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인당 수백 보드피트의 목재, 0.5톤의 종이와 마분지.

싶어요.자기만 생각하지 말라고, 제기랄! 주위를 좀 봐! 하지만 그들은 그럴 수 없어요, 니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그들의 시야 바깥에 있거든요."

설령 가공의 존재들이라 해도, 눈 먼 자들을 위한 울음이다.

셈페르비렌스가 1억 8000만 년 동안 했던 것처럼. 그래, 폭풍이 수 세기 전에 이 나무를 능가했다.

불법 벌목을 중단하라. 공유지에 더 이상 죽음을 가져오지 마라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실제로 사는 유일한 장소, 몇 초짜리 ‘지금’이라는 공간에서 어머니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바람이 불고 나무의 솜털 같은 순들이 흔들린다. 대단히 고상한 모습이고, 대단히 우아한 나무다. 인간 때문에 난처해지고, 효율성에 의해, 법원 명령에 의해 수모를 당하는 나무. 나무껍질은 회색이고 가지는 푸르러지기 시작한다. 순을 따라 솔잎은 평평하고 바깥쪽과 안쪽을 가리킨다. 쉬고 있을 때에도 고요하고 심지어는 철학적이다. 작고 아래쪽을 향한 썰매 방울 같은 솔방울은 계속되는 침묵이 만족스러운 것 같다.

그는 한 점의 의심도 없이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안다. 그는 턱부터 발가락 끝까지 힘을 주고, 온몸에 남은 힘을 다 끌어모아 삶에 매달린다. 손을 놓았다가는 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버릴 것이다.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나무들. 과일과 열매를 거대한 합창으로 만드는 나무들. 자신의 후손들만 자랄 수 있도록 땅에 폭탄을 터뜨리는 나무들.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곤충 부대를 소환하는 나무들. 조그만 마을 인구 정도의 생물들이 살 만큼 넓고 텅 빈 속을 가진 나무들. 뒷면에 털이 난 나뭇잎. 바람을 가르는 끝이 가늘어지는 잎꼭지. 죽은 역사의 기둥을 빙 둘러 자리한, 생산기가 관대할수록 더욱 두꺼운 코트를 입는 생명의 테두리.

그가 무엇보다도 원하는 것은, 회사하고도 바꿀 수 있는 것은 등산로를 따라 16킬로미터를 가면 나오는 시에라네바다산맥의 호숫가에 앉아 솔잣새들이 가문비나무 가지 위를 뛰어다니며 기괴한 부리로 솔방울에서 씨앗을 파먹는 모습을 보는 시간이다.

그는 이 나무가 천 년 동안의 살인적인 폭풍을 거치며 그랬던 것처럼 분노에 항복한다.

숲은! 한번 망가지면! 절대 되살릴 수 없다!

모든 인간은 어떤 아이디어든 낼 수 있어야 하고, 나는 인간이 그렇게 하는 미래를 믿는다.

공정행위에 관한 모든 권리와 특권은 그들의 것이다. 인류는 깡패다. 법은 폭력배다.

다가온다. 그녀는 한 손으로 가지를 세차게 휘두른다. 파수

통제는 죽인다
연결은 치유한다

사랑은 나무다
영원한
가지들이 뻗고
영원 속으로
뿌리가 뻗고
몸통은
어디에도 없다

그의 모든 희망이 그녀가 어디 멀리 있는 어두운 방에 친구와 함께 있으면서, 손에 닿지 않게 된 모든 것들 때문에 변화하고 이야기하고 상처받고 울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집중된다.

책은 고립된 섬에서 유연하게 변화하는 핀치새처럼 나뉘고 뻗어나간다

모든 책들이 두려움과 분노, 폭력과 욕망, 격노와 엮인 놀랄 만한 용서 능력이자 기질이 결국에는 유일하게 중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바람은 소문을 퍼뜨린다. 브링크먼 기념일 나무들의 가지가 화난 듯이 흔들린다. 사방에 위험이, 준비가, 호기심이, 슬로모션으로 일어나는 활동이, 한때는 볼 수 없을 만큼 느렸지만 이제는 이해가 안 될 만큼 그의 침대를 빠르게 스쳐가는 계절의 엄청난 변화가 있다.

불이 꺼져서 도로 피우거나 얼어 죽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그는 잠에서 깬다

산은 높고, 땅은 가파르고 얕고, 나무들은 너무 자주 도태되었고, 모든 귀금속 광물은 다 파냈다.

여기서 팔 만한 것은 미래가 인간을 만족시킬 만한 모든 것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하던 가장 최근의 과거에 대한 향수뿐이다.

그의 새로운 종교인 비참한 굴욕을 위해 그가 쓰는 성서다

미미의 눈에 불길을 문지르는 것을 보는 게 어떤 의미였는지에 관한 두 페이지의 글이다

‘인류는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는가’

언덕 비탈의 오두막에 혼자 있을 때에는 이렇게 쉽게 볼 수 있는 게 왜 집 밖으로 나가서 현 상황을 유지하려고 애를 쓰는 수십 억의 사람들 사이에 끼면 믿기 어려운가 하는 것이다.

떨어지는 것을 깜박 잊은 하얀 모자를 쓴 계란 같은 솔방울 무리가 가문비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있다. 노간주나무는 부서지지 않은 바위에서 자라고 있다. 늙은 가문비나무들은 그를 심판하려는 것처럼 서 있다.

블레이크의 ‘바보는 현자가 보는 것과 같은 나무를 보지 못한다’. 오든의 ‘문화는 숲보다 나을 게 없다’. 그러면 청중의 10퍼센트가 그녀의 종자 은행에 20달러를 낸다.

온두라스 자단나무. 멕시코의 힌튼참나무. 세인트헬레나 고무나무. 희망봉의 측백나무. 지름 3미터에 높이 30미터 정도까지 가지가 하나도 없는 20종의 거대한 카우리소나무. 성경보다 오래됐지만 여전히 종자를 퍼뜨리는 칠레 남부의 알러스나무. 호주, 중국 남부,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지대의 생물종의 절반. 지구상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마다가스카르의 생소한 생물체들. 백여 개 나라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해양생물의 탁아소이자 해안의 보호자인 염수 맹그로브. 보르네오, 파푸아뉴기니, 몰루카 제도, 수마트라, 지구상에서 가장 생산적인 생태계가 기름야자나무 플랜테이션에 밀려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 중 한곳에 서 있다. 세척하고, 건조하고, 걸러내고, 엑스레이를 찍은 후 잠이 들어 있는 종자들, DNA를 깨워 약간 녹이고 물만 좀 주면 나무가 되어 공기를 다시 만들어낼 때를 기다리고 있는 수천 개의 종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녀가 그들에게 이 모든 위협들이 딱 한 가지, 사람들이 한때 초록이었던 것들을 태워서 계속 대기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더 치명적으로 바뀐 거라고 말하자 그들의 눈이 게슴츠레해진다

매달, 매주, 매일, 매시간, 그리고 매분 그녀는 각각에 대해서 쓰고 새로운 다음 일을 진행한다. 소수의 사람들이 그것을 읽고 그녀에게 20달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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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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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수치로부터 그녀를 지켜주는 것은 나무들뿐이다. 그녀는 겨울 등산로를 걸으며 얼어붙은 손가락으로 두껍고 끈끈한 마로니에나무의 싹을 건드린다.

생명은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 그리고의미는 그것을 좌우할 힘을 갖기에는 너무 젊다

허공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서로 연결되어 있고 산림 수만 제곱미터를 건너서 면역 체계를 공유한다. 뇌도 없고 꼼짝하지 못하는 나무 몸통들이 서로를 보호하는 것이다.

다른 모든 나무들은 무시무시하게 차분한데 사시나무들만 떤다. 아주 약한 바람에도 길고 평평한 잎꼭지가 비틀리고, 그녀의 주위로 온통 새파란 배경 속에 두 가지 색조의 카드뮴 거울 백만 개가 깜박거린다.

강단에서 그들의 공격을 방어하며 패트리샤는 오래된 어린 시절의 언어 장애가 그녀의 자만심을 벌하러 돌아왔다는 기분을 느낀다.

그들은 재앙에 대한 정보를 얻고서 준비를 한다. 그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통제해보지만 결과는 늘 똑같다. 말이 되는 것은 딱 한 가지 결론뿐이다. 상처 입은 나무들이 다른 나무들이 맡을 수 있는 경고 냄새를 보낸다는 것이다.

그녀는 많은 밤을 가문비나무와 전나무 아래에서 뮤어와 함께 캠핑을 하며 지낸다.

오락과 지위라는 두 개의 핵심적 소비 분야에서 그녀의 예산은 축복받을 만큼 자유롭다. 그리고 숲은 공짜 음식으로 가득하다.

생명이 혼잣말을 하고, 그녀가 그것을 들은 것이다.

"나무가 서로에게 말을 한다."

식물녀 패티는 연구 서신에서 그녀의 성별을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팻 웨스터퍼드 박사가 된다. 튤립나무에 대한 연구로 그녀는 박사학위를 받는다.

그녀는 뮤어에게 완전히 빠진 채, 내륙의 바다 향기에 강렬하게 둘러싸인 채, 두꺼운 지의류의 침대 위에서, 40센티미터의 갈색 솔잎 베개를 베고 잔다.

공기가 금빛으로 떨리고 땅에는 바람에 떨어진 잎들과 죽은 영양분체들이 널려 있다. 산등성이는 활짝 열려 있고 시든 냄새를 풍긴다. 대기 전체가 산을 흐르는 개울처럼 근사하다.

그저 산책을 갔을 뿐이고 마침내 해가 질 때까지 바깥에 머물겠다고 결정을 했어. 나간다는 건 실제로는 들어오는 것임을 알았거든.

과거는 미래에 항상 더 명확해진다

호모사피엔스만큼 빠르게 단합하는 동물은 없다

심장이 한 번 뛰는 동안 그녀는 자신의 동물적 두려움이 무슨 일을 기꺼이 하게 만든 건지 믿을 수가 없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그녀가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도록 만들었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40억 년의 세월이 그들에게 하도록 만들어온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멈춰서 그들이 보고 있는 게 뭔지 정말로 보는 것.

그녀의 은밀한 자신이라는 입자가 떨어져 나왔던 모든 본체에 재결합한다. 가출했던 녹색의 계획이다

그녀는 모두를 용서한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사람들을 가장 두렵게 만들던 것이 언젠가 경이로 변할 것이다

우물의 바닥에서 반년이 흐른다. 밝고 새파랗고 상쾌한 한여름의 어느 일요일 아침에 패트리샤는 토큰크리크의 저지대에서 참나무 아래쪽에 아직 갓이 다 펴지지 않은아마니타비스포리게라(Amanita bisporigera, 독우산광대버섯의 일종) 여러 개를 발견한다.

다음 봄에 사실이 확인된다. 세 번 더 실험을 거치고 그녀는 확신을 얻는다. 공격을 받은 나무들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살충제를 뿜어낸다. 그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데이터의 다른 부분이 그녀를 고민하게 만든다. 공격하는 곤충들이 건드리지 않은, 조금 떨어진 곳의 나무들도 이웃 나무들이 공격을 당하자 방어체계를 가동한 것이

정보를 전달하는 이파리들이 바람의 소리가 들리도록 만든다. 그들은 건조한 햇살을 여과해서 기대감으로 채운다. 나무 몸통은 곧고 헐벗었고, 아래쪽은 세월로 인해 거칠지만 첫 번째 가지들이 있는 쪽은 매끄럽고 하얗다.

근처의 또 다른 나무 역시 병충해를 입는다. 그녀는 다시 측정한다. 그리고 다시금, 증거를 의심한다. 가을이 시작되고 그녀의 복합 화합물 공장을 돌리는 이파리들이 문을 닫고 숲 바닥으로 떨어진다

사시나무들이 감지할 수 없는 바람 속에서 몸을 흔들고, 그녀는 감추어진 것들을 보기 시작한다. 어느 나무 몸통 위쪽에서 그녀는 머리 위로 곰의 발톱 자국이 쓴 수수께끼를 읽는다.

그녀는 숲의 소리에, 언제나 그녀를 지탱해주었던 재잘거림에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그녀의 귀에 들리는 건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군중의 지혜뿐이다.

나무는 똑같은 양의 강철보다 튼튼하다. 나무 몸통 하나가 커다란 목재 운반 트럭을 꽉 채울 수 있다.

헤라클레스가 지옥에서 돌아왔을 때 희생시키고 화관으로 만든 나무. 그 잎을 끓여 악으로부터 원주민 사냥꾼들을 지켜주었던 나무. 북아메리카에 가장 널리 분포되었고 세 개의 대륙에 가까운 친척이 있는 나무가 갑자기 참을 수 없을 만큼 희귀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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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 - 이어령의 서원시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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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지금 외치는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은빛 날개를 펴고 새해의 눈부신 하늘로 날아오르는
경쾌한 비상의 시작!
벼랑 끝에서 날게 하소서.

빨강색 연필로 토끼를 그린 톨스토이의 그림을 보고 어른들이 놀렸다. "얘야, 세상에 빨간 토끼가 어디 있니?" 그러자 톨스토이는 이렇게 답했다. "세상에는 없지만 그림 속에는 있어요." 세상에는 없지만 그림 속에는 존재하는 것

이어령은 "고정관념은 상상력의 적"이라고 경고한다.

학교는 배움을 주는 기본 공간이지만 학교의 가르침이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사람은 원래 백지 상태의 ‘생것’인데 학교가 이 순연한 존재를 틀에 가두고 상상력의 날개를 꺾어버린다는 것이다.

"기러기들처럼 날고 싶습니다. 온 국민이 그렇게 날았으면 싶습니다. 소리 내어 서로 격려하고 대열을 이끌어가는 저 신비하고 오묘한 기러기처럼 날고 싶습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은빛 날개를 펴고 눈부신 하늘로 날아오르는 경쾌한 비상의 시작, 이 절망의 벼랑 끝에서 모든 사람이 함께 살아갈 날개 하나씩을 달아주소서.

아직도 우리 교육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잠재해 있는 생각이나 능력을 밖으로 캐내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어떤 이념들을 머리와 가슴속에 주입시키는 경우가 많다. 교육이 아니라 세뇌 작용이다.

벽을 넘는 방법, 360도 열린 초원에서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어두운 지하 갱으로 들어가 남들이 지금껏 보지 못한 빛의 원석을 캐내는 연장

에티오피아의 흙은 우리의 아버지, 우리의 어머니, 우리의 형제다. 우리는 그대들을 환대했으며 귀한 선물을 주었다. 그러나 흙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값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흙을 단 한 알갱이도 줄 수 없다.

양들은 제각기 높낮이가 서로 다른 방울 소리들을 냈다. 그것이 한데 어우러져 공기가 되고, 바람이 되고, 물방울이 되고, 수정 구슬이 되어 굴렀다. 풀 냄새처럼 향기로운 음악이었다.

그래서 존 던은 말했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에 모래 한 알과 작은 흙덩어리가 바다에 휩쓸려 가면 그만큼 대지는 가벼워지고 작아진다"고….

사람들은 그것이 누구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인가를 궁금해했다. 잠시 일손을 멈추고 죽은 자를 위해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고개를 숙여 슬픔을 표시했다.

누군가 죽는다는 것은 내 대륙 안의 모래가, 흙이 바다로 휩쓸려 떨어져 간다는 의미다. 그의 고통은 나와 무관하지 않고, 그의 생명은 나와 똑같은 샘물에서 흘러온 것이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왜 미국의 젊은 청년 로버트 조던은 그와 관계도 없는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여 죽어야만 했는가.
그 제목이 소설의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아니, 종처럼 울리게 한다.

무엇인가가 내 몸을 흔들어주지 않고는, 누가 밖에서 공이로 때려주지 않고는 내 안에 고여 있는 생각의 소리를 울릴 수 없다.

같은 통나무인데도 자르는 방식에 따라 이렇게 전연 다른 무늬가 생겨나는 것처럼 우리네 삶의 무늬도 그와 같이 변한다. 슬픔이 즐거움이 되기도 하고, 가난이 풍요로 바뀌기도 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내 삶의 통나무를 잘라보고 찍어보고 깎아보면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나라로 들어가는 통과사증을 받을 수 있다

사람의 몸은 아주 놀라울 정도로 적은 영양분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이미 용도가 폐기된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한 번도 쓰지 않은 것들이 쓰레기나 다름없이 보관되어 있다. 그중에는 아주 오래전에 잊힌 물건들이 치매에 걸린 노인처럼 누워 있기도 한다.

버려야 한다. 우리도 아이처럼 매일 자란다. 그러니 조금 전까지 통했던 상식과 지식들이 쓸모없는 것으로 변한다.

우리를 괴롭히던 고정관념들, 집념이나 원한도 모두 버려야 한다.

샘물은 퍼 써야만 새 물이 고인다. 고여 있는 지식도 퍼내야 새로운 생각이 새 살처럼 돋는다.

사람들이 자신을 매장하기 위해 던진 비방과 모함과 굴욕의 흙이 오히려 자신을 살린다. 남이 진흙을 던질 때 그것을 털어버려 자신이 더 성장하고 높아질 수 있는 영혼의 발판으로 만든다.

뒤집어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삶에는 거꾸로 된 거울 뒤 같은 세상이 있다. 불행이 행이 되고, 행이 불행이 되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변화가 있다. 우물 속같이 절망의 극한 속에서 불행을 이용하여 행운으로 바꾸는 놀라운 역전의 기회가 있다.

착오가 1930년대에 밝혀져 수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뽀빠이 신화가 오늘날까지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 있다는 점이다. 시금치를 과도하게 먹으면 근육이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신장에 결석증이 생긴다는 의학적 진실 앞에서도 뽀빠이 신화는 꺾이지 않고 세계를 제압하고 있다.

소수점 한 자리를 잘못 친 데서, 글자 한 자를 바꿔 읽는 데서 우리가 생각할 수 없었던 허구의 세계가 창조된다.

풀은 무엇인가를 붙이는 접착력이 생명이다. 붙지 않는 풀은 이미 풀이 아니다. 그러나 약품을 잘못 혼합하여 붙었다가도 떨어지는 불량 풀이 만들어졌을 때 3M 같은 메모지용 풀이 발명된 것이다.

Salvador Dali나 뒤샹Marcel Duchamp 같은 초현실주의 화가처럼 혹은 신문지의 글자들을 모아 시를 쓴 미래파 시인들처럼 우연을 잡아라. 그리고 허구의 F를 향해 낚싯줄을 던져라.

인간은 벽을 만들었다. 허허벌판에선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벽 속에서는, 감옥이나 동굴에서처럼 살아갈 수 없다. 벽에 의지하고 벽에 반발하는 앰비버런스ambivalence(모순)에서 회화가 생겨난다.

어원적으로도 그림이라는 말, 긁는다는 말, 그리고 글이라는 말, 그리고 그리움이라는 말, 그것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그림은 긁는다에서 나온 말이다.
그림은 그리움에서 나온 말이다.
그림은 글에서 나온 말이다.
벽을 긁는 글과 그림과 그리움은 벽을 넘는다.

쥐가 1988년 미국에서는 정반대로 암을 비롯해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하버드 마우스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1544년 미국 대륙에 처음 침입한 지 440년 만에 생물 특허 제1호를 얻은 하버드 마우스야말로 BT시대가 열리고 지재권의 문이 활짝 열렸음을 상징한다.

특허품이 된 쥐는 한 마리에 100달러씩 팔린다. 그러니 우글거리는 쥐, 쥐덫을 놓아 잡기가 바쁜 쥐를 지식재산 마우스로 만들어놓으면 한 마리당 100달러씩 벌어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외짝 신발을 우리는 안다. 달마의 신발이다. 면벽面壁 참선하던 달마, 양梁나라 무제武帝의 부덕과 오만함을 간하다 죽음을 당한 달마, 그리고 관 속에서 다시 살아나 신발 한 짝만 남기고 서쪽으로 떠나간 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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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100% 페이백]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 엘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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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냈지. 난 원래 속도를 즐겨. 과속하지 않을 거면, 속도의 현기증을 즐기지 않을 거면 자동차를 뭐 하러 가지고 있지? 엘리만을 찾아다니는 동안에는 그런 과속 취향이 더욱 정당해 보였어

화려함과 비참함의 모든 과잉이 보이는 곳이든 보이지 않는 곳이든 가능한 모든 공간을 빈자리 하나 없이 채웠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나의 가짜 가벼움을 아이다는 곧바로 알아차렸을 터다.

평소에 두려움을 신중한 지혜로 꾸밀 때, 사실은 뒤로 물러서면서 앞으로 나서는 척할 때 가장 유용한 프랑스어 시제라고 생각해온 조건법을 사용했다.

미래형으로 주어진 마지막 문장이 아이다의 상태를 말해주었다.

모든 혁명은 몸으로 시작하고, 아이다의 몸은 들고일어나는 도시, 불타고 있는, 재를 남기지 않고 타버릴 도시이고, 나는 그 도시에서 투쟁한다

사회적 고통이라는 문제 앞에서 글쓰기의 문제가 어떤 무게를 지니겠는가?

절대적인 존엄성의 갈망 앞에서 절대적인 책을 찾는 일이, 정치 앞에서 문학이, 파티마 앞에서 엘리만이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아이다에게도 거짓말을 했다. 휴가를 보내려고, 가족을 만나려고 왔다고 했다.

작품 전체가 ‘우리’를, 조국을, 기원의 문화를, 기다리는 ‘가족’을, 자신의 소속을 배신하고 나아가 죽이는 이야기이다.

소리 없이 고요하게 태풍이 분다.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이 지나가듯이, 영원한 부동성의 환상 속에서 지나간다. 아무것도 파괴되지 않았어도 더 이상 진정으로 서 있는 것은 없다

시간을 벗어난 일 초가 아니라 시간아래의 일 초였지.

그가 날개를 영혼에 꽉 붙이고 있는 건, 날개를 펴게 되면 물건들을 다 떨어뜨리고 균형을 깨뜨릴까봐 그랬던 거야

우린 여기 있고 할 말이 없다,

난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을 꿈꿔. 인간의 껍질은 너무 무거우니까…

폭풍 전야의 고요는 없다. 진짜 폭풍은 늘 자기 자신보다 앞서간다. 폭풍은 자기 존재를 알리는 스스로의 밀사이다.

나는 공기가 되고 싶어. 영원히, 가볍고 상쾌한 바람이 되어 사물들과 인간들 위로 아름답게 떠다니고 싶어.

원하지 않아도 날개가 밤의 치명적인 장기를 건드리고 어쩌면 밤의 배를 가르게 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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