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 같은 기계들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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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부디 기억하라, 우리가 살아가는 법칙을,
우리는 거짓말을 이해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러디어드 키플링, 「기계들의 비밀」

그게 최악이었다. 아이를 괴롭히는 장본인이 아이에겐 유일한 안식처이기도 했다.

나는 성격이 하나의 껍데기처럼 그의 논리정연한 사고를 에워싸고 통제하는 것은 아니며, 그의 기만은, 만약 그게 그가 보인 행동의 동기라면, 이성의 하류에 살고 있지 않음을 알았다.

나와 협력하고자 하는 그의 합리적 충동은 빛의 절반 속도로 그의 신경망에 고동쳐 퍼졌을지도 모르나, 갓 고안된 페르소나의 논리게이트에서 갑자기 제동이 걸리진 않았을 터였다. 대신 그 두 요소는 메르쿠리우스의 지팡이에 조각된 뱀들처럼 근원부터 뒤엉켰다.

아담은 성격의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보고 이해했으며, 그의 성격은 객관화하는 이성과 그것의 끊임없는 업데이트에 이용되었다.

그의 이익을 위하여 실수의 반복을 피하고 나에게 정보를 감추는 과정이 동시에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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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도둑맞은 자전거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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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무늬의 호랑이가 숲의 빛과 그림자와 완전히 동화된 채 나뭇가지를 따라 느릿느릿 걷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아무런 감정도 호기심도 담지 않은 호박색 눈동자로 압바스가 숨어 있는 천막을 흘긋 보았다.

그 순간 그는 온몸의 솜털이 바늘처럼 가닥가닥 일어나 살갗을 뚫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선홍색 피를 운반하는 커다란 심장이 갈비뼈 사이에서 메추리처럼 파닥거렸다.

밀림은 이처럼 찬란하고, 죽음도 이처럼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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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레이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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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세월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건
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내 말이 진실임은 신이 아실 터.
? 윌리엄 모리스, 「귀네비어를 위한 변론」


나에게는 심판의 장(場)이 없다.
? 에밀리 디킨슨, 『서간집』

나는 빛이 무엇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빛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는 말할 수 있다…….
빛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빛은 무엇일까?
? 유진 마레, 『흰개미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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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타오르는 질문들 - 마거릿 애트우드 선집 2004~202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재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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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A가 침팬지 B를 도와 함께 침팬지 C를 공격한다. A는 다음번엔 자신이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만약 A가 도움이 필요할 때 B가 돕지 않으면, A는 격분해 악을 쓰며 성질을 부린다. 그들 사이에 일종의 내적 거래 장부가 작동하는 양상이다. A는 B가 자신에게 빚을 졌다는 것을 온전히 감지한다. B 역시 그것을 감지한다. 또한 침팬지 사회에도 명예 부채(debtofhonor)가 존재하는 것으로 관찰된다.

호혜적 이타주의는 인간 정서뿐 아니라 인간 인지의 질감까지 빚은 것으로 짐작된다. 진화심리학자 레다 코스미데스(LedaCosmides)는 게임이 사회적 교환의 형태로 제시됐을 때, 특히 게임의 목적이 상대의 속임수를 알아내는 것일 때, 사람들이 난해한 논리 퍼즐도 곧잘 푼다는 것을 알아냈다

남이 너에게 하는 대로 하라

처음 만났을 때는 일단 우호적으로 대하고 차후에는 상대가 했던 대로 대응하는 전략, 즉 선은 선으로, 악은 악으로 갚는 전략은 경기장이 평평할 때만 승리 전략이 될 수 있다

전쟁에서 승리한 자들이 법을 만들었고, 승자의 법은 그들이 꼭대기를 차지한 계층적 사회구조를 정당화함으로써 불공평을 명예의 사당에 안치했다.

디킨스의 은밀한 의도는 따로 있었다. 한때 이 작품의 가제였던 ‘쇠망치(TheSledgehammer)’가 암시하듯, 그의 의도는 그가 열중했던 사회정의를 향한 작은 문학적 봉기였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읽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스크루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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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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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더러 소리 없이 울었다고 했지만, 나는 속으로 엉엉 울었다. 나는 속으로 테리사와 함께 비명을 질렀고, 울고 울고 또 울었다.

주위에서 신음하고 울고 욕하고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에게는 외국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나는 턱수염 난 경비병을 곡괭이로 죽이려 하다가 그만 기절할 때까지 전기 충격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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