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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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마찬가지예요. 죽어도상관없어요. 실은 죽었으면 좋겠어요. 오래 걸리지만 않는다면."
그가 올리브를 향해 숱이 없는 머리를 돌리고 그 파란 눈으로 피로한 듯 올리브를 들여다보았다. "난 혼자 죽고 싶지 않아요."
"망할. 우린 늘 혼자예요. 혼자 태어나서, 혼자 죽지. 혼자 죽은들 뭐가 다르담?

매일 아침 강변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 다시 봄이 왔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봄이, 조그만 새순을 싹틔우면서.
그리고 해를거듭할수록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봄이 오면 기쁘다는점이었다.
물리적인 세상의 아름다움에 언젠가는 면역이 생기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고, 사실이 그랬다.
떠오르는 태양에 강물이 너무 반짝여서 올리브는 선글라스를 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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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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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공식에서 예측되는 공허 속에서 우주의 기본 매개변수들은 성질이 뒤바뀌었다. 공간은 시간처럼 흘렀고 시간은공간처럼 늘어났다. 이 왜곡은 인과 법칙을 바꿨다.

기현상은 특이점의 내부에 국한되지 않았다. 특이점 주변에는 한계가 존재했는데, 이 장벽은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의미했다.
이 선을 넘으면 행성 전체로부터 작디작은 아원자입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체가 영영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바닥 없는 구덩이에 떨어진 것처럼 우주에서 사라질 것이다.
수십 년 뒤 이 한계는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으로 명명되었다.

빛은 특이점에서 결코 탈출할 수 없으므로
우리의 눈은 특이점을 볼 수 없다.
우리의 정신 또한 특이점을 이해할 수 없다.
특이점에서는 일반상대성 법칙이 여지없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물리학은 아무 의미도 없어진다.

지원이 소진되면 충분히 무거워진 항성은 붕괴할 것이다.
분열이나 회전, 복사 때문에 질량이 감소하지 않는다면
이 수축은 무한히 계속될 것이다.
그러면 슈바르츠실트가 예언한대로 공간을 종잇장처럼 구기고 시간을 촛불처럼 끌 수 있는 블랙홀이 형성되며,
이것은 어떤 자연법칙이나 물리적 힘으로도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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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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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신과 세상 사이에놓여 있던 막이 찢겨나간 것만 같고, 모든 것이 가깝고 무섭게느껴졌다.
베시 데이비스는 언제나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얼굴에 외로움이 상처처럼 배어 있었다.
‘난 아냐, 난 아냐’라는 말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예쁘장한 니나 화이트가 마리나의 카페 밖에서 티모시 버넘의 무릎에 앉아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생각했다. 넌 아냐, 넌 아냐, 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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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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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활약으로 탄생한 살충제를 가지고서 나치가 몇 년 뒤 자신의 이복 여동생, 매부, 조카들을 비롯한 수많은 유대인을 살해할 것임은 알지 못했다.
그들은 가스실에 웅크린 채 근육이 경련하고 피부가 빨간색과 초록색 반점으로 덮이고 귀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입에서 거품을 토하며 죽었다.
몇 분 몇초라도 더 숨쉬려고 젊은이들은 아이들과 늙은이들을 짓밟으며 알몸의 무더기를 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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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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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가스 냄새가 감돌았다. 남은 덤불 몇 그루에도 냄새가 걸려 있었다. 프랑스 전선에 당도하자 참호는 비어 있었지만 800미터 앞에 프랑스 병사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믿을 수없었다. 영국인도 몇 명 보였다. 병사들이 숨을 쉬려고 얼굴과 목을 손톱으로 할퀸 것을 볼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총을쏜 사람들도 있었다. 아직 마구간에 있던 말, 소, 닭, 모든 것이 모조리 죽어 있었다. 모든 것, 심지어 곤충까지도 죽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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