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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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으로 동요될 만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덤덤한 모습이 그랬고, 윤희가 말을 할 때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모습이 그랬다.

"윤희야, 엄마 양말 좀 벗겨줘. 엄마는 있잖아, 우리 똥강아지들이 너무 좋아."

주희는 일주일간 유기정학을 당하고 학교 청소를 하는 벌을 받았고, 윤희는 처벌의 수준에 감사해야 했다.

주희는 피하지 않았다.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들을 맞으며 울고 있었다.

나도 알아, 그 마음. 윤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혼자를 견디지 못하고 사람을 찾게 될 때가 있잖아.

알면서도 왜 네가 그러고 지내는 모습을 견디기 힘들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주희는 윤희에게도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가위로 오려 만든 종이 인형은 드레스를 입고 파티를 다녔다

요술 본드를 작은 빨대에 묻혀 후 불면 투명한 공을 만들 수 있었다

심심해서 불던 리코더에서는 침이 똑똑 떨어졌고,

백원짜리 쌍쌍바는 늘 공평하게 나눠지지 않았다

어린 시절은 다른 밀도의 시간 같다고 윤희는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 함께 살고 사랑을 나눈 사람과는 그 이후 아무리 오랜 시간을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끝끝내 이어져 있기 마련이었다

기다림은 언제나 가슴이 뻐근할 만큼 고통스러운 즐거움이었다.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이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그 기도들은 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그 기도들은 기도 나름대로 계속 자기 길을 가는 거지, 세상을 벗어나서. 그게 어디든 그냥 자기들끼리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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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피라미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4
윌리엄 골딩 지음, 안지현 옮김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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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음산한 표정으로 내 머리 위로 방을 가로질러 보는 남자의 사진이었다.

연주하는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잔인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그 연주자에게 잔인해질 필요가 있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자세만큼 잔인한 건 없다

천상을 향한 악기 소리만이 그 자세를 정당화할 수 있다.

나는 그대로 벽에 붙어 있었고, 어두움과 외딴 곳의 얼음장 같은 차가움이 내 살갗과 머리칼에 들러붙었다.

그동안 바운스는 진정한 음악가로서 젊은 시절 자신의 고난과 나의 자유분방한 삶을 대비하면서 나를 민망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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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피라미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4
윌리엄 골딩 지음, 안지현 옮김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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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사람들 가운데 있다면 자신을 위해
마음의 시작이자 끝인 사랑을 창조하라

계속해서 내리는 빗물에 초록 잎들이 떨어져 웅덩이 여기저기 떠다니고 있었다.

가끔씩 나를 내 의식 바깥으로 끄집어낸 것은 오직 창가에 물이 자갈처럼 날아와 부딪히는 갑작스러운 소리뿐이었다.

필요한 모든 힘이 있고 아무런 방어막이 없다.

내가 뭔가를 했어야만 했다. 이제는 이미 늦었다.

나는 어떤 핑계를 대고 이비가 일하고 있을 접수실 사이로 들어갈 수 있을지 문 옆 벽에 기대어 궁리했다.

소문이 무성한 허리띠 그리고 내가 그로부터 그녀를 구해 줄 수 있는 기회를 떠올렸을 때 긴장감과 흥분 사이에서 숭고한 동정심이 조금 들기까지 했다.

비상사태였다. 이비가 귀가하기 전에 그녀를 만나야만 했다.

진부한 질문을 처음으로 탐색하게 되자 난 움찔했다. 어떻게 그런 아버지에게 저런 딸이 태어났을까?

그들은 나란히 길을 걸어갔고 부인은 딸의 어깨에 온갖 잔소리를 퍼부었다.

다리란 땅에 충분히 닿기만 하면 됐지, 또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난 단지 그가 다니는 기숙학교와 그가 장래가 유망한 크랜웰 대학 입학생이란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빨간색 오토바이가 부러웠을 뿐이다.

이완 선생님의 아들이 배버컴 중사의 딸을 아버지 차에 태워 데리고 갈 수 없다는 것은 이해했다.

이비는 그녀의 금 십자가를 원했다. 나는 이비를 원했다

우리의 유기된 역사의 잔재인 수많은 기타 직종을 맡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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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열린책들 세계문학 200권 세트
어니스트 헤밍웨이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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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언니의 일을 거들어준 댓가겸 크리스마스 선물겸으로 받고싶은걸 말하라기에 얻은 세트!!
책이 그리 좋냐며 ㅎㅎ
책이 제일이지 제일이고 말고 암만!!
물론 77권 빼고는 읽기도 했고 활자책으로 소장도 하고 있지만
책장도 비울겸 눈이 안좋아져 크기도 키워서 읽을겸 전자책으로만 구매중인데 와중에 적격이던 소장가치 충분한 더군다나 선물로 받는 거라면 더더구나 만족도는 최상일수 밖에 없는 세트책..
혼자 룰루랄라 종일 신나했네
이제 재독도 해가면서 앍기만 하면 되니 뭔가 배부른 듯한 포만감에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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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26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언니👍👍
냥이님 시력도 소즁😍

어쩌다냥장판 2022-12-26 14:56   좋아요 1 | URL
그저 던져본 말인데 정말로 사줄줄은 생각 못했네요 그보답으로 텀블러 잃어버렸다기에 사줬어요 ㅋㅋㅋ 저는 가난하기에
암턴 내내 기분 좋았어요 ^____^
 
[eBook] 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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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된 근육과 뇌는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를 기다리는 운동선수처럼 자발적으로 긴장했다.

행복을 위해 태어나고 길러진 여자가 행복을 거부해버린 남자에게 묶여 살아야 하다니 개탄스러웠다.

거대한 종려나무 화분에 가려 자칫하면 보이지 않았을, 관처럼 생긴 전화부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레이스 오루크는 굴욕을 참으며 잠시 섰다가 울음을 터뜨리며 출구로 갔다.

미스 저스트는 길길이 날뛰며 화를 냈다. 반 아이들이 없었다면 미스 펜더개스트에게 화풀이를 했을 것이다.

뉴욕의 어떤 면모가 그에게서 주도적 의욕을 모조리 앗아가버린 걸까?

몹시 추운 날이었지만, 방범 철망 뒤의 키 큰 창문들은 방문객들에게 학교의 훌륭한 위생 습관을 과시하고자 활짝 열어 젖혀져 있었다.

불길은 처음에 흐리고 열렬하다가 붉은빛이 감도는 노란색으로 변했다

미스 저스트는 호루라기로 귀가 찢어지는 굉음을 불고 잘못한 아이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대열은 정 위치로 얼어붙었다.

여자아이들이 자기 명령에 반응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음침한 쾌감을 느꼈다

미스 저스트는 반 학생들의 수행에 완벽한 혐오감을 표시했고, 월요일 방문객 참관 때 발전에 없다면 무서운 벌을 받을 거라고 협박했다.

그녀가 투영하는 삶의 방식이 연금술처럼 세계를 완전히 딴판으로, 그러니까 훨씬 더 아름다운 공간으로 바꿔버렸다.

끔찍한 호루라기 소리가 또다시 비명을 올렸고, 미스 저스트가 반의 이 구석 저 구석을 돌아보며 험상궂게 인상을 쓰자 아이들의 표정이 다시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저녁이면 아내와 친구들과 마음 편히 즐기며 에너지를 얻어 이른 새벽까지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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