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으로 동요될 만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덤덤한 모습이 그랬고, 윤희가 말을 할 때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모습이 그랬다.
"윤희야, 엄마 양말 좀 벗겨줘. 엄마는 있잖아, 우리 똥강아지들이 너무 좋아."
주희는 일주일간 유기정학을 당하고 학교 청소를 하는 벌을 받았고, 윤희는 처벌의 수준에 감사해야 했다.
주희는 피하지 않았다.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들을 맞으며 울고 있었다.
나도 알아, 그 마음. 윤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혼자를 견디지 못하고 사람을 찾게 될 때가 있잖아.
알면서도 왜 네가 그러고 지내는 모습을 견디기 힘들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주희는 윤희에게도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가위로 오려 만든 종이 인형은 드레스를 입고 파티를 다녔다
요술 본드를 작은 빨대에 묻혀 후 불면 투명한 공을 만들 수 있었다
심심해서 불던 리코더에서는 침이 똑똑 떨어졌고,
백원짜리 쌍쌍바는 늘 공평하게 나눠지지 않았다
어린 시절은 다른 밀도의 시간 같다고 윤희는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 함께 살고 사랑을 나눈 사람과는 그 이후 아무리 오랜 시간을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끝끝내 이어져 있기 마련이었다
기다림은 언제나 가슴이 뻐근할 만큼 고통스러운 즐거움이었다.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이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그 기도들은 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그 기도들은 기도 나름대로 계속 자기 길을 가는 거지, 세상을 벗어나서. 그게 어디든 그냥 자기들끼리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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