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cite mill 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인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는 최근 데뷔작인 고전부(古典部) 시리즈. 빙과(氷菓)가 애니메이션화 됨으로서 많은 인기를 얻고있습니다. 그를 처음 접하게 된 덧없는 양들의 축연(儚い羊たちの祝宴)이라는 책은 그의 어두운 매력을 잘 나타낸 엔터테인먼트 호러 소설이었지만 충격적이거나 특별한 점은 눈에 띠지 않아 범작을 써내는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사실 이 The Incite Mill도 친구가 선물해주지 않았다면 읽어보지 않았을 책인데 "너 이 작가 알아?" "응" "누군데?" "니가 모르는 사람" "그럼 사줄게 너 가져" "으응...?"이라는 아직까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과정을 거쳐서 제 손 안에 들어왔습니다.


 시급 112,000엔을 준다는 굉장히 수상쩍은 구인 광고에 넘어가 암귀관이라는 폐쇄 공간에 갇힌 열두 명의 참가자들이 벌이는 살인 게임. 암귀관의 규칙인 '십계'와 참가자들에게 주어지는 살인 도구, 폐쇄된 비밀 공간, 암귀관의 주인이 준비한 게임. 이 모든 설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진행됩니다.


 사실 살인 게임이라는 소재는 고전 미스터리 작품에서부터 꾸준히 등장해온 아주 흔하고 흔한 소재이지만 그것이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의 엔터테인먼트와 만나자 훌륭할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이 되었습니다. 유키 리쿠히코라는 주인공과 스와나 쇼코라는 미녀가 만나 구인 광고 잡지를 읽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도저히 살인 게인 소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쾌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다른 물건에 빗대어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의 글 솜씨에 초반부터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대부분의 미스터리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범인은 누구인가?"하는 물음은 이 소설에서 한층 특별한 구조로 다가옵니다. 살인 게임이 시작되고 방송에서는 이런 말이 흘러나옵니다.


 "다른 사람을 살해했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살해당했을 경우. 다른 사람을 살해한 사람을 지목했을 경우. 다른 사람을 살해한 사람을 지목한 사람을 도왔을 경우. 여러분은 보다 많은 보수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즉 이 살인 게임에서는 단순히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죽인 범인을 추리하여 찾아내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타인을 죽이고, 그 죽인 범인을 찾고, 범인을 찾는 탐정을 도와주는 과정이 스릴있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 보수의 액수 부분에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산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오류가 있었습니다. 133*112,000은 44,688,000인데 책에서는 44,668,000으로 오타가 나있더군요. 마지막 액수인 330,500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분명 부족한 돈은 44,416,000이었고 거기에 남은 330,500을 더하면 44,746,500. 즉 58,500의 오차가 생기고 780으로 나눠보면 75시간???. 분명 158-133=25시간인데 말이죠. 이건 읽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헛소리였습니다.


 -하지만 유키는 아직 한번도 사치를 부린 적이 없다.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 특유의 캐릭터성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치 오츠이치(乙一)의 GOTH나 니시오 이신(西尾維新)의 헛소리 시리즈 같은, 그만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유키 역시 무언가 일반인하고는 다릅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며 주변을 돌아보고 마지막에는 무언가 해내는 모습이 매력적입니다. 아직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고전부 시리즈의 원작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시작인 '빙과'의 주인공 역시 특별합니다.


 덧없는 양들의 축연(儚い羊たちの祝宴)에서도 보여줬듯이 이 인사이트 밀(Incite mill)에서도 많은 고전 미스터리 작품들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갑니다. 그 작품들을 모두 읽어봤다면 그 상징성에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겠지만 등장하는 책들을 하나도 읽어보지 않은 저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었네요. 이전에도 느꼈지만 '분위기를 파악할 줄 모르는 미스테리 매니아'는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담이지만 정발판 제목은 The Incite Mill이라는 선동하다(Incite)와 주먹질하다(Mill)이 합쳐져 싸움을 만들어낸다는 영어 제목. 'The Incite Mill'로 출판되었지만 일본어판 제목인 인시테미루(インシテミル)는 '빠지다, 몰입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중에서 주인공인 유키가 암귀관의 주인을 두고 '분위기 파악할 줄 모르는 미스터리에 푹 빠져있는 주인'이라는 묘사를 하죠. 즉 이 제목은 영어 제목과 일본어 제목을 합쳐서 '미스터리에 완전 몰입해있는 주인이 살인 게임을 만들어냈다.'라는 의미가 있는겁니다. 유키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제목이군요.


 이 인사이트 밀(Incite mill)이라는 책을 통해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라는 작가에 대해서 다시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분위기 자체만 보자면 신본격의 라인을 따라가지만 등장하는 소재만 보자면 고전 미스터리나 본격 미스터리의 요소가 듬뿍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인간의 잔혹한 내면을 보여주고 베일에 감싸인 듯 한 어두운 매력을 드러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입가에 웃음이 지어질 정도로 유쾌한 엔터테인먼트 소설, 혹은 '빙과'처럼 라이트노벨 같은 재미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계산 부분에서 다소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고, 정작 살해 방법이나 드러나는 범인은 시시했지만 마무리가 굉장히 인상깊었던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동기나 개연성 부분에서는 아쉽기도 했지만 작품 안에 독자를 끌어당기고 끝까지 읽게 만드는 흡입력이 감탄스러웠습니다.



 뭔가 구구절절 적다보니 주제를 알 수 없는 감상이 되어버렸군요. 요컨대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혹은 수상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신본격 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한다면 한번 쯤 읽어봐도 좋은 작품입니다.


 호노부 작가의 데뷔작인 고전부 시리즈가 조만간 정발된다는 소문이 있어 너무 기대중입니다. 빨리 읽고 싶네요. 만화는 정발 되었는데 정작 원작 소설이 아직이라니요.ㅠㅠ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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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매스커레이드 호텔(マスカレ-ド.ホテル)을 재미있게 읽어 관심이 생기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의 최신작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ナミヤ雜貨店の奇蹟)을 구매해 읽었습니다. '기적을 추리해낸다'라는 타이틀과 밝아 보이는 표지의 느낌이 좋기도 했고 +Jaeho Jeong 님의 호평도 있고 해서 설레였습니다.


 30여년 동안 비어 있던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 든 고헤이, 쇼타, 아쓰야 도둑 3인방. 이전보다 한층 낡아 보이는 집의 상태에 의아해하며 숨어 든 것도 잠시, 갑작스럽게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도착한 고민 상담 편지. 그 편지가 과거에서 도착한 편지인 것을 알게 된 세 사람은 시간이 멈춘 나미야 잡화점에서 상담 편지에 답장을 보내며 기적을 일으킵니다. 세 명의 도둑이 서로 투닥거리면서도 한참 과거에서 도착한 편지에 대한 관심을 끊지 못하고 계속해서 답장을 보내는 초반 이야기가 재미있어 시작부터 술술 읽어 내려갔습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マスカレ-ド.ホテル)에서도 느꼇지만 이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ナミヤ雜貨店の奇蹟)은 매스커레이드 호텔(マスカレ-ド.ホテル)보다 훨씬 추리 요소가 옅습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マスカレ-ド.ホテル)은 그래도 형사와 범인이라는 추리 소설의 구성을 따르고 있었던 반면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시공간을 초월한 판타지적 소재를 통해 과거의 사람들과 편지로 대화를 나누는 스토리에서는 추리라고 할만한 요소가 별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본격 추리 소설보다는 한 편의 휴먼 드라마나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써내는 신본격 작가라는 느낌을 이번에도 이어갑니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합니다."


 세 명의 도둑이 숨어 든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공간을 제외하자면 이 소설은 다섯 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단편집과 같습니다. 암에 걸려 시한부를 선고받은 사랑하는 이와 올림픽 출전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자. 생선가게를 물려받는 일과 음악의 길 사이에서 고민하는 남자. 과거 나미야 잡화점에 얽힌 사연. 아버지의 회사가 부도나고 가족이 야반도주를 하게 되어 고민하는 소년. 그리고 경제력을 얻기 위해 호스티스 일과 회사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자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지루하지 않게 읽었고 어딘가 유쾌하면서도 감동을 전해주는 좋은 이야기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야기 하나 하나만 보자면 뻔하고 흔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나미야 잡화점과 환광원이라는 아동보호소로 모이며 과거와 현실, 그 사이에 있는 많은 등장 인물들이 이어지며 결국 다시 세 도둑들에게 돌아오는 마무리는 놀랍고 교훈적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감상은 그럭저럭 볼만한 평범한 좋은 책이라는 정도입니다. 그럭저럭 재미도 있고, 교훈, 감동이 더해진데다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대중성도 더해진 좋은 소설이지만 식상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전에 읽었던 매스커레이드 호텔(マスカレ-ド.ホテル)쪽이 더 재미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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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 레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4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어제 새벽에 혼다 테츠야(誉田哲也) 작가의 히메카와 레이코(姫川玲子) 형사 시리즈 1권. 스트로베리 나이트(ストロベリ-ナイト)를 모두 읽고 난 후의 전율을 잊지 못하고 함께 구매했었던 히메카와 레이코(姫川玲子) 형사 시리즈 4권인 인비저블 레인(インビジブルレイン)을 펼쳤습니다. 인비저블 레인(インビジブルレイン)은 2013년에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어 한층 더 설레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단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스트로베리 나이트(ストロベリ-ナイト)에서의 그 자극적이면서도 감동과 액션이 들어있던 속도감 있는 전개는 어디가고 후반부까지 계속해서 지루함을 안겨주는 식상한 이야기는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근친상간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9년 전 죽은 가족의 복수를 꾀하는 범인이 일으킨 사건도 있었지만 인비저블 레인(インビジブルレイン)의 주제는 사건이나 그 사건을 추리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를 덮으려는 상부의 압력에 단독 수사에 나서는 여형사와 사건에 연관되 있는 조직폭력배의 금지된 사랑입니다. 오히려 충격적이었어야 할 사건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시시하게 마무리 되었고, 그나마 재미있던 부분이 사랑 이야기였는데 그것조차도 대단히 식상합니다. 읽는 내내 사건과 책의 주제가 따로따로 논다는 느낌을 받아 구성면에서도 아쉽더군요.

 스트로베리 나이트(ストロベリ-ナイト)에서 빛났던 개성적인 캐릭터들도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지루한 부분을 특유의 강한 사투리와 개그로 살살 녹여줬던 이오카도 얼굴만 비추는 수준이었고 이야기의 대부분이 레이코의 단독 수사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애초에 등장 인물이 몇 없었습니다. 레이코의 매력이라도 잘 보여줬으면 모르겠는데 스트로베리 나이트(ストロベリ-ナイト)에서 보여줬었던 내면의 어두움이나 매력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느낌입니다. 그나마 진실을 밝히고 자리에서 깔끔하게 물러나는 와다와 이마이즈미, 하시즈메의 마지막 장면과 사투리를 쓰는 매력적인 우치다 타카요 정도가 매력적이더군요.
  레이코가 이시쿠라에게 존댓말을 쓰는 등 스트로베리 나이트(ストロベリ-ナイト)에서와 캐릭터가 달라진 느낌도 받았습니다.

 히메카와 레이코(姫川玲子) 형사 시리즈라는 타이틀과 다르게 경찰 소설이라기보다 로맨스 소설에 가까운 새로운 시도는 좋았지만 스트로베리 나이트(ストロベリ-ナイト)가 뒷맛은 아쉬웠지만 짜릿하면서도 감동받을 정도로 달콤한 맛이었다면 인비저블 레인(インビジブルレイン)은 싱겁고 밋밋한 맛의 책이었습니다.


 딸기밤을 읽고 난 직후라서 그런가요... 너무 기대를 했는지 기대한만큼 좌절을 맛봤습니다. 지루하게 반정도 읽었을때는 '이 이후의 반이 재미있겠지?'하며 계속해서 읽어갔지만 포텐이 터지는 부분이 없더군요. 끝까지 꾸준히 지루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니 어제 지른 레이코 시리즈 2권인 소울 케이지를 괜히 질렀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ㅠㅠ
 그렇다고 완전 재미없지는 않은게 딸기밤에 비해 실망했다는 것이지 작품 자체는 평작 수준은 됩니다. 마키타와 레이코가 서로에게 끌리는 장면이라던지... 그런 부분은 볼만합니다. 정작 중요한 사건 자체는 비중이 없었다는 느낌이라 이게 어떻게 영화화될지 걱정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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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 나이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1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혼다 테츠야(誉田哲也)는 최근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입니다. 대표작인 히메카와 레이코(姫川玲子) 형사 시리즈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2012년 오리콘 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여줬고 최근에는 히메카와 레이코(姫川玲子) 형사 시리즈 4권인 인비지블 레인(インビジブルレイン) 이 2013년에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될 예정이기도 합니다. 사실 경찰 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무언가 있을 법한 뛰어난 디자인의 표지와 스토리에 이끌려 히메카와 레이코(姫川玲子) 형사 시리즈의 시작인 스트로베리 나이트(ストロベリ-ナイト)를 손에 잡았습니다.

 이야기는 한 살인사건으로 시작합니다. 역겨움을 일으키는 강렬한 묘사에 순식간에 빨려들어갔습니다. 살인에 이르게 된 동기와 살인 후 시체를 불태우는 과정의 그로테스크함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 나오는 주인공. 히메카와 레이코(姫川玲子)와 경찰들이 펼쳐나가는 고리타분한 취조와 증거 수집, 범인 찾기는 취향에서 멀었습니다. 경찰 소설 다운 현장감이나 사실감은 있었지만 느낌이 좋았던 첫 부분과는 다르게 루즈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결국 흔한 경찰소설인가...'하는 생각을 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지루하게 읽어 내려가는데 100페이지도 되지 않아서 한번 더 분위기가 반전합니다. 경찰 소설이라기 보다 싸이코패스 소설같은 소재가 펼쳐집니다. 점점 잠에 빠지려고 하던 정신이 번쩍 들면서 순식간에 몰입하여 끝까지 읽어나가게 됩니다. 주인공인 레이코와 함께 사건을 따라가다가 직면하게 된 '스트로베리 나이트'라는 소재가 놀라웠습니다.

“나중에 눈치 챈 일인데요. 살해당하는 사람은 쇼에 참가하는 관객 중 한 사람이에요.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에 언뜻 본 여자의 치마와 무대에서 살해당하는 여자가 입은 치마가 같다고 느낀 적이 있었어요. 아마도 공연장에 들어가는 통로가, 그 검은 막으로 만든 터널이 운명의 갈림길이었겠죠? 거기서 납치를 당해 무대 위로 갈지 아래로 갈지 운명이 갈리는 거죠.그걸 깨달았을 때엔 정말 무서웠어요. 그런데요. 그래도 또 가고 싶더라고요. 아니, 오히려 그 욕망은 더 커져만 갔어요. 오늘 내가 무대에 올라가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겨도 가야만 했어요. 무사히 관객석으로 들어갔을 때의 그 안도감이란. 나였을지도 모르는 저 제물이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어져서 핏덩이가 되어 죽을 때 느끼는 그 한없는 우월감은 말도 못해요. 나는 오늘도 살아남았다. 내일부터 다시 적어도 한 달은 더 산다.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어요. 자기 삶이 잔혹한 죽음과 서로 마주보고 있다고 실감하는 그런 충족감……이었죠. 얼마나 멋지던지. 세상이 넓게 보이더군요.”

 여러 소설에서도 등장했었던 '살인쇼'의 소재. 그리고 그 살인쇼에 참가한 후 한달동안 삶의 의욕을 얻게 되는 참여자들의 심리를 섬뜩하게 그려냈습니다. 속도감있게 진행되는 몰입도 높은 이야기가 전율과 같은 짜릿함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싸이코패스나 섬뜩한 소재가 등장하는 와중에 드러나는 주인공 레이코의 과거는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절망에 빠졌던 레이코가 다시 일어나 싸우게 되는 이유. 함께 경례하는 경찰들의 장면에서는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개성적인 캐릭터들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상처 투성이 과거를 가지고 있음에도 열심히 싸워나가며 직감적인 추리를 해내는 여형사 레이코, 찰진 사투리를 쓰는 웃기면서도 매력적인 이오카가 지루함을 해소해주기도 했고, 꾸준히 노력하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활약하는 오쓰카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무언가 레이코가 엄청난 활약을 할 줄 알았던 것과는 다르게 범인을 추리해 잡는 것이 아니라 범인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듯한 허술한 마무리는 아쉽기도 했습니다.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흠뻑 몰입하여 신나게 달려왔더니 마지막에는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전개라면 어째서 초반의 취조나 범인 찾기 등의 이야기로 지루함을 안겨줬는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고리타분한 경찰 소설인줄 알았더니 싸이코패스 소재에 젖어있는 일그러진 이야기에 경찰 소설의 사실감이나 현장감, 그리고 감동과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엔터테인먼트까지 담은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마무리가 아쉽기는 하지만 시리즈를 모두 읽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더군요. 드라마나 영화도 꼭 한번 보고싶습니다.


 느낌있는 표지 디자인이 정말 좋습니다. 이 표지 디자이너 한 번 만나보고싶네요. 인비저블 레인도 그렇고 표지 디자인이 대단히 감각적이군요. 책 자체도 대단히 만족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허술한 마무리 때문에 그리 구성이 좋다고는 느끼지 못했는데 읽는 내내 몰입하여 결국에는 전율과 같은 재미를 느꼈습니다. 특히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레이코의 과거 장면은...
 반디앤루니스에서 이 책을 구매하여 받았는데 책 상태가 정말 저질이었습니다. 아니 이게 뭐야? 책 상태는 꾸깃꾸깃, 심지어는 책갈피용 끈도 떨어져있고, 하드 커버와 책 내지가 떨어지기 일보직전입니다. 근무하는 곳이 근무하는 곳인지라 교환하기도 어려운데... 가끔 반디에서 상태가 좋지 않은 진열용 책을 보내줄 때가 있더군요. 가격이라도 저렴한 책이었으면 말을 안하지만 이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다른 쇼핑몰과 똑같은 가격이었다구요! 가끔 이럴때마다 화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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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후
기욤 뮈소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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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 최고의 소설 작가 중 한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욤 뮈소(Guillaume Musso)는 감성을 뒤흔드는 문장으로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서술하는 글을 써내는 로맨스 작가입니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감성 짙은 사랑 이야기를 말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액션을 가미해 빠른 템포의 전개를 펼쳐내는 테크닉이 놀라운 반면 뻔하고 식상한 이야기가 단점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7년 후(7ans apres)는 헤어졌던 남녀가 어떤 계기로 인하여 다시 만난다는 기욤 뮈소 특유의 로맨스 소재에 액션 스릴러의 매끄러운 결합을 보여줘 속도감 있는 전개를 펼쳐냅니다. 조금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특유의 몰입감과 흡입력을 맛볼 수 있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며 다시 결합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어느 영화에서엔가 본 듯한 식상함, 예상 가능한 이야기가 약간의 아쉬움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기욤 뮈소(Guillaume Musso)가 쓴 책 치고는 상당히 복잡한 이중 구조에 만족하기도 했습니다.

 만일 아이들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니키와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일 만큼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고. 니키는 그의 최대 동맨군이지만 동시에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이기도 하므로.

 헤어진 부부인 세바스찬과 니키는 아들인 제레미와 딸인 카미유가 사라진 일을 계기로 하여 다시 만나 아들과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살인 사건에 연루되게 되어 경찰에게 쫓기는 스릴있는 추격전을 벌이면서도 자식들을 위하여 포기하지 않는 숨막히는 몇일이 펼쳐집니다. 스팩타클한 액션에 섞인 미스테리 요소, 그리고 그 속도감있는 전개 속에서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서로에 대한 애정을 다시 키워가는 주인공 부부. 세바스찬과 니키의 내면 묘사가 재미있습니다.

 7년 후(7ans apres)는 로맨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는 부분에서 전작인 천사의 부름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천사의 부름이 매끄럽지 못한 전개로 실망감을 안겨줬던 반면 7년 후(7ans apres)는 로맨스와 스릴러에 미스테리, 어드벤쳐 요소를 더해 몰입감을 높혀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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