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 9 - Be on the Next Victim, NT Novel
아사이 라보 지음, 김정규 옮김, 미야기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권두에 실린 센스있는 등장 인물 소개에 책을 펼치자마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나피야 사건은 마무리 되었지만, 가유스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다. 지브와 헤어진 가유스와 유라뷔카라는 강적을 잃고 헤메는 기기나 앞에 나타난 최악의 살인자 집단 '자하드의 사도'의 일원이자 '금강석의 살인자'라 불리는 안헬리오와 '자하드의 사도'들이 등장하여 에리다나 거리에서 살육을 벌이고 가유스를 노린다. 그리고 에리다나 4대 공성주식사 중 한명인 판하이마가 등장하여 일반인의 희생은 생각하지도 않고 길거리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린다. 심지어 '자하드'를 잡았다는 로렌조와 하라일까지 등장하여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그 사이에서 춤추는 가유스와 기기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금까지 읽었던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されど罪人は龍と踊る) 시리즈의 어느 사건보다도 스케일이 크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최근에서야 발매된 12권까지 이 '사도 이야기'가 진행되어 평소 두권정도로 마무리되던 사건들과 다르게 네권에 걸쳐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아사이 라보(淺井ラボ) 작가는 12권으로 '1부 완결'이라고 하던데 그러면 2부는 언제...!


 라이트노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잔인하고,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보여주는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 시리즈지만, 이 처절한 이야기에도 '지브냐'라고 하는 희망이 분명 존재했다. 책의 진히로인이자 가유스의 연인, 위대한 영혼, 항상 정의롭고 아름다운 여인. 가유스는 그녀와 과거의 여인들을 '아름답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두고는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7,8권에서 살짝 드러난 가유스의 과거와 아나피야 사건은 가유스와 지브냐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고 두 사람은 그대로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상처입고 괴로워하던 가유스는 자신을 감싸주는 체레시아라는 여성과 사귀게 된다.


 검은 눈에는 사랑과 고백.

 "여자는 성인의 고귀함을 동경하거나 선망하기는 해도 사랑하지는 않아. 현자의 지혜나 영웅의 힘도 사랑하지 못해. 인간을, 사람만을 사랑하는 거야."

 언젠가 봤던 눈빛의 정체를 알았다. 체레시아의 얼굴에 또 다시 아레시엘, 쿠에로, 지브냐, 아나피야의 얼굴이 겹쳐진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들을 닮았다. 나를 사랑해주는 여자들도 닮았다. 모두가 사람을 깊이 사랑하는 여자들이었다.

 "그래, 사람뿐이야. 다른 여자는 몰라. 하지만 난 당신의 사람다운 점만을 사랑해. 강하지 않은 사람의 상냥함과 용기, 그 약한 점만을 사랑해."


 고급 창부인 체레시아 역시 좋은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상처입은 가유스를 감싸주고, 가유스와 장난을 치고, 데이트를 하며 감정적인 고백을 한다. 특정 인물에게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만들고 최악의 결말을 안겨줘 독기를 뿜어내는 아사이 라보 작가 특유의 테크닉이라는 것은 알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안감과 경계심이 몰아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랑스러운 등장 인물에게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게 슬프다. 분명 결말은 뻔한데도... 작품 전체에서 지브냐가 가유스를 생각하며 고민하는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후반에는 판하이마 주식사무소의 인원들에게 맞서며 정의감을 내세우는 장면까지 그려낸다. 작가가 지브냐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은... 12권까지 갈 필요도 없이 체레시아의 명복을 빌어주자. ㅠㅠ 지못미.


 니시오 이신이 "이 캐릭터 정말 마음에 드는데? ㅡ 죽어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사이 라보는 가유스와 특정 등장인물의 연애 장면을 정말 상세하게 묘사해서 독자들을 몰입시켜놓고 "이 캐릭터 정말 아름답지? 키키키... 곧 죽는다!"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고의성'이라는 부분에서 후자가 전자에 비해서 몇백배 악질이다. 이건 이미 살인자다.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자하드의 사도랑 다를 게 없다. 자하드는 어쩌면 작가 본인의 모습일지도 몰라. 무섭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5권 쯤부터 떡밥이 뿌려졌었던 '자하드의 사도'에 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자하드가 살짝 등장하기도 한다. 4권까지의 전반부는 주로 몰딘의 세력과 그들을 필두로한 정치적 책략을 주요 이야기로 그려냈는데 5,6권의 단편 이후부터는 자하드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등장하고 몰딘은 콧털조차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아사이 라보 작가의 이야기 구성력으로 볼 때 이 두 이야기가 따로 놀리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자하드의 정체가 몰딘의 익장 중 한명이 아닐까 예상중이다. 3권 쯤이었던가? 몰딘이 자신의 익장 중 한명이 감옥에 갇혀있다고 은근슬쩍 떡밥을 흘린 부분도 있었고, 아마 이번 사건에서 자하드의 정체가 짠!하고 밝혀지고 뒤에서 몰딘이 익장들을 끌고나와 가유스와 기기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기기나는 웃으면서 '네 불운은 최고다.'라고 칭송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브냐와 체레시아와의 사랑, 갈등, 그리고 가유스의 과거, 작가의 인생관과 철학, 이전 이야기들을 뛰어넘는 화려한 판타지 액션과 스케일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흥분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다음 권이 너무나 기대된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번역자가 이형진 역자님에서 김정규 역자님으로 바뀌었다. 일반적인 라이트노벨보다 글씨 크기가 2포인트 정도 작고, 500페이지가 넘는 묵직한 작품이라(거짓말이 아니라 겉으로든 내용적으로든 묵직하다.) 번역하기 정말 어려운 작품이었을텐데 빨리 번역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사랑합니다! 정말로요! 근데 여전히 원 의미를 알기 힘든 한자 기술명 번역은 아쉽게 느껴진다.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されど罪人は龍と踊る) 시리즈는 최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이트노벨로서 라이트노벨답지 않은 무거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성적인 소재,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 화려하면서도 스릴있는 판타지 액션, 어두움 속에 담긴 블랙코미디, 그리고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사랑과 갈등.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길. 다만, 노약자와 임산부에게는 절대 권하지 않는다.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라 그런지 감상이라기보다 그냥 신나게 떠들었다는 기분이 든다. 다음권... 빨리 다음권이 필요해. 엉엉.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헬리오 2013-10-0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번역자 바뀐건 전번역자가 더 이상 번역 못하겠다고 거부해서 그렇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