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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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계단으로 제47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다카노 카즈아키(高野和明)의 제노사이드(ジェノサイド)를 읽었습니다. 사실 1월에 손에 쥐었던 책이지만 600페이지가 넘는 대볼륨과 다른 책들보다 작은 폰트 크기의 글씨에 일단 미뤄두고 2월에 들어서서야 마음을 다잡고 모두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카노 카즈아키(高野和明)가 6년만에 내놓은 신작. 제노사이드(ジェノサイド)는 일본 서점 대상 2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위, 제65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 제2회 야마다 후타로상 수상 등 출간과 동시에 엄청난 성적을 보이며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습니다. 덕분에 읽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했었죠.

 제노사이드(ジェノサイド)는 인류에 위협이 되는 진화된 신인류가 등장하면서 시작됩니다. 콩고에서 보고된 일반적인 인간과는 다른 존재는 이미 30년 전 '하이즈먼 리포트'를 통해서 이미 경고되었던 내용으로 '하이즈먼 리포트'에서는 인류멸망의 위험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4차원의 복잡한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하며, 6감의 획득, 무한히 발달한 도덕의식과 정신적 특질을 보유한 독특한 존재가 세계의 오지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신인류의 등장과 동시에 세계 최고의 강대국인 미국. 번즈 정권은 이 정체불명의 존재를 인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용병들을 고용하고 신인류를 말살하는 '네메시스' 작전을 실시합니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아들을 위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용병. 조너선 예거와 세계의 어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불치병의 치료약을 개발하는 약학 대학원생 고가 겐토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이야기를 쓰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였던 점은 '공정성'이었다. 여러 제노사이드를 작품에 서그리면서 일본인의 과거에만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과의 관계를 제대로 그려야만 했다." - 다카노 카즈아키(高野和明)

 작가인 다카노 카즈아키는 이 책에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제노사이드(대량학살)을 묘사하며 과거와 현재의 사회를 비판하고 신중한 역사 의식을 드러냅니다. 그것은 비단 세계에 대한 비판 뿐만 아니라 작가의 조국인 일본도 피해갈 수 없어 일본인이 저지른 제노사이드인 '관동대지진 학살'을 작품내에서 비판해 일본 사회에서도 많은 논쟁이 되었습니다.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도덕, 이성, 인격과 같은 '인간적인 부분'입니다. 어느정도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 '제노사이드'라는 책 안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제노사이드가 일어납니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세계의 많은 인류를 죽여나갑니다. 인간의 가장 큰 적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약자들을 처절하고 잔인하게 짓밟아 나갑니다. 그 와중에 '네메시스'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중 생각이 열려있는 몇몇 사람들이 이 신인류에 대한 제노사이드를 막기 위하여 행동하고 자신의 위험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세계의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하여 불치병의 치료약을 개발하는 고가 겐토의 모습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엄청난 '모순'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인격을 중요시하고 인간 안에 내포된 '선'을 강조하는 이 제노사이드라는 작품 안에서 '현생 인류를 뛰어넘는 무한히 발달한 도덕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묘사한 신인류인 '누스(Nous)'는 자신의 안전과 생존을 위하여 맞는 조건의 용병(조서넌 예거)이 네메시스 작전에 투입되기 전에 선택된 용병들을 세계 흐름을 조종하여 죽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을 공격하기 위해 투입된 전투기를 조종하여 조종사를 탈출할 수 없게 만들어 죽이기도 합니다. 작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세계를 구하기 위하여 바이러스 보유자를 죽이는 정도로 알고있던 용병과 조종사들을 무참히 죽이면서 '무한히 발달한 도덕의식'을 묘사하고 인도를 논하는 게 이야기를 읽어 갈수록 자꾸만 신경을 건들이는 스토리상의 '옥의 티'라고 할만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엄청난 전문 지식과 역사적 사실들은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구분하기 힘들정도로 이야기의 신빙성을 더해주며 탄탄한 구성을 만들어냈지만 정작 너무 세세한 전문 지식들이 독자를 이야기에 몰입시키기 힘들게 하기도 했습니다. 세세히 읽으면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나 유전자, 약학 부분의 전문 지식에 너무 많은 전문성을 제시한 나머지 볼륨면 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조금 버겁고 어려운 소설이 되지않았나 싶더군요. 개인적으로 생명공학 전공인 저로서는 그런 부분이 재미있기도 했지만요.

 일본 사회를 뒤흔들며 온갖 상을 휩쓴 책 치고는 재미는 그저 그랬습니다. 인격, 인도 등에 대해 생각할 거리는 많이 주어졌지만 600페이지가 넘는 대볼륨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엄청나게 재미있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하여 불치병의 약을 만드는 약학 대학원생 고가 겐토의 모습 등에 감동과 여운을 얻기도 했지만 스케일에 비해 너무 무난하고 밋밋한 이야기가 아쉬웠습니다. 무난한 소설이라고는 말할 수 있지만 유명세만큼 재미있냐고 말하면 단언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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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하이드 2013-02-08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이 그저 그러셨다면 어떤 책을 추천하고 싶으신지 궁금하네요. 저는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최근 10년간 읽은 소설들 중에서 재미로는 상위 5% 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미정 2013-02-08 19:32   좋아요 0 | URL
모두들 재미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아쉽게도 제 취향에 맞는 소설은 아니었는지 저는 조금 싱겁다고 느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