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cite mill 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인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는 최근 데뷔작인 고전부(古典部) 시리즈. 빙과(氷菓)가 애니메이션화 됨으로서 많은 인기를 얻고있습니다. 그를 처음 접하게 된 덧없는 양들의 축연(儚い羊たちの祝宴)이라는 책은 그의 어두운 매력을 잘 나타낸 엔터테인먼트 호러 소설이었지만 충격적이거나 특별한 점은 눈에 띠지 않아 범작을 써내는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사실 이 The Incite Mill도 친구가 선물해주지 않았다면 읽어보지 않았을 책인데 "너 이 작가 알아?" "응" "누군데?" "니가 모르는 사람" "그럼 사줄게 너 가져" "으응...?"이라는 아직까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과정을 거쳐서 제 손 안에 들어왔습니다.


 시급 112,000엔을 준다는 굉장히 수상쩍은 구인 광고에 넘어가 암귀관이라는 폐쇄 공간에 갇힌 열두 명의 참가자들이 벌이는 살인 게임. 암귀관의 규칙인 '십계'와 참가자들에게 주어지는 살인 도구, 폐쇄된 비밀 공간, 암귀관의 주인이 준비한 게임. 이 모든 설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진행됩니다.


 사실 살인 게임이라는 소재는 고전 미스터리 작품에서부터 꾸준히 등장해온 아주 흔하고 흔한 소재이지만 그것이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의 엔터테인먼트와 만나자 훌륭할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이 되었습니다. 유키 리쿠히코라는 주인공과 스와나 쇼코라는 미녀가 만나 구인 광고 잡지를 읽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도저히 살인 게인 소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쾌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다른 물건에 빗대어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의 글 솜씨에 초반부터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대부분의 미스터리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범인은 누구인가?"하는 물음은 이 소설에서 한층 특별한 구조로 다가옵니다. 살인 게임이 시작되고 방송에서는 이런 말이 흘러나옵니다.


 "다른 사람을 살해했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살해당했을 경우. 다른 사람을 살해한 사람을 지목했을 경우. 다른 사람을 살해한 사람을 지목한 사람을 도왔을 경우. 여러분은 보다 많은 보수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즉 이 살인 게임에서는 단순히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죽인 범인을 추리하여 찾아내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타인을 죽이고, 그 죽인 범인을 찾고, 범인을 찾는 탐정을 도와주는 과정이 스릴있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 보수의 액수 부분에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산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오류가 있었습니다. 133*112,000은 44,688,000인데 책에서는 44,668,000으로 오타가 나있더군요. 마지막 액수인 330,500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분명 부족한 돈은 44,416,000이었고 거기에 남은 330,500을 더하면 44,746,500. 즉 58,500의 오차가 생기고 780으로 나눠보면 75시간???. 분명 158-133=25시간인데 말이죠. 이건 읽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헛소리였습니다.


 -하지만 유키는 아직 한번도 사치를 부린 적이 없다.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 특유의 캐릭터성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치 오츠이치(乙一)의 GOTH나 니시오 이신(西尾維新)의 헛소리 시리즈 같은, 그만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유키 역시 무언가 일반인하고는 다릅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며 주변을 돌아보고 마지막에는 무언가 해내는 모습이 매력적입니다. 아직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고전부 시리즈의 원작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시작인 '빙과'의 주인공 역시 특별합니다.


 덧없는 양들의 축연(儚い羊たちの祝宴)에서도 보여줬듯이 이 인사이트 밀(Incite mill)에서도 많은 고전 미스터리 작품들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갑니다. 그 작품들을 모두 읽어봤다면 그 상징성에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겠지만 등장하는 책들을 하나도 읽어보지 않은 저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었네요. 이전에도 느꼈지만 '분위기를 파악할 줄 모르는 미스테리 매니아'는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담이지만 정발판 제목은 The Incite Mill이라는 선동하다(Incite)와 주먹질하다(Mill)이 합쳐져 싸움을 만들어낸다는 영어 제목. 'The Incite Mill'로 출판되었지만 일본어판 제목인 인시테미루(インシテミル)는 '빠지다, 몰입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중에서 주인공인 유키가 암귀관의 주인을 두고 '분위기 파악할 줄 모르는 미스터리에 푹 빠져있는 주인'이라는 묘사를 하죠. 즉 이 제목은 영어 제목과 일본어 제목을 합쳐서 '미스터리에 완전 몰입해있는 주인이 살인 게임을 만들어냈다.'라는 의미가 있는겁니다. 유키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제목이군요.


 이 인사이트 밀(Incite mill)이라는 책을 통해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라는 작가에 대해서 다시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분위기 자체만 보자면 신본격의 라인을 따라가지만 등장하는 소재만 보자면 고전 미스터리나 본격 미스터리의 요소가 듬뿍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인간의 잔혹한 내면을 보여주고 베일에 감싸인 듯 한 어두운 매력을 드러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입가에 웃음이 지어질 정도로 유쾌한 엔터테인먼트 소설, 혹은 '빙과'처럼 라이트노벨 같은 재미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계산 부분에서 다소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고, 정작 살해 방법이나 드러나는 범인은 시시했지만 마무리가 굉장히 인상깊었던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동기나 개연성 부분에서는 아쉽기도 했지만 작품 안에 독자를 끌어당기고 끝까지 읽게 만드는 흡입력이 감탄스러웠습니다.



 뭔가 구구절절 적다보니 주제를 알 수 없는 감상이 되어버렸군요. 요컨대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혹은 수상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신본격 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한다면 한번 쯤 읽어봐도 좋은 작품입니다.


 호노부 작가의 데뷔작인 고전부 시리즈가 조만간 정발된다는 소문이 있어 너무 기대중입니다. 빨리 읽고 싶네요. 만화는 정발 되었는데 정작 원작 소설이 아직이라니요.ㅠㅠ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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