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베리 나이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1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혼다 테츠야(誉田哲也)는 최근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입니다. 대표작인 히메카와 레이코(姫川玲子) 형사 시리즈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2012년 오리콘 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여줬고 최근에는 히메카와 레이코(姫川玲子) 형사 시리즈 4권인 인비지블 레인(インビジブルレイン) 이 2013년에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될 예정이기도 합니다. 사실 경찰 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무언가 있을 법한 뛰어난 디자인의 표지와 스토리에 이끌려 히메카와 레이코(姫川玲子) 형사 시리즈의 시작인 스트로베리 나이트(ストロベリ-ナイト)를 손에 잡았습니다.

 이야기는 한 살인사건으로 시작합니다. 역겨움을 일으키는 강렬한 묘사에 순식간에 빨려들어갔습니다. 살인에 이르게 된 동기와 살인 후 시체를 불태우는 과정의 그로테스크함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 나오는 주인공. 히메카와 레이코(姫川玲子)와 경찰들이 펼쳐나가는 고리타분한 취조와 증거 수집, 범인 찾기는 취향에서 멀었습니다. 경찰 소설 다운 현장감이나 사실감은 있었지만 느낌이 좋았던 첫 부분과는 다르게 루즈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결국 흔한 경찰소설인가...'하는 생각을 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지루하게 읽어 내려가는데 100페이지도 되지 않아서 한번 더 분위기가 반전합니다. 경찰 소설이라기 보다 싸이코패스 소설같은 소재가 펼쳐집니다. 점점 잠에 빠지려고 하던 정신이 번쩍 들면서 순식간에 몰입하여 끝까지 읽어나가게 됩니다. 주인공인 레이코와 함께 사건을 따라가다가 직면하게 된 '스트로베리 나이트'라는 소재가 놀라웠습니다.

“나중에 눈치 챈 일인데요. 살해당하는 사람은 쇼에 참가하는 관객 중 한 사람이에요.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에 언뜻 본 여자의 치마와 무대에서 살해당하는 여자가 입은 치마가 같다고 느낀 적이 있었어요. 아마도 공연장에 들어가는 통로가, 그 검은 막으로 만든 터널이 운명의 갈림길이었겠죠? 거기서 납치를 당해 무대 위로 갈지 아래로 갈지 운명이 갈리는 거죠.그걸 깨달았을 때엔 정말 무서웠어요. 그런데요. 그래도 또 가고 싶더라고요. 아니, 오히려 그 욕망은 더 커져만 갔어요. 오늘 내가 무대에 올라가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겨도 가야만 했어요. 무사히 관객석으로 들어갔을 때의 그 안도감이란. 나였을지도 모르는 저 제물이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어져서 핏덩이가 되어 죽을 때 느끼는 그 한없는 우월감은 말도 못해요. 나는 오늘도 살아남았다. 내일부터 다시 적어도 한 달은 더 산다.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어요. 자기 삶이 잔혹한 죽음과 서로 마주보고 있다고 실감하는 그런 충족감……이었죠. 얼마나 멋지던지. 세상이 넓게 보이더군요.”

 여러 소설에서도 등장했었던 '살인쇼'의 소재. 그리고 그 살인쇼에 참가한 후 한달동안 삶의 의욕을 얻게 되는 참여자들의 심리를 섬뜩하게 그려냈습니다. 속도감있게 진행되는 몰입도 높은 이야기가 전율과 같은 짜릿함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싸이코패스나 섬뜩한 소재가 등장하는 와중에 드러나는 주인공 레이코의 과거는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절망에 빠졌던 레이코가 다시 일어나 싸우게 되는 이유. 함께 경례하는 경찰들의 장면에서는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개성적인 캐릭터들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상처 투성이 과거를 가지고 있음에도 열심히 싸워나가며 직감적인 추리를 해내는 여형사 레이코, 찰진 사투리를 쓰는 웃기면서도 매력적인 이오카가 지루함을 해소해주기도 했고, 꾸준히 노력하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활약하는 오쓰카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무언가 레이코가 엄청난 활약을 할 줄 알았던 것과는 다르게 범인을 추리해 잡는 것이 아니라 범인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듯한 허술한 마무리는 아쉽기도 했습니다.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흠뻑 몰입하여 신나게 달려왔더니 마지막에는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전개라면 어째서 초반의 취조나 범인 찾기 등의 이야기로 지루함을 안겨줬는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고리타분한 경찰 소설인줄 알았더니 싸이코패스 소재에 젖어있는 일그러진 이야기에 경찰 소설의 사실감이나 현장감, 그리고 감동과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엔터테인먼트까지 담은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마무리가 아쉽기는 하지만 시리즈를 모두 읽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더군요. 드라마나 영화도 꼭 한번 보고싶습니다.


 느낌있는 표지 디자인이 정말 좋습니다. 이 표지 디자이너 한 번 만나보고싶네요. 인비저블 레인도 그렇고 표지 디자인이 대단히 감각적이군요. 책 자체도 대단히 만족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허술한 마무리 때문에 그리 구성이 좋다고는 느끼지 못했는데 읽는 내내 몰입하여 결국에는 전율과 같은 재미를 느꼈습니다. 특히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레이코의 과거 장면은...
 반디앤루니스에서 이 책을 구매하여 받았는데 책 상태가 정말 저질이었습니다. 아니 이게 뭐야? 책 상태는 꾸깃꾸깃, 심지어는 책갈피용 끈도 떨어져있고, 하드 커버와 책 내지가 떨어지기 일보직전입니다. 근무하는 곳이 근무하는 곳인지라 교환하기도 어려운데... 가끔 반디에서 상태가 좋지 않은 진열용 책을 보내줄 때가 있더군요. 가격이라도 저렴한 책이었으면 말을 안하지만 이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다른 쇼핑몰과 똑같은 가격이었다구요! 가끔 이럴때마다 화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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