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하나님께 인문학을 하나님께 1
한재욱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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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ook must be axe for the frozen sea within us.”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이다.)는 Franz Kafka의 명언이다. 그 도끼가 나를 위로하고 안내하는 나침반이었다. 그 보다 세련되고, 지혜롭고, 변함없는 친구가 없다고 생각했다. 영어 전공이라 아무리 노력해도 이과 계열은 이해가 더딘지라 인문학을 자주 접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여 본질에 접근하게 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길러주는 그 인문학을 성경적으로 해석한 책이다.

작가는, 하나님이 일반 은총으로 주신 세계를 이해하게 하는 인문학에 성경의 옷을 입혔다. 이 책을 읽고, 성경을 돌아보니, ‘성경이 문학의 옷을 입은 하나님의 말씀’이란 말에 진하게 공감한다. 비유, 은유, 반복, 직유 같은 수사학적 장치가 많아 이해가 어렵기도 하지만 얼마나 따뜻하고 감동적인 문구가 많은지 모른다. 나는 현재 영어로도 성경을 읽고 있는데 또 느낌과 감동이 다르다. 내가 예전에 읽은 책도 많이 있었는데, 거기에 작가가 성경적 해석을 입히고 나니, 내가 읽었던 그 책이 다르게 보인다.

나는 왜 그동안 책에 많은 집착을 보였는가?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지 않으면 불안했다. 나는 철학책 원서를 막힘없이 매일 읽는 그 날이 오면 내 안의 공백에 모두 채워지고, 세상에 대한 불안감이 잠들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난 심리학과 철학 및 자기계발서에서 많은 힘과 위로를 얻었다. 그러나 그 도끼들도 유통기간이 항상 있었고, 세상의 풍파는 모두 잠재우지 못했으며 난 늘 불안한 존재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다. 결국 인간은 절대자, 영원에 대한 근본적인 그리움이 있다는걸 작년에 알게 되었다.

책으로도 채울 수 없는 빈자리가 있었고 인문학이 주는 무한긍정은 부정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내가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며 카타르시스를 느껴도 그 책이 내게 도움이 되지 못할 때가 태반이었다. 그러나 함께 비를 맞으시고, 함께 공감해 주시고, 우산까지 주시는 하나님이 계심을 알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인문학이 그 동안 내게 큰 선물이고 친구였던 것은 확실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인문학은 명답이었고 정답까지는 주지 못했으며 오로지 성경만이 정답이었다.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시, “가지 않은 길(by Robert Frost)”은 나를 매우 우울하게도 했다. 가고 싶었으나 가지 않은 길이 있었기에, 그 때 현재가 아닌 다른 길로 갔었더라면 어땠을까를 항상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가지 못한 길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가지 않은 길을 자랑스러워 하리라. 또한 내가 잘 알지 못했던 “거두어들이지 않은 것(Unharvested by Robert Frost)” 이란 시도 매우 감동적이었다. 안 거두어들인 것이 늘 있어서 그 향내 맡는 일이 죄가 되지 않게 함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와 비슷한 하나님의 말씀을 레위기에서 읽고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모른다.

룻과 보아스의 위대한 만남이자 최고의 로맨스가 보리 이삭을 다 줍지 않은 흘림의 밭에서 이루어졌음을 볼 때, 고아, 과부, 거류민을 위하시는 속 깊은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 일부러라도 흘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그동안 능력이 부족하다 생각하여 빈틈없이 노력하고 채우려고만 했다. 그런데, 부족함은 사람을 끄는 힘이 있고, 인생의 아름다움 중 하나인 그리움과 설레임은 부족하고 결핍될 때 나온다고 하니 약간의 위안을 얻는다.

이 책은 또 나에게 어떤 신앙인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예배, 기도, 성경 통독을 넘어, 전도 선교, 구제로 이어져야 한다. 누군가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의미를 가지듯이, 하나님이 내 이름을 부르시어 택한 백성으로 삼아 주심에 나는 얼마나 감사한가? 고 신영복 교수님은 “담론”에서 누군가 그의 이름을 블러 주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자기의 이름을 불러주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예전의 복음 전도는 다섯 번 이상의 접촉이 필요했는데 요즘엔 12~20번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만남은 주님이 주시고자 하는 모든 기적의 시작이라고 하셨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는걸 아는데 그 섬에 갈 수 있는 용기를 주시기를! 이 책은 또 많은 은혜를 받고 갚지 못한 빚진 자로서 살면서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느끼는지, 너무 쉽게 불평하는 교만을 저지르지 않았는지 묻고 있다. 다음에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 그 안에서 하나님을 찾는 연습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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