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정도되는 Holling Hood의 성장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이면에 역사, 정치, 문학을 소재로 담고 있는 1967-68년대 배경의 소설이다. 청소년 문학이라 하기에는 소재가 무거운 감이 있고 분량도 많지만, 작가의 위트와 재치로 중간 중간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 많다. 작가의 위력은 대단하다. 화가난다고 해서 반드시 목소리를 높이거나 얼굴을 짜푸리지 않아도 나의 분노를 세련되게 표출할 수 있는 법이 있음을 배운다.

Vietnam War(55-75), Robert F. Kennedy의 암살(68), Martin Luther King의 암살(68)등의 무거운 소재를 통해 어린 Holling과 누나 Heather는 전쟁과 인종차별에 대항하며, 위압적인 아버지의 사고로부터 벗어나려는 힘겨운 싸움을 한다. 어린 Holling은 반전운동을 하는 누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가족간에도 이념 및 정치 성향이 달라 의견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나 어린 나이에는 부모의 사고에 매몰될 수 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상이 주입될 수 있다. Holling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부모들은 어리다는 이유로 자식들에게 순종을 강요할 수도 있다.

알아도 하지 않는 것이 있고, 몰라서 못하는 것도 있다. 요즘처럼 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미성숙과 무지가 얼마나 위험한지 크게 느낀다. 연령에 상관없이, 무지함을 벗기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여 있거나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고 지낼 수 있고, 틀린 것을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무지함이 정치나 교육 분야가 아닐 수도 있다. 심지어 나 자신의 정체성 조차 모르거나 틀리게 알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겁도 난다.

역사와 정치라는 무거운 소재 외에 고전 문학 소재가 있다. 수요일마다 다른 학생들은 카톨릭 종교를 가지고 있어 미사를 드리러 성당으로 가지만, 유일한 장로교 신도(prebyterian)라는 이유로 학교에 남아 Mrs. Baker 선생님과 전쟁을 치르게 된다. 처음에는 수십개의 칠판 지우개 털이 등의 일을 시키시더니, Shakespeare의 문학을 읽게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Holling이 Shakespeare 문학을 즐기게 되고, 둘 간에 이어지는 문학 토론이 이 책의 백미이다.

The Merchant of Venice, The Tempest, The Tragedy of Macbeth, Romeo and Juliet, The Tragedy of Hamlet등의 책을 읽고 선생님이 주는 과제를 풀거나 에세이를 쓰고 대화를 나누곤 한다. 심지어 주인공은 크리스마스 전날 The Tempest 연극에 참여하여 멋진 공연까지 하게 된다. 대문호 세익스피어의 주옥같은 문장은 매마른 내 가슴에 단비를 뿌리곤 했다. 시간이 되면 고전을 다 섭렵하며 불모지가 된 내 감성에 열정의 불을 당겨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그의 문장은 같은 내용이지만 역시나 요즘 표현과는 많이 다른 독창성과 깊이가 있는 듯하다.

역사, 정치, 문학, 가정교육 등을 모두 읽을 수 있는 청소년 문학이었다. 우리는 어린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거나 색깔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 우려하거나 자제시키려 하는 것 같다. 물론 60년 후반을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로 가족의 건축 사업을 위해 무조건 얌전히만 행동하라고 강요한다. 심지어 경제 관념과 관심도 그러하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나라도 어린 시절부터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걸 알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정치와 경제 관념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피력하는데 적절한 나이와 타이밍이 꼭 어른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나 역시 돈, 즉 경제에 대해 관심을 보이면 속물일 수 있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고, 공무원이기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직장에서는 정치 색깔은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많은 것들이 무서운 속도로 바뀌고 있는데, 우리의 생각은 변화되지 않아서 내적 갈등, 외적 충돌이 많은 것이 아닌가 싶다. 한쪽만 보고 있어서 다른 쪽을 보려면 자신의 깨어 있는 사고와 의지, 그리고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듯하다. 내 주변에 누가 있는가, 그들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나는 어떤 책과 언론을 접하는가에 따라 나는 과거, 현재, 미래에 머물러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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