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San Nicolas Island에서 1835년에서 1853년간 홀로 살았던 Karana 라는 인디언 소녀에 관한 실화이다. ‘혼자’라는 단어 속에서 느껴지는 정서는 ‘외로움, 두려움, 기다림’ 이라고 하면 너무 고전적인 표현이 될 것인가? 요즘엔 1인 가구가 늘어난다고 하니, ‘편안함, 자유, 고요’ 이런 단어가 연상된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까?

겉 표지와 Lois Lowry 작가의 서두를 읽고, 전자의 감정으로 시작했다. 사실, 내 마음 속에 혼자는 외로움이란 생각이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책 전반에 펼쳐지는 씩씩하고 용감한 소녀 Karana의 생존기는 경외감을 불러 일으킨다. 나중엔 평화로움까지 느껴지게 한다. 어쩌면 섬에 살았던 인디언 소녀의 목소리가 아니라, 제 3자인 작가의 목소리로 전개된 이야기라서 그녀의 감정이 절제되어 표현되었을 수도 있다. 문명의 세계와 동떨어진 채 오래 살아서 구조된 후에도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책 전반에 그녀의 감정적 혹은 심리적 묘사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50명 넘게 살던 인디언들은 수달 채집을 위해 섬에 들어온 러시아인들에게 대부분 피살을 당하고 일부 소수는 다른 배에 구조되던 중 Karana는 거센 파도때문에 승선하지 못한 동생 Ramo를 구하려다 둘만 섬에 남게 된다. 동생이 야생 개에 물려 죽게 되고 홀로 섬에 남게 된다. 신변 보호를 위해 무기제작, 안전한 은신처, 뗏목, 식량 저장, 물고기 잡기 등을 하며 높은 언덕에 올라가 구조선이 오기를 기다린다.

홀로 남아 무서운 야생 개나 여우로 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했던 Karana의 마음 속에 외로움과 슬픔이 차지할 자리는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외로움’이란 단어는 현대의 물질적 풍요 혹은 그로 인한 권태가 주는 사치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내가 당장 동물의 위협이나 식량이 없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물학적 기본권과 매일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면 외로운 감정과 씨름할 시간은 따로 없을 것이다. 많이 가지고 있고, 어쩌면 다 가지고 있음에도 뭔가 비어 있는 듯한 공허감은 감사를 잃은 교만함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가진 것을 잃었을 때, 지혜를 통해 문제해결력을 찾고 평정심과 용기를 발휘하며 Karana 처럼 잘 대처해 나갈지 의문이다. 없음에서 풍요를 얻은 환경은 적응하기 쉽지만, 반대가 될 경우에는 진짜 그 사람의 성격이 드러나며 진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외딴 섬에서 18년간 홀로 생존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생각거리를 던진다.

유의미하고 목적있는 삶에 대한 고민 혹은 공허감과 외로움에 대한 무서움도 내가 한가하고 여유로울 때 내 머리속으로 들어와 나를 괴롭힌다. 정작 하루가 너무 바쁘고 할 일이 많을 때는 생각할 시간도 없이 쓰러져 잠이 들기도 한다. 결국 내 마음의 빈약함과 가난은 교만함이 키운 사치이므로 감사를 회복하라는 신호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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