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 of Green Gables(빨간 머리 앤)’와 항상 비교되는 순수하고 맑은 소녀의 성장 소설이다. 역시나, 순수를 만나고 나면 때묻은 내 마음을 만지게 되고, 내가 입고 있는 먼지를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고민해도 돌아갈 수 없다는걸 알아도, 책을 덮을 때 만큼은 나도 모르게 내가 맑아진듯한 착각을 하기도한다. 물론 주인공 Rebecca가 한없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빨간 머리 앤’과 첫번째 차이점은, 일단 영어가 훨씬 어려웠다. 1903년에 발간되기도 했지만, 언어의 깊이가 다르고, Rebecca는 글쓰기에 있어 신동과 진주(prodigy and pearl)라 불리는 문학소녀라서 마음을 울리는 주옥같은 문장이 매우 많았다. 그녀의 아름답고 주옥같은 시나 산문을 읽으며, 언어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새삼 느낀다. 말 한마디가 치명적 실수를 부를 수도 있고, 주변을 은은한 향기로 물들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언어 사용의 중요성에 대하여 절감하게 된다.

두번째 다른 점은 Rebecca의 재정적 후원자인 Adam Ladd와 지적 후원자인 선생님 Miss Emily Maxwell 2명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Adam은 Mr. Aladin이라 칭할 만큼 Renecca가 어려울 때마다 요술처럼 나타나는 백마탄 왕자 역할이라 현대판 신데렐라같은 비현실적 요소가 있다. 이것이 흥미를 더하기도 하지만 개연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힘들 때마다 알라딘의 마술램프를 사용하는 상상을 하는 것은 희망 고문이다.

희망을 갖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Rebecca의 매력은 긍정적 언어와 적극적 행동이 일치하며, 이것이 어려운 시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까다로운 이모들의 도움으로 힘겹게 졸업을 하고, 보장된 취업 자리가 있었으나 엄마의 간병으로 기회를 놓친 상황이 된다. 그럼에도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살아 있다는 것이 모든 것을 보상해 준다고 표현하며 미안해하는 엄마를 위로하기까지 한다. (Wasn’t it good to be alive? To be alive makes up for everything.)

역경(ordeal)과 성격(personality)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Rebecca의 또 다른 매력은 시련과 고난에도 변치 않는 순수와 활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어려움을 겪고 나서도 분노와 폭력의 언어에서 자유함을 얻고, 구름 속에 가리워진 희망을 보며 타고난 본연의 활력과 열정을 유지하는 것은 책 속에서만 가능한 것인가? 성격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해 왔던 나는 Rebecca를 보며 비결을 묻고 싶어진다.

불가피한 삶의 멍에로 인해 꿈이 좌절된 상황에서도 그녀는 항상 ‘푸른 4월의 옷을 입은 희망(Hope clad in April green)’이 다음과 같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있다.

“나와 함께 나이들어 가자,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Grow old along with me,
The best is yet to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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