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 책이었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도 문화마다 현저한 차이가 있음에 놀랐다. 죽음이란 단어는 생각하는 것 조차 우울하게 하고 분위기를 가라앉게 하기에 금기어 같은 것이었다. 어린 시절 본 연속극에서도 말기환자에게 가족들이 거짓말을 하며 환자를 속이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만큼 죽음은 회피해야 하는 부정적 단어였다.

그러나, 책을 통해 서양인들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사뭇 놀라게 되었다. The Last Lecture, When Breath Becomes Air 등등의 책들을 읽으며 죽음에 대처하는 적극적인 방법에 매우 놀랐다. 시한부 삶임을 알았을 때, 마지막 순간까지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남은 기간 정말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아프다고 누워서 삶을 비관하고 만남을 기피하고 두려움에 떠는 것이 아니었다.

의사로부터 숫자를 직접 들은 말기 환자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죽음에 대해 더 잘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떤 심리학 책에서도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라는 표현을 여러 번 읽었다. 죽는다는걸 알기에 어쩌면 하루 하루를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는 동기부여를 받게 되는지도 모른다. 물리적인 나이듦이 아니라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죽음도 있다.

4명의 여동생과 실직한 아버지를 둔 시골의 Jess에게 옆집으로 이사 온 Leslie는 단순한 친구 이상이었다. 그녀로 인해 태어나 처음으로 기대감을 안고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었으며, 소심하고 용기없는 Jess에게 그녀는 마음의 벽을 허물고 넓은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여동생을 괴롭히는 덩치 큰 아이를 혼내주기 위해 Leslie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You have to stop people like that. Otherwise, they turn into tyrants and dictators. (그와 같은 사람을 막지 않으면, 그들은 언젠가 폭군이나 독재자가 될 수도 있어.)

불의에 용감하게 맞설줄 알고, Jess와의 비밀 장소로서 마법의 왕국인 Terabithia를 같이 만들고, 거기서 우정을 나누었던 영혼의 친구 Leslie가 익사하게 된다. 죽음은 이렇게 누군가에게는 아무 예고도 없이 너무나 일찍 찾아오기도 한다. 어린 Jess가 친구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어떻게 감당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놀라운 것은 작가가 암투병을 하고, 아들의 친한 친구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했을 때 이 책을 썼다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작가가 슬픔이 커서 책 쓰기를 망설일 때, 결국 아들 친구의 죽음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결국은 책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죽음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면해 나가야 하는 것이기에 아픔이 있지만 돌파해 나가겠다는 작가의 의지라 생각한다. 작가의 강한 의지력에 경의를 표한다.

Jess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인물 중에 친구 Leslie외에 음악 교사 Miss Edmunds가 있다. 모두가 그림에 재능이 없다고 할 때, 그의 보석 같은 재능을 인정해 주며 그를 진흙 속의 진주라며 격려한다. (You are the proverbial diamond in the rough.) 그 선생님으로 인해 Jess는 늘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를 다녔다.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은 누구나 가지는 축복은 아니며, 교사는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도 있는 매우 영향력이 큰 존재이다.

나에게도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 시절에 내 가슴을 뛰게하고 두근거리게 한 두 분의 선생님이 있다. 그 두 분을 생각하니 Jess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멀리 있어도 그 분만 보이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던 나의 중고교 시절의 행복한 과거를 상기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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