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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ver Twist (Paperback) - Penguin Classics
찰스 디킨스 지음 / Penguin Classics / 2003년 3월
평점 :
선과 악의 싸움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고, 현대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물론 내 안에서도 선과 악이 항상 치열한 전쟁을 하고 있다. 내 안의 싸움은 항상 선의 승리로 끝나지는 않는 것 같고, 현실의 녹록하지 않음에 밀려 그냥 적정선에서 타협을 이루는 듯 보인다. 물론 이런 경우 굉장한 양심의 고통이 따른다. 이런 양심의 번뇌를 벗기위해 책을 읽는 것인가? 왜냐하면 고전에서는 대부분이 선의 승리로 끝나기 때문이다. 읽기 힘든 고전이었으나, 권선징악의 스토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고전은 늘 그리워하면서 쉽게 만나지 못하는 옛 애인과의 조우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자주 만나는 것은 아니기에 잠시 동안 대화의 어려움이 있어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19세기 영어를 읽어내느라 길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쉽게 오지 않지만, 내가 꿈꾸고 원하는 세상으로 나를 인도하며 마음에 위안을 선물하는 편안함이 있었다. 19세기 런던의 어두운 뒷골목 이야기를 다룬 사회 소설은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긴 했다.
가난은 보거나 듣기만 해도 감정이입이 많이 되어 우울하게 하는 단어이다. 고아로서 빈민 구제소에서 자란 Oliver는 장의사의 견습생으로서 따라간 장례식장에서, ‘아름다움 체념과 용기’에 대해 배울 기회를 얻게 된다. 슬픔의 옷을 입고 슬퍼하기는 커녕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처럼 시련과 아픔을 잘 이겨내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강인한 사람들을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며, 그 또한 몇 주 동안은 부당한 대우와 구속에도 유순하게 잘 복종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실 이것이 9살된 어린 아이의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기에 조숙하다기 보다 슬프게 느껴진다.
장의사의 집에서 도망치는 도중에 만난 그 보다 더 어린 Dick의 ‘God bless you!’라는 말은 Oliver가 태어나 처음 들은 평생 잊지못할 축복이었다. 곧 죽을 운명인 어린 Dick은 Oliver를 축복하며 멈추지 말것을 당부하는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어린양이다. 곳곳에 위험에 처한 Oliver를 향해 도움을 손길을 펼치며 수호천사의 역할을 담당하는 노신사 Brownlow나 나중에 그의 이모로 밝혀지는 Rose 같은 인물이 있어 중간 중간 안심을 하게 된다.
Oliver가 런던으로 가게 되어 소매치기 기술을 배우게 되고 범죄의 소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야기는 그의 출생의 비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소설이 현대판 이야기였다면 너무나 딱 맞아 떨어지는 우연성때문에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Oliver의 출생 비밀을 밝혀나가는 가벼운 옷을 입고, 그 당시 사회의 부패와 타락을 서술하고 있다. 가난과 범죄에 대해 이렇게 어둡고 사실적으로 다룬 이야기가 얼마나 될까 싶다.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Nancy의 행동이다. Oliver를 노신사의 손에서 다시 소매치기 소굴로 데려간 Nancy는 죄책감에서인지 목숨의 위협을 감수하며 Oliver를 다시 구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Nancy는 남자친구인 Sikes의 손에서 벗어날 기회가 왔음에도 도망치지 못한다. 개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는걸 알면서 사랑이라고 말하며 싫어하고 혐오하는 과거에 묶여 있어서 벗어날 수 없다고 뿌리치고 결국 남자 친구의 손에 죽게 된다.
사랑의 힘인지 과거의 속박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난 후자라고 추측하며, 과거의 낡은 나를 벗고 새옷을 입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한 번 더 생각한다. 나는 항상 현재에 최선을 다해 산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의 망령과 환상에 묶여 자신감을 잃거나, 열등의식에 쌓이기도 한다. 돌아보면 벗고 싶은 과거가 많지만 과감히 떨쳐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기란 쉬운 싸움이 아니다.
2021년의 허물을 벗고, 더 오래된 과거의 구속을 벗고, 단단해진 정신 근육으로 마음의 가난을 극복할 묘약이 무엇일까? 현대인은 물질의 가난보다 더 가난해진 마음때문에 병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