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monade War (Paperback) The Lemonade War Series (Paperback) 1
Davies, Jacqueline 지음 / Sandpiper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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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 최소한의 품격을 지니며 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자존감(self-respect)이 아닐까 한다. 어쩌면 쉽고 단순하게 돈(money)이라는 대답이 나올 가능성도 높으나, 돈이 있어도 자존감이 손상될 수 있고, 돈이 없어도 자존감이 유지될 수 있다. 우리는 그 누구로부터도 자존감을 다치지 않게 보호하며 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것이 무너졌을 때 전부를 잃은 것처럼 의욕 상실을 겪기도 한다.

3학년 Evan은 흔히 people-smart라 불릴만큼 대인관계 넓고 감성지수가 높은데 인지적 지능이 아직 덜 발달해 수학 및 철자 시험에 미숙하다. 그의 동생 Jessie는 math-smart여서 수학을 잘하고 작문실력도 뛰어나 주대회에서 입상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인지적 지능에 비해 공감능력이 부족하여 상대방 기분이나 분위기 파악에 늦어서 그런지 친구들이 별로 없다. 그런 그녀가 월반을 하여 4학년 교실에서 오빠와 수업을 같이 듣게 된다는 소식에 Evan은 부족한 자신의 모습이 동생에게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동생보다 못하는 loser소리를 듣게 될 생각을 하니 자존심에 엄청난 금이 가게 된다.

이런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고, Jessie는 평소 자상했던 오빠가 왜 갑자기 돌변하여 불친철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을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타인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 또 얼마나 도전적인 일인가? 이해는 예술이라고 했던 표현이 떠오른다. (Understanding is an art.) 이해받고 싶지만 이해하려는 노력은 금방 포기하기 싶고, 다가서기 보다 충돌을 피하려는 관조적 입장를 취하다가 오해의 골이 깊어져서 해결의 수위를 넘을 때가 있다. 예술가의 삶을 산다는 것은 범인에겐 어려운 과업인가?

남매간의 깊어진 골은 레모네이드 전쟁으로 이어졌다. 5일간에 100달러를 먼저 버는 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것이다. Winner takes all(승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을 바탕으로, 가격인하, 경품 넣어 팔기, 상권 길목 좋은 곳 찾기, 프렌차이즈 등 어른들의 상법을 잘 배워 마침내 짧은 기간 많은 이익을 남기게 된다. 물론 상거래법에 위배되는 몰상식한 위법행위/부정행위도 각자 남매의 모습에 한개씩 나타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표현처럼 승부욕에 눈이 멀게 되자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여 서로를 속이는 슬픈 현상이 나타난다.

청소년 문학의 기본값은 권선징악이고 항상 해피엔딩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있다. 누구나 선이 이기기를 응원하며 책을 읽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한다. 한개씩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Evan과 Jessie은 서로의 잘못을 털어놓고, Evan이 Jessie에게 못되게 굴었던 것은 같은 반이 되면 자존감이 다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 고백하며 화해 모드로 끝이 난다.

십대를 통해 보이는 donation to the charity( 자선단체에 기부) 문화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동생 Jessie는 동물보호센터에 100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오랫동안 용돈을 모아왔다. Megan도 서슴없이 그녀의 몫인 100달러를 같이 기부해 달라고 부탁한다. 기부 문화가 자연스레 자리잡은 서양문화는 우리가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한다. 어린 학생들이 방학을 통해 집 앞에서 무더운 날씨에 레모네이들 팔며 돈과 노동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는 모습도 평소 서양 문화의 일상이 아니라면 소설에 담기기 어려우리라 짐작한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고 축소판이며, 어른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스승이다. 나도 분명 작은 일이 내 삶의 전부였고, 그로 인해 잠못들었던 어린 시절을 지나왔다. 그런데 이제 내 마음은 순수한 흰색이 남아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다채색으로 물들어져 있다. 가끔은 그냥 검은색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동심으로 돌아가지 못함을 알기에, 순수함을 멀리서라도 동경하는 마음으로 읽으며, 어른인 나의 모습 이대로 좋은가를 숙고하기 위하여 청소년 문학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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