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풍경 -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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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 작가의 글을 다시 만났다. 일과 코로나 블루를 핑계로 올해 독서조차 슬럼프를 겪고 있어서,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통해 힘을 얻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의지하고 싶을 때 만나고 싶은 작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일요일 하루를 다 바쳐 순식간에 읽었다. 역시나 글 속에 작가가 지향하는 삶이 있고, 독자에게 원하는 숙제 같은 것이 있다.

70년, 71년대에 문예지에 당선되었던 단편을 모은 책이었다. 늘 작가의 10권 정도 되는 장편에 길들여진 나라서, 단편에 약간 실망했으나 일단 책을 펴니 여느 때 처럼 순식간에 지루함 없이 읽었다. 오랜만에 만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제목에서 암시하는 상실의 아픔, 슬픈 우리의 역사 등을 읽으며 작가가 왜 글을 끊임없이 쓰는지 알 것 같았다. 목적있는 작가의 삶이 전해진다고 할까?

10개의 단편 모두 아픔이 들어 있다. 반공, 공산주의, 빨갱이, 연좌제 등등으로 아픔을 겪었던 서민들의 삶이다. 교육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반공 교육이란 이름으로 세뇌처럼 주입된 교육의 위험성, 무고한 시민들이 몇 대에 걸쳐 겪어야 했던 아픔을 난 책으로 읽는데 실제로 겪었던 삶은 어떠할지 상상이 안되었다.

분단의 아픔으로 주한 미군들과 함께 생활하던 카투사로 자원했던 군인들이 겪어야 했던 서러움과 아픔도 읽기만 해도 화가 났다. 작가가 글을 쓴지 40년이 지났어도 우리는 여전히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분단 상태에서 작년 트럼프로부터 주한 미군 비용에 대해 터무니 없는 비용인상을 요구받은 상태였다.

잊고 살았던 서민들의 아픈 삶을 통해 우리 민족의 처절했던 과거를 상기시키고 현재 분단의 상황을 일깨운다. 또한 의식의 변화와 적극적 행동의 실천을 요구하는 작가의 글을 만날 때면 나의 문제가 너무 사소하게 느껴진다. 역동적인 필력 속에 잠들지 못하는 민족혼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있다.

작가는 나로 하여금 나는 어떤 한국인으로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일상 속에서 노력을 하면서도 매일 매일 지치고 좌절을 겪으며 나 하나로 무엇이 달라질지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작가는 평생을 시대와 사회를 향한 뜨거운 애정으로 글을 쓰고 있다. 생각하는 지성인, 실천하는 행동인으로 인해, COVID-19에도 우리의 삶이 지속되고 있는 것인가?

슬프고 척박한 땅에 태어나 애환으로 점철된 삶을 살면서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삶을 살았던 선조들의 민족혼을 정기로 받은 우리가 2020년의 어려움을 잘 딛고, 2021년에는 가장 ‘한국적인 모습’으로 세계의 무대에서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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