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om Of One's Own And Three Guineas (Vintage Classics Woolf Series) (Paperback) - 『자기만의 방』 원서 Vintage Classics Woolf Series 1
Virginia Woolf / Vintage Publishing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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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문학책에 감동을 받고 감상에 젖어 습작을 하면서 언젠가 작가가 되는 꿈을 꾸어본 적이 있다. 초등학교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하면서 하루를 돌아보며 나 자신을 다독거리는 훌륭한 스승의 역할을 하고 있다.

중학교 때, 작가와 현재의 직업을 놓고 고민할 때, 부모님이 작가는 가난하게 산다고 현재의 직업을 권하셨다. 진짜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가지라 했던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인지, 취미로 책을 읽고 쓰기를 해서인지 여전히 작가에 대한 매력은 멈추지 않고 있다.

1929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 여성과 소설에 대하여 현실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즉 글을 쓸 수 있는 지적 자유함도 물질적인 것에 달려 있다고 했다. 최소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돈(500 Pound)과 문을 걸어 잠글 수 있는 자기만의 방(One’s own room)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500 파운드는 사색할 수 있은 힘, 걸어 잠글 수 있은 방은 자신을 위한 사고의 힘을 상징한다고 했다.

거실이 하나밖에 없는 집에서 끊임없이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19세기 초기의 중산층 여성들은 시를 쓸 수 있는 기반이 없었고 소설을 쓸 수 밖에 없었으며 Jane Austen도 그녀만의 서재가 없었다고 했다. 12명의 남성 시인 중 9명이 대학 교육을 받았고, 영국의 가난한 아이는 아테네 노예의 아들보다 더 글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적다고 했다.

가부장적인 사회, 여성에겐 투표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시절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고 기죽지 않으며 여성작가로서 글을 쓴다는 것은 Jane Austen이나 Emily Bronte정도 아니고는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 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지적, 영적으로 열등하다는 교수의 글을 필두로, 남성적 우월감으로 가득찬 그래서 침투력이 약한 남성 작가의 글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남녀가 택시안으로 나란히 같이 들어 가는걸 보면서 두 성이 서로 협력하며 살아감이 당연함을 이야기한다. 의식적인 편견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고 협력과 반대의 결합이 서로 아름답다고 한다. 즉, 사람은 여성이되 남성적이고, 남성이되 여성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One must be woman-manly or man-womanly.)

몇 년 전 화제가 되었던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실망했던 적이 있다. 어쩌면 나는 그런 차별을 받고 자라지 않았고 현재 직장에서도 여자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이 없다고 생각해서 공감이 덜 되었던가? 19세기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슬프긴 한데 작가가 되기 위해 물질적 조건이 전제 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아 더 불편하다.

Money talks라고 했던가? 작가라는 직업이 아니어도,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어도, 21세기를 살아감에 있어서 물질적 기반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물질에서 자유함을 얻고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해 본다. 물론 물질적 어려움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 지적 자유함이나 행복을 얻을 수도 없다.

이 글이 쓰여진 시기와 달리 이제는 균등한 교육적 기회가 성에 관계 없이 주어지지만 부의 불평등이 존재한다. 가난때문에 역시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내가 여성이라는 것 때문에 받는 차별에 상관없이, 해결책에 힘도 보태지 못하면서 갈수록 커져가는 부의 불평등때문에 내 마음 한켠이 매우 불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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