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as Therapy (Paperback)
Alain Botton / Phaidon Press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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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이 작가의 “The Consolations of Philosophy(철학의 위안)”을 읽고 얼마나 감동이 컸는지 모른다. 그 이후로 읽은 4권의 그의 작품은 늘 날 기쁘게 했다. 제목 “Art as a Therapy”가 전체 내용을 대변한다.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책 속에 다양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눈의 호사도 또 다른 선물이었다. 책 장을 넘겼을 때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다운 그림이 보물처럼 담겨 있었다.

왜 요즘 현대인은 Therapy란 말에 집착하는가? Healing이란 말도 연령 상관없이 많이 사용한다. 그 만큼 상처가 많다는 반증일까? 아님 치료나 힐링에 자꾸 안기려는 나약함은 아닐까? 정말 내 마음이 치유가 필요한만큼 곪아 있는지 아니면 삶의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는 고단함을 피하고자하는 나약함인지 가끔은 혼동스럽다. 그렇게 나도 그 단어에 익숙해져서 이 책에 끌렸는지도 모른다. 사실 내겐 작가 Botton의 매력적인 언어를 접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정신적 피로감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반복되는 단어는 psychological frailty(심리적 나약함), inner frailty(내적 나약함), appalling fragility(끔찍한 연약함), native defects(선천적 결함) 등의 유사한 표현들이다. 이런 인간의 부족한 면을 보상하는 기능을 미술작품이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 속에 나타나는 인간의 추함과 연약함을 증류시키고 농축시켜서 고요하나 지쳐 보이지 않고 평온하나 무기력하지 않은 세련된 작품을 감상하게 한다.

슬픔까지도 위엄있고 품격있게 묘사된 작품을(dignify our sorrows)감상하며 그 속에 보이는 나의 슬픔을 읽게 되고 결국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알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예술은 사랑을 지속시키는 기능도 한다. 주변의 좋은 것들은 진부함을 내포할 수밖에 없고 금방 익숙해지기에 내재화는 힘들게 된다. 그렇다면 수시로 인식을 새롭게 하며 이를 습관처럼 자리잡게 해야 한다. 즉 사랑에 지루해지기 쉬운 보편적 경향이 있는 우리는 그림을 감상하며 익숙한 것과 평범한 것들에 새롭게 눈을 뜨고 재평가하여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고 한다.

예술가라는 직업을 통해 작가는 과연 무엇이 하나의 직업을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더 유의미한 그 무엇으로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책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기쁨, 이해, 위안을 이끌어 내며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첫째 조건이고, 둘째는 자신의 깊은 재능과 흥미에 잘 맞는 일로서 내재되어 있는 귀중한 능력을 표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했다. 유의미한 일을 하는 예술가들이 순간 스쳤던 직관과 통찰력을 하나의 창의성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내었던 원동력은 집념과 인내심이리라. 요즘 회의감에 싸여 출근하는 나는 어떻게 노력해야 유의미한 나의 직업이 될지 생각해 본다.

예술은 결국, 관계에 있어서 우리의 능력을 고양시키고,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도 계몽시키고, 자연과의 대처 능력도 도와주며, 정치에 있어서 야망과 이상도 형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예술의 진정한 목적과 기능은 예술이 덜 필요한 세상을 만드는 것, 예술작품이 약간만 필요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 했다. 삶이 곧 아름다운 예술이 되고, 삶 속에서 슬픔과 연약함의 언식처를 발견한다면 우리는 미술작품에서 치유를 덜 찾게 되리라.

나의 거실에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밤의 까페 테라스’를 보며 그 동안 나의 외로움과 만성적 피로감이 얼마큼 위안을 얻었는지 생각해 본다. 사실 칸딘스키 그림에 빠진적이 있었는데 나의 거실을 지키는건 고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배경으로 늘 거기 있었으나 나의 심리적 나약함을 읽어주며 감싸준 것에 고마움을 느껴야 할 것 같다.

내겐 책 자체가 해독제인데 책과 미술이라는 치료제를 양손에 들고 2주를 보냈으니 당연 감사해야 했지만, 문제는 단숨에 책을 읽었어야 하는데 결정적으로 주말에 직장에 책을 두고 오면서 흐름이 끊긴 것이 아쉽다. 책의 흐름이 끊기면서 진한 감동이 희석되었다.

나의 직업을 유의미하게 만드는 일 중의 하나가 쉬지 않는 독서인걸 안다. 앎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예술가들이 보여 준 집념과 인내를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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