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Alone (Paperback) - '나의 아름다운 고독' 원서
크리스틴 한나 / St. Martin's Press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캐나다 시인 Robert Service가 Alaska를 The Great Alone라 칭했다고 했다.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만이 알래스카의 잔인한 아름다움을 누릴 자격이 된다는 말을 암시한다 생각한다. 충분히 강인한 자에게 천국이 되고 한 번의 실수만 가능하고 두 번째의 실수는 죽음을 부르는 곳, 과거에 어떤 사람이였느냐가 중요치 않고 어떤 사람이 되느냐가 중요한 곳, 가혹한 날씨와 고립으로 인해 성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격의 민낯을 진실하게 보여 주며 내가 누구인가를 잘 배울 수 있는 곳이 알래스카라고 묘사되어 있다.

분량이 너무 많았으나 일단 읽기 시작하자 내려 놓기 힘들만큼 너무 재미있어서 주말에 누리는 잠의 사치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재미와 감동이 꼭 같이 가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문체나 미사여구를 동반하지 않았고 예측가능한 스토리로 승부수를 던지는 소설이라 쉽게 접근했으나 읽는 동안 감동이 아니라 분노가 일었다. 가정 폭력을 다룬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Educated’와 닮아 있다.

13살의 Leni는 베트남 전쟁포로(POW)인 아빠(Ernt)의 분노와 엄마(Cora)가 선택한 사랑이라는 굴레로 인해 언제나 익숙한 슬픔에 길들여진 채, 환경과 재정적 어려움에 갇힌 오두막에서 살아간다. TV, 전기, 전화도 없는 곳에서 가혹한 겨울을 준비함도 버거운데 Leni와 엄마는 늘 아빠의 잠재적 폭력을 숨죽이며 대비해야 한다. Leni는 엄마가 내린 사랑이라는 정의에 길들여져 있었다. 아빠는 전쟁으로 인해 아픔이 있는 사람이고 상처가 있는 사람에게 사랑을 멈추면 안된다고. 시간이 흐르면, 알래스카로 가면 아빠는 변할 것이고, 너무 사랑해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라고.

엄마 Cora의 사랑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부모님과 의절하고 어린 나이에 결혼한 엄마에게는 결국 아빠가 전부였다. 사랑이라 믿었고 그렇게 선택한 남자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깊어지는 폭력 때문에 부인한다는 것은 그녀 자신의 삶 전체에 대한 부정이 될까봐 사랑이라 계속 믿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녀 사랑의 실체를 알지 못한 채, 중독되고 변질된 그녀의 사랑때문에 나는 읽는 내내 화가 났다.

여러가지 형태의 사랑이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남녀간에 사랑이 아니어도,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자행되는 신체/언어 폭력 혹은 변질된 행위가 사랑의 허상에 가리워져 드러나지 않을 뿐인지도. 내가 하는 사랑을 객관화시켜 보지 못할 뿐 나 역시 사랑의 허상에 속으며 사랑이라 믿고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이름때문에 치뤄야할 대가와 큰 위험, 눈과 귀를 가리는 사랑의 허상과 허울에도 이 책은 주제를 ‘사랑의 견고함/내구성(durability of love)’ 으로 정하고 있는가? 사랑은 빛을 바래지도 사라지지도 않으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어떤 역경에도 불구하고 삶의 동력으로 존재한다고 했다. 잔인한 아름다움/아름다운 가혹함을 발산하며 훼손되지 않은 눈부신 자연의 미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알래스카에서 Leni와 Mattew의 사랑은 결국 아름답게 결실을 맺는다.

사람의 최상의 면을 이끌어 낼수도 있고, 동시에 인간의 최악의 면도 이끌어 낼수 있다는 알래스카를 책으로라도 만난 것에 감사하다. 작가는 모험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의 결정에 따라 어린시절 알래스카애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이 출간된 것 같다. 다양한 경험은 삶의 양념이 된다.

물론 다양성을 누리기 위해서는 나의 안전지대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무엇을 선택 하느냐는 내 몫으로 남는다. 사랑의 선택, 모험의 선택, 눈부신 주말 오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의 선택... 선택이 곧 내가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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