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ad a Book (Paperback, Revised and Upd)
Mortimer J. Adler. Charles Van Doren 지음 / Simon & Schuster / 197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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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음으로써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함을 얻고, 좌절과 슬픔에 대한 해독제를 구하고, 유의미한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한지 5년 정도 되었다. 원래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연간 목표량을 정하고 연초를 시작하면서 양적인 욕심이 생겼다. 원래도 한가지에 몰두하면 중독되기 쉬운 성격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양적 목표에 집착하며 소중한 것을 잃지 않았나 생각했다. 늘 다독/정독 사이에서 고민을 했고, 책 읽기의 속도도 나를 괴롭힌 것 중 하나이다.

철학자인 작가는 이 책을 이론서가 아니라 독서의 가이드와 실천을 도와주는 실용서적이라는 것을 누차 강조한다. 다른 책에 비해 목차(Contents)가 세부적으로 아주 아주 잘 되어 있다. 책의 내용이 너무 방대한 양을 담고 있지만, 목차만 보아도 내용을 잘 가늠할 수 있도록 책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사실은 제목 앞에서도 위축이 되었었다. ‘책 읽은 법(독서의 기술)’이 따로 있다니, 마음으로 읽고 각자의 몫으로 느끼는 것이 아닌가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다 읽고 나니 또 한번 내가 무너지는 느낌이다.

작가는 4단계 독서법 기술을 통해(how to read) 살아가는 법(how to live)을 안내하고 있다.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how to read snd how to live! 결국 우리는 삶을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 독서를 해야 하는 것인가보다. 초급(elementary), 점검(inspectional), 분석(analytical), 주제별(syntopical) 독서 4가지 독서법과 다양한 장르의 책에 대해서도 읽는 법을 안내하고 부록에 137명의 작가와 독서 종류, 그리고 John Stuart Mill, Sir Isaac Newton 등의 책을 인용한 위 4가지 독서법 연습 사례까지 들어 있다.

두 번째 점검독서(inspectional reading)에서 어려운 독서를 만났을 때는 skimming/ superficial reading(훑어보기/피상적 독서)을 이용해서라도 포기하지 말고 무조건 완독하기를 권한다. 사실 완전히 이해가 안되더라도 한자리에 앉아 끝내기를 하는 것이 포기보다 낫다는 것이다. 내가 원서를 시작하고 유일하게 절반 정도에서 포기한 Cosmos(by Carl Sagan)을 언젠가 다시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완벽함에서 자유로워 진다면 천체물리의 미학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을까?

저자의 추천에 매우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언어의 4가지 기술 중 하나인 독서(reading)는 수동적 활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듣기(listening)는 안내자인 교사가 있는 상태에서 도움을 구하며 배우는 과정이라면, 읽기(reading)는 교사가 부재한 상태에서 배움과 발견이 읽어나는 적극적 활동이기에, active/demanding reader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을 구매하는 활동으로 지적 소유권을 얻을 뿐 아니라, 중요 문장에 밑줄을 치거나 여백에 메모를 하는 것 등의 활동으로 집중도를 높일 수 있고 역동적인 독자가 됨을 강조한다. 읽기와 쓰기가 상호 보완적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작은 메모나 밑줄 긋는 습관도 읽기와 쓰기에 당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독서는 분석적 독서(analytical reading)이다. 4가지 유의미한 질문을 읽고 있는 책에 던지며 읽고 난 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능동적 독서법을 소개한다. 3장에서 다양한 도서에 대한 접근법도 흥미롭다. 인간의 의식적, 무의식적 요구를 충족시키며 인간의 필수품으로 자리한 소설 읽기, 연극이나 서사시는 소리내어 반복하여 읽음으로써 의미 파악하기, 한 사건이나 시대를 다루는 역사책은 반드시 한 권 이상 읽고 다양한 관점에서 진실을 얻으려고 할 것, 플라톤에서 니체에 이르는 철학서적은 단지 충실히 읽고 마음을 열어 생각하는 법외에 다른 왕도가 없다는 것 등등.

마지막 4장이 독서의 최종 목표인 주제별 읽기(syntopical reading) 이다. 위 2단계였던 점검 독서를 통해 책을 고르고 바로 주제별 독서로 들어가라고 권장한다. 분석 독서는 한 권의 책을 꼼꼼히 읽을 경우 해당된다는 것이다. 네 번째 단계를 어려워 하는 독자를 위해 1940년대에 만들어진 The Syntopicon(Great Books of the Western World)을 소개한다. 주제별, 작가별 3000개가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어떻게 읽을 것인가? 유의미한 4가지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능동적 독자로 성장하라고 한다. 즐거움과 정보 위주의 독서는 성장하기 힘들며, 능력을 넘어서는(beyond you) 다소 어려운 수준의 독서를 통해 더 나은 독자(a better reader)가 된다고. 또한 양서의 선정도 매우 매우 강조하고 있다. 독서법의 향상을 가져오고, 인간의 문제에 대해 답은 아닐 수 있으나 더 잘 생각할 수 있게하며, 언젠가 책꽂이에서 뽑아서 다시 읽고 싶게 하는 양서들 말이다.

마지막 에필로그도 매우 좋았다. 무인도에 평생 갇혀 살게 될 경우 10권의 책을 가져갈 수 있다면 어떤 것을 가져가겠냐고 질문하고 있다. 인간의 몸이 나이들어감에 따라 쇠약해짐이 자명한 사실이나 인간의 정신은 마치 근육과 같아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되지만, 인공 소품의 지지에 의해 지적, 도적적, 정신적으로 늘 강인해 질 수 있다고. 그 인공 소품 중 하나는 당연 책을 말하는 것이다.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은(reading well), 능동적으로 읽는 것이고, 이 역동적 독서의 보상은, 독서 자체가 즐겁고, 직장이나 일에 있어서의 향상, 정신적 각성과 성장을 도모한다는데 동감한다.

10권의 인생 책을 자신있게 고르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읽어야 하는가? 부록의 추천 도서 목록에 기가 눌려 이완되어 있던 근육이 긴장을 했지만 훌륭한 책을 만나 가이드를 잘 받음도 감사의 조건이 되는 일요일 저녁이다. 또 다른 스승을 만나기 위해 나의 태생적 게으름을 잘 구슬러 보자. 부지런함이 양서를 만나 잘 사귀는 지름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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