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ees (Paperback, Reissue)
Pascal, Blaise / Penguin Classics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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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처럼 ‘종교’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주변의 눈총을 의식해야 하는 시기에 팡세를 읽었다. 나는 ‘고전은 누구나 읽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고전을 읽지 않는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부정하려는 몸부림으로 고전 읽기에 도전한다. 실상 확률의 창시자로 수학자이며 과학자라고만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고, 너무나 잘 알려진 ‘생각하는 갈대(thinking reed)’라는 명언을 남긴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팡세가 인간의 실존과 신학에 관한 탐구인지 몰랐다는데 나의 무지가 있다.

12세에 유클리드 명제를 풀었다는 논리와 이성의 대가인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파스칼이 기독교가 답이고 신에게 의지함이 근본적인 불확실성과 모순에 대한 해결책이라 했다는 것이 그 어떤 역설을 제공하는가? 명제, 증명, 반증, 실험을 거듭하며 결국 이성과 논리가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극단에서 신의 영역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 수많은 불확실성을 만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소견으로, 4차산업혁명의 실체, 영향, 도래에 대하여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많이 들었던 현 시대에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에 대하여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으면서도 해결에 대한 단초를 못찾고 있다는 것 역시, 인간의 나약함, 비참함을 일깨운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더욱 겸허해지기를 말이다.

생각이 없는 인간은 과연 목석인지 동물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며 인간의 존엄은 사고의 질서안에서 구해야 한다고 했던 파스칼은, 인간의 큰 죄악은 신으로부터 멀어진 교만과 현세에 우리를 묶어두는 탐욕이라고 했다. 생각하는 갈대는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비참하고 나약한 인간은 평생을 이성과 열정 사이에서 내전을 해야하며 과정에서 분열과 모순으로 상처받게 된다. 사소한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작 중요한 일에는 불감증을 보이는 무질서의 증표를 보여주게 된다.

인간이 아는 가장 확실한 것은 인간은 곧 죽을 운명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나약함을 모른 채 신을 아는 것이 위험하듯이 신을 모른 채로 인간의 비참함에 대해 아는 것도 위험하다고 했다. 전자는 철학자의 교만함이고 후자는 무신론자의 절망감일 수 있다. 항상 이렇게 교만함과 절망감의 극단에서 줄타기를 하는 이중적 위험성(dual danger)에 노출 되어 있는 나약한 인간이기에 신에 대한 의존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가 창조한 인간에게 사랑과 위안이 되는 신은, 숨겨진 상태로 존재(presence of a hidden God)하며, 모든 만물은 그것을 입증한다고 했다.

요즘 처럼 종교가 가장 비난을 받는 시기에 거짓 증언, 예시, 기적에 대한 문구가 크게 들어 왔다. 거짓 예언이 많다는 것은 진실한 종교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인간의 마음 상태가 진실에 조건화 되어서 거짓 종교를 수용할 수있게 된거라고 했다. 거짓 기적, 예언, 종교가 있다고 해서 모든 종교가 거짓이라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짓과 진실의 경계 구별을 어렵게 하는 오늘을 살면서, ‘진실이 모든 것의 첫번째 규칙이며 궁극적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문구는 경고의 종소리 같다. 자기애(self-love)와 진실(truth)의 비유는 또 어떠한가?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과 사랑을 갈구함이 본성이지만 나 자신을 잘 알고 사랑하려 할수록 나의 결점, 불완전함을 알게 되어 결국 이를 숨기고 싶어한다.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음이 더 큰 악을 낳고 자기 기만으로 이끌 수 있다.

진실(truth)을 회피함이나 혐오도 결국 자기애(self-love)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인간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싫어하며 아부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듣는 사람에게 유용하지만 말하는 사람에게 위험하다. 친한 친구에게나 동료들에게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을 했던 것을 기억해 보면 이해가 된다. 결국 인간의 삶은 영원한 환상(perpetual illusion), 상호기만(mutual deception)과 아첨(flattery)으로 범벅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나라는 존재의 진실, 인간의 진실, 실체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의 부족함을 넘어, 인간은 모두 작고 볼품없는 비참한 존재라는 대전제와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모순덩어리인 세상 속에서 인간은 결국 죽을 운명이라는 가장 확실한 진리를 인정할 때, 결국 인간은 어디에서 답을 구해야 하는가?

파스칼은 책을 너무 빨리 읽거나 너무 느리게 읽을 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두 번씩이나 언급하고 있다. 내 경우는 후자였다. 직장 일도 바쁘고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있어서 팡세가 뒤로 밀리며 몇 주를 끌었다. 그래서 결국 귀한 고전에 대한 감흥이 뒤로 갈수록 약해졌다. 고전을 감동으로 받지 못함은 순전히 독자의 부족함 때문이라 자학하는 습관이 언제부터 붙었다 ㅜ.ㅜ
반성을 계기로 독서의 불을 다시 붙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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