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ke : Faber Modern Classics (Paperback, Main - Faber Modern Classics) - 밀란 쿤데라『농담』영문판
밀란 쿤데라 / Faber & Faber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후반부로 갈수록 책에 깊이 빠지면서 잠과 마음을 빼앗겼다. 이렇게 탁월한 천부적 재능을 가진 작가가 있다는 것은 독자들의 행복이라는 생각도 하며 몰입하여 꼼꼼히 읽으니 한 문장 문장마다 작가의 엄청난 정성과 땀을 읽는 듯했다. 나 자신이 수 많은 주옥같은 문장을 내 마음에 담을 만큼의 그릇이 안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농담과 진실이라는 추를 저울에 올린다면 어느 쪽으로 기우는 것이 더 바람직할까? 시대, 상황, 분위기, 장소에 따라 항상 균형을 이룰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농담의 옷을 걸치고 나타나는 진실이 매력적이라 생각하지만, 가벼운 농담도 무거운 진실도 닫혀 있는 문을 열 수도 있고 반대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하는 Marketa에게 보낸 엽서에 적어 보낸 Ludvik의 농담은 치명적인 독이 되어 그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Optimism is the opium of the people. A healthy atmosphere stinks of stupidity. (낙관주의는 사람들의 아편이며 건전한 분위기는 어리석음의 냄새를 풍긴다.)
아무리 농담이었노라 항변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공산당원 자격이 박탈당하고, 보조받던 대학 공부도 하지 못하게 된 20대의 청년은 15년의 생활을 군대, 감옥, 광산에서 저당잡힌다.

자신의 삶의 실타래 자체도 하나의 수수께끼 같던 시절이라 자신 외의 삶에 관심조차 못가지던 20대 시절의 Ludvik의 농담을 지식인의 부르조아적 정신이라며 맹공격하던 것은 누구였을까? 분노와 복수의 화신이 되어 15년을 보낸 뒤 그가 던지는 절규와 질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내 엽서의 우스운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누가 실수한걸까? 역사 자체일까? 신성한 역사인가 이성인가? 왜 그것을 역사의 실수라 부르는가? 인간의 이성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만약 역사가 실제로 이성이 있다면 왜 그 이성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신경쓰지 못했는가? 왜 꼭 그렇게 학교 선생님처럼 반드시 진지해야 하는가? 역사가 농담을 했다면 어쩔 것인가?’

그가 던진 농담으로 인해, 어쩌면 역사/운명의 농간으로 인해 그늘만이 지배하던 과거에 살아서 그의 마음에는 현재를 들일 공간이 없었다. 정치 재판, 그에게 공산당 자격을 박탈한다고 손을 들던 사람들이 모여 있던 강의실, 공포, 군대의 검은 휘장, 20대에 사랑했으나 놓쳐버린 Lucie 등의 과거가 그를 지배하였기에 그는 얽힌 삶의 실타래를 풀 수 없었고 되돌릴 수도 없었다. 과거와의 단단한 연대감이 형성되고 그것은 최면이 되고, 복수, 기만, 종교, 신화가 되었다.

그를 더 슬프게 한 것은 그에게 공산당원의 자격을 박탈시킨 주범인 Zemanek에 대한 복수심으로 살았는데, 그가 태도와 관점을 바꾸었고, 시대의 조류가 변화하여 그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망각 속으로 던져진 것이다. 세상이 그를 잊었다고 할까? Zemanek는 태연하게 말한다. ‘과거에 우리가 세상을 구하기를 원했지만 결국, 우리는 메시아적 사고로 세상을 거의 파멸시킬 뻔 했다. 그러나 현대의 젊은 세대는 그들의 이기심과 개인주의로 세상을 구할 것이다’ 시대의 조류에 따라 정치 색깔을 바꾼 그를 향해 복수조차 할 수 없는 Ludvik는 더욱 침통해진다.

이 책은 장마다 화자가 바뀌고 그에 따라 드러난 그들 내면의 심리 상태 묘사가 소설의 백미를 이룬다. Ludvik 아니어도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당원 자격을 박탈당한 Kostka, 진정한 사랑의 의미로 고통스러워 하는 Helena, 왕의 가장행렬에(The Ride of the Kings)집착하는 Ludvik의 어린 시절 친구 Jaroslav.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절규와 고통을 읽으며 순간 무엇이 진실이고 허구인지 혼란스러웠다. 화자가 달라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 듯 하지만 그들의 내면도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화자 Lucie가 없고 그녀에 대한 내면 묘사가 없어 그녀를 향한 Kostka와 Ludvik의 설명이 엇갈린다. 때때로 이야기도 화자의 주관적 해석에 따라 다른 색깔을 갈아 입으며 진실과 시적 극화(허구)가 혼동되는 것은 아닐까? Lucie만이 누구를 더 사랑했는지 알겠지. 아니 혹시 그녀도 자신의 내면을 혼동하며 상대에 따라 자신의 이야기를 극화하지 않았을까?

이 책을 더 잘 이해하고 싶었다. 전반부를 더 꼼꼼하게 읽으며 진주를 캐내지 못함이 미안할 정도이다. 책 선정에 늘 신중을 기하고 대부분 감동적이지만 이 책은 나중에 꼭 다시 읽어 보고 싶을 정도이다. 나는 나 자신에 어느 정도까지 진실한가? 나의 농담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느 경계까지 농담으로 읽혀지고 싶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