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 문학으로 읽는 신약성서 비아 교양
카일 키퍼 지음, 김학철.이승호 옮김 / 비아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영어를 전공한 자로서 성서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못함은 매우 불편했다. 1학년 때 Bible과 Mythology를 간단히 배우긴 했고, 일요일에 교회를 다니긴 했으나 제대로 성경을 깊이 있게 읽어 보지 못했기에 많은 서양 작품 이해도 쉬운 일이 아니고 워낙 성경적 비유가 많아서 작품에 담긴 심오한 내용을 놓치기 십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성경을 문학적으로 접근함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나마 올해 성경공부를 조금 하고 있었고 지난 번 ‘The Case for Christ(예수는 역사다)’를 읽어서 이 책이 조금 더 쉽게 이해된듯 하다. 4복음서, 바울의 서신 13개 중 10개, 요한계시록에 대한 문학적 비평을 시도했다.

문학의 기능을 심미적 기능과 실용적 기능으로 나눌 때 상황에 대한 판단을 돕고 상응하는 태도를 갖추도록 돕는 실용적 접근면에서 볼 때, 신약은 종교성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충분히 삶을 위한 도구로서의 문학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테의 신곡이나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도 성서의 많은 부분을 인용하면서 신학적 진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본문과 대화하려는 창조적 활동을 하고 있다고 시작하고 있다.

4복음서,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이 전하는 예수의 내용에 이질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마가는 예수의 고난을, 마태는 예수의 가르침을, 누가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예수님의 관심. 그러나 요한은 이전 복음서와 달리 독자들에게 이야기 자체보다 ‘말의 의미’에 초점 맞추기를 요구하며 독자들에게 문학적 도전을 준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왔다. 그 행간의 뜻을 읽어내지 못하는 한 예수와 적대자들간에 소통의 부재가 생길 수 밖에 없다.

13개의 서한을 전한 바울은 복음이라는 메세지의 본질만 왜곡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바울의 persona는 독자와 주제에 따라 바뀌고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알고 읽으니 바울의 다양하고 유연한 이념가적 성질이 보인다. 사도바울의 호전적 메세지에 대한 니체의 비판도 날카로왔다.

요한이 에게해 밧모섬에 있을 때 받은 환상에 기반을 둔 요한계시록은 알레고리와 신화 중간 정도에 있는 묵시록이라고 했다. 사실 선과 악의 구도 대결을 담고 있는 요한계시록은 내게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이고 영화, 책, 시, 연극 등 다른 문학 장르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각기 다른 내용을 하나로 묶은 신약인듯 보이나, 결국 신약에 속한 다양한 책들은 직선적이거나 시간 순서대로 묶여있지 않으며 마치 사진 모자이크를 보듯, 하나의 조각들은 예수에 대한 해석과 묘사를 서로 다른 독특한 필체로 그리고 있으나, 조금 더 멀리 떨어져 보면 조각들 특성은 사라지고 예수에 대한 더 넓은 해석에 이바지하는 전체적인 모습만 남는다고 한다. 결국, 그것은 다양성을 통해 단일성을 탐구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무늬만 기독교인인 내가 큰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더 많은 공부를 통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할듯하다. 영어를 좋아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성경을 더 잘 고찰해 볼 필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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