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은 어떻게 삶을 성장시키는가 - 행동하는 철학자 사르트르에게 배우는 인생 수업
쓰쓰미 구미코 지음, 전경아 옮김 / 더블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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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늘 내게 ‘백마탄 왕자’님 같은 존재이다. 늘 기다려왔고 가까이하고 싶으나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러나 그가 오면 나의 고민이 해결될 것 같은 아련한 존재. 그래서 도전한 ‘심야의 철학도서관’은 그야말로 철학서적이었으나 이번 책은 삶속으로 내려온 지혜같은 내용이라 심리서적 처럼 쉽게 다가왔다.

제목부터 뭔가 심쿵하긴했다. 사실 난 ‘책임’이란 단어가 싫다. 책임감이 너무 강해 나 스스로 힘들게 살고 있기에 내려 놓고 싶은 것이 책임이란 단어였고, 이것이 나를 성장시킨다는 표현은 일을 시키기 위한 합리화가 아닐까라는 피해의식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 배운 사르트르가 책 저변에 흐르고 있어 그의 책에 도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사물에게 적용되는 ‘본질이 실존에 앞선다’는 내용이 사람에게는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가 된다. ‘실존’, 즉, 실재하느냐, 존재하느냐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인간 자체의 존재/실존도 중요하지만 추상적인 개념인 기대감, 불안, 약점 등도 숨기려 하지 말고, 말로 꺼내어 존재시키고 있는 것을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힘의 원천이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누군가에 대한 ‘기대’도 마음 속으로만 하지말고 입 밖으로 표현하고, 숨기고 싶은 약점도 밝힘으로써 무의식에 있는 어둠을 의식화하면 웬만한 일에는 크게 동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게다가 나처럼 감정적으로 화를 잘 내는 사람에게는 자신을 의식적으로 관찰하는 연습을 통해 냉정해 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 어른도 이 책에 등장하는 ‘인생학교’에 주기적으로 들러 상담을 받고 조언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의존적인 해결책을 구한다고 의지박약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까? 자신을 객관화시켜 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이 책에 아주 여러번 등장하는 ‘선택’, ‘자유’ 이것은 매우 무서운 말이다. 왜냐하면 그에 따른 책임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보편적 상식에 의구심을 품을 수 있는 용기를 통해 수많은 선택이 우리 앞에 놓이게 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나의 본질이 결정된다.

인간의 실존에 자신의 유의미한 본질을 만들어 가야 할 의무와 책임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있다. 과거를 보내고 항상 ‘지금’에 집중하라는 사르트르의 경종을 따라가며, 새로운 나다움을 만들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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