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ita (Paperback)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 Penguin Putnam Books / 200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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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화광(movie buff)이었던 때가 있었다. 영화를 하루에 두 편 정도 보던 시기가 있었고 지금도 영화나 연극을 좋아하지만 같은 작품을 책과 영화 중 하나를 통해 감상하라고 한다면 이제는 책을 고를 것 같다. 이 책은 영화를 먼저 보았기에 사실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 있었으나 손색없는 고전이라는 리뷰평이 많아 선택하게 되었다.

물론 부정적 평도 있고 독자들의 취향에 따라 엇갈리기도 한다. 나 역시 영화로 인해 부정적 인식이 있었던 것은 작가의 세밀하고 디테일한 심리묘사가 시각적으로 전달되기에는 소재가 너무 파격적이어서가 아닐까 한다. 미성년자 10대를 향한 중년 남성의 사랑이라는 자극적 소재가 많은 것을 가리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원서는 매우 어려웠다. 고전이기도 하고 어휘자체도 수준이 매우 높았고 심리 묘사도 마찬가지로 어려웠다. 사랑이라는 정서에 대하여, 더 존중받고 인정받아야 하는 관계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신적 사랑이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사랑보다 더 숭고한 것이 아니듯이, 통념적으로 그어 놓은 선 안에 있는 감정만이 아름답다 여겨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Lorita를 향한 Humbert의 사랑은 병적 집착 수준 증세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한 사람을 향한 순애보를 찾아보기 힘든 현대판 사랑과도 비교가 된다. 만남과 이별이 쉽고 조건에 따라 마음까지 움직이는 시대에 한 사람을 향해 평생을 바치다니 이것이 단순한 집착으로 가능한 것일까?

It was love at first sight, or last sight and ever ever sight. (p. 270)

첫눈에 반한 사랑이 마지막까지 또 평생 늘 한결같기가 어렵다. 또한 나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볼 때 누군가를 향해 마음이 열리고 설레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축복이 아닌가 싶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는 떨림과 그리움은 화석화 되어 감동을 잃어버린 무미건조한 삶에 활력을 주지 않을까 한다. 만약에 Humbert가 강인한 절제력을 발휘하여 정신적인 사랑에 그쳤다면 더욱 숭고하게 비추어졌을까?

진정한 사랑에 대한 정의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도덕적 잣대를 세우기 어렵다 생각하기에, 나이 차이에 대한 상식을 넘고 보면, 특이한 상황에 지배받았던 둘의 관계 속에서 드러난 Humbert의 애절한 감정표현이 문학적으로 너무나 잘 표현된 작품이 아닌가 한다. 나는 그냥 내 기준의 잣대없이 그의 입장에 서서 그의 심정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많은 문학 작품 속 평이한 소재이지만 늘 다르게 다루어지는 사랑은 때마다 다른 옷을 갈아입기에 그 진가를 알아보기가 어렵다 ㅜ.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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