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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Paperback) - 『백년의 고독』영문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 HarperPerennial / 2006년 2월
평점 :
‘백년의 고독(One Hundred Years of Solitude)’이란 제목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본문에 가장 많이 반복되는 단어가, 고독(solitude), 고독한(solitary)이다. 등장인물들, 물건, 배경등이 모두 고독한 냄새를 풍긴다. 그 다음으로 반복되는 단어가 hundred, century(1세기)이다. 67년에 발간된 책인데 백세 이상 사는 등장인물도 여러명 있다. 물론, 제목이 암시하는 것은 6대에 걸친 남미의 Buendia 가족들의 100년 이라는 기간에 걸친 고독을 엮어낸 것이다.
겉표지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라는 선입견이 없어도, 처음 몇페이지만 넘기면 문체가 예사롭지 않다는걸 금방 알게 된다. 읽는 동안 역시 어려워 도전받았던 노벨문학상 작품, Beloved가 생각이 났다. 읽는 동안 얼마나 길을 헤매었는지 ㅜ.ㅜ
다 읽고 난 느낌은 마치,
품격있고, 세련되며, 똑똑하고, 잘생기기까지 한 남자와 호텔에서 내게는 생경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 시간동안 브런치를 먹은 느낌이다. 대화가 어려워서 완전 집중하지 않으면 반응도 제대로 못하고 길을 놓칠까 제대로 먹지 못해 소화를 잘 못시켰다고 할까? 만남은 행복했으나 편안하지 않았다.
6대에 걸친 수많은 등장인물, 선조의 이름을 자손에 사용하여 주는 인물이름의 혼동, 시대와 문화가 다름에서 오는 빈번치 않게 사용되는 낯선 단어의 장벽, 쉼표(comma)로 가득찬 문장을 따라가며 마침표(.)가 안보여 불안했던 만연체 문장, 그리고 가장 힘들고 이 책의 백미였던 수 많은 은유(metaphor)를 사용한 등장인물의 심리묘사 등. 이 책이 처음에 스페인어로 발간되었을텐데, 원어로 읽을 능력이 안되어 아쉽고, 영어번역도 이 정도면 거의 창작이 아닐까 하고 원어와 얼마나 차이가 날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어로만 읽었는데, 이것도 한글과 비교하여 논란이 많은걸로 안다. 책은 나의 부족함을 일깨우며 하루에도 몇번씩 겸손해질 필요성을 일깨운다.
일년에 한번씩 서커스가 오는 것도 엄청난 구경거리가 되며 거기서 파는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큰 변화와 영향을 받는 아주 작은 마을 Macondo의 Buendia 가족의 6대에 걸친 출생과 사랑, 진보와 보수파간의 20년 이상에 걸쳐 일어났던 내전 등을 통해 가족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있다. 전지적 작가의시점으로, 그 많은 등장인물의 당시의 상황에 처했던 심리를 탁월한 시선으로 어루만져 주는 주옥같은 문장들이 너무 너무 많다. 삼각관계의 가슴아픈 사랑과 죽을 때까지 갖고 갔던 원한과 애증의 Amaranta, 이상을 위해 전쟁에 참여했으나 나중에는 전쟁을 위한 전쟁을 하며 전쟁의 허상과 망상을 평생 끌어안아야 했던 Colonel Aureliano Buendia 등등. 모든 인물들의 고독이 안스럽다. 그들의 입장이 되니 이해 못할 것이 없고, 악역조차 그들의 그늘과 아픔에 동정이 간다.
그럼에도 책 여러 곳에 등장하는 고독은 반드시 부정적이 아니라 생각한다. 고독이란 단어에는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는 그늘이란 느낌이 묻어 나지만, 외로운 고독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등장인물들에게 친구이자 적같은 고독이 있었기에 아픔을 잘 승화시키며 타인과 나를 용서함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혼자뿐 아니라 더불어 함께 있어도 고독하고, 수다를 떨어도 그 속에서 공감을 얻지 못해 고독이 불연듯 불청객으로 오는 순간 순간이 있다.
내게 친숙한 고독에 위협을 느끼지 않고, 내편으로 적극 수용하면 고독과의 동거가 쉬워짐으로 내면의 소리에 더 잘 귀기울여서 내 마음의 동요와 불안이 줄어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