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3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3 ㅣ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3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9년 11월

책장을 열기 전에는 조금 겁을 먹고 있었다.
그림이나 철학 같이 음악에 대해서도 역시 나는 문외한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에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가 그러했듯이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3>도 클래식을
재미있게 설명해주면서 클래식에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리라 믿었고, 
그 믿음은 신뢰라는 보답으로 돌아와서 매우 기쁘다.

다만, 저자는 랑랑이라는 중국의 피아니스트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에 대해
그가 중국인이라 한국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다고 한 것은 좀 딴지를 걸어볼 까 한다.
물론 중국인이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자가 말한 아시아인이라 싫어한다는 것은 조금 억지가 아닐까?
한국에는 한국인 외의 음악가는 유명하지 않다라는 말에 딴지를 거는것은
유키 구라모토라는 피아노 연주가가 한국에서 많이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부터가 이미 그의 CD를 구입해서 듣고 있는데...뭘.....그냥 지나가며 거는 딴지였다.
책으로 돌아가자~!!!

 무엇보다 책이 참 고급스럽다.
 난 이렇게까지 고급스러운 책은 처음이라 
 처음에는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양질의 종이를 넘기면서 
 읽는 클래식의 맛은 맛있었다.
 유일하게 아는 인물이 나와 반가웠던
 정명훈 지휘자
 루이스 바칼로프의 피아노 연주를 지휘하셨다고 한다.
 피아니스트의 이름은 처음 들어보지만,
 지휘자에 대해서는 여러번 들어봤던 기억이 있기에,
 책 뒷면에 있는 CD에서 후다닥 8번 트랙을 돌려봤다.
 "아~ 탱고를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책에서 탱고를 음악의 중심이요. 성악의 일부분이라 한 이유를
 음악을 듣고서야 이해가 갔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이부분이 아닐까 싶어졌다.
글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던 부분을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레 느끼게 해주는 것.
탱고가 그저 스포츠 댄스 아닌가 싶었던 이들에게 리베르탱고를 들려준다면,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탱고는 슬픈 음악이다. 라는 인식을 하게 될 것이다.

총 13개곡이 책 설명에 맞춰서 담겨져 있는 이 CD는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3> 을 읽으면서 꼭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CD가 책에 철썩 붙어있을 수 있게
CD케이스가 얇게나마 책에 달라 붙어있길 바란다.
종이를 가위로 자르면서 안의 비닐까지 잘라버리는 실수를
다른 이들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소장의 가치를 더 높이는 CD와 책
그렇다면, 내가 사랑하는 책에 대한 욕심을 더 끌어올려주는
책탐이 들어가는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3> 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저자가 소개해준 연주가들의 
CD에 대한 설명들이 담겨져 있다.
그 중 나는 피아졸라의 스타일을 이어받은 바칼로프가 탱고로 
만들었다는 미사곡 <미사 탱고>와
아름다운 미모로 한번 더 주목받는다는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가 가장 땡긴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헉...이게 뭐지?
범..범인은 누구인거야? 아..답답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게 흐지부지한 결론인데, 믿었던 히가시노 게이고가 나에게
이런 충격적인 결말을 안겨줄지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

이제서야 띠지의 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출판 당시, 범인이 누구냐는 문의 전화로 출판사를 마비시켰던 문제작!
저게 뭔 소리인가 했는데, 이 소리였던 거다. 헉헉헉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으면서 한번도 결말에 대해 불평이라는 것을 가져본적이 없었는데,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에서 나는 그만 좌절 + 절망 + 실망이라는 것을 했다.
깔끔하게 결론을 내줘야지~

덕분에 밤새 꿈 속에서 나는 범인을 찾아 헤매느라 1시간 간격으로 눈을 뜨는 피곤한 밤을 보내야만 했다. 혹시 그 사람이 범인 인걸까? 혼자 생각하고 
아니야..그럼 애는? 하면서 또 혼자 판단하고
난 이런거 싫다.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를 배려하며 진실을 파헤치는 가가형사의 냉철하고도 예리한 직감력은
아주 눈부시게 빛을 발휘했고, 피해자의 오빠가 보여주는 추리에 대한 감각적인 센스도 
멋드러졌지만, 제일 중요한 사건에 대한 결말이 없다는 것은 
앙꼬 없는 호빵이요. 호두 없는 호두과자다.

그러니 그 다음 작품에서라도 제대로 결론 내어 알려줬음 좋겠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의 범인은 누구였다~ 라는 글 한줄이면 된다..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탐정 갈릴레오

탐정 갈릴레오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8년 6월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였다.
그의 글은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해준다.
<탐정 갈릴레오>가 단편집인것은 책장을 넘기고서야 알게되었지만,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참고로, 난 단편집을 별로 안좋아한다.)

<용의자 X의 헌신> 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던 지라, 그 뒤로 갈릴레오 박사를 또 만나고 싶었는데, 그동안은 가가형사만 만나 무척이나 아쉬운 판이였는지라 <탐정 갈릴레오>가 너무나 반가웠다.

물리학자가 풀어내는 사건 추리물.
형사의 무능력함을 보여줄 만도 한데, 어째 그런 느낌은 잘 나지 않는 것도 
작가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갈릴레오 형사의 시리즈를 보다보면 형사의 무능력함이 
눈에 띄어서 그런가 좀 불편한 맛은 있다.
갈릴레오가 없었으면 사건은 모두 미궁으로 빠지는 거야 , 뭐야? 뭐 이런 트집잡기 놀이? ㅋ

<용의자 X의 헌신> 에서처럼, 갈릴레오 교수의 냉철한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아이를 싫어하거나, 지저분한 머그잔에 인스턴트 커피를 아무렇지도 않게 마시는 
그의 까칠한 모습은 제대로 표현된 듯 하여, 그의 이미지가 머릿속으로 마구 그려졌다.

다만, 그가 설명하는 모든 과학적 이론들이 내게는 눈으로 보이지 않기에,
이해하기가 좀 버거웠다. 점점 두뇌 회전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다보니 그 트릭을 이해하는데, 내 머리가 따라가지 못함을 요즘 계속 느끼고 있다. 이건 너무나 불편한 진실이다.

인간의 선입견을 무시하고, 과학적 사실만을 보려고 하는 갈릴레오 교수가 있기에
미궁 으로 빠질 수 있는 사건들도 수면으로 떠오르며 공기방울 처럼 사라져갈 수 있는게 아닐까?

"인간의 선입견이 얼마나 진실을 가리는지 몰라. 비눗방울 속에 공기가 들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 존재를 잊어버리고 말아. 그런 식으로 우리는 삶 속에서 많은 것을 놓치는 거야." (5장 이탈하다 301p)

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읽기

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읽기 - 쇼펜하우어의 재발견
랄프 비너 지음, 최흥주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0월

 

철.학

이 두 글자가 주는 압박감과 숨막힘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뭐라 딱히 할말도 없어지고, 순간적으로 '나는 바보다.' 라는 느낌의 도장을 내 머릿속과 가슴속에 
쿵쿵 찍어주는 그런 무력감을 느끼게 해주는 단어. {철학}

그 철학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고자 하는 노력으로 만난 <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읽기> 역시나 내게는 버거운 산이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청소년 권장도서라는 은빛 스티커가 찬란한 빛을 내기에,
조금은 훗~!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겠군. 이라는 마음을 가졌었는데,
읽으면서 느낀것은 요즘 청소년들의 머리는 아주 복잡하겠군.....이였다.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읽어냈으니, 당연히 내 머릿속에서는 그 글자들이 일렬로 이뿌게 서서
문장을 만들고 이해를 해주어야 하는데, 요녀석들,  9중 10중 추돌사고를 내고 만다.
결국은 이.해.불.가 라는 처방전을 내려주고 자기는 쓩~ 사라져 버린다. 젠장할~!

염세 사상의 대표자라 불리운다는 쇼펜하우어에 대해 나는 나와 비슷한 면이 있을것이라는
큰 기대감도 가지고 있었다. 나도 나름 염세주의에 현실주의에 냉철한 사람이라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웃기는 말을 툭툭 내뱉는 그의 글귀들과 돌려말하지 않고 톡 쏘아대는 그의 말투에서
그가 꼭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의 염세주의자는 아니였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서고의 한 켠을 채우기 위해 이 책을 소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나는 그 짝인가 보다. 다시 읽기에는 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내버리려니 나의 무식함이 부끄럽고. 딱, 책꽂이에 이뿌게 꽂혀 나 이런 사람이오~ 하는 분위기를 자아내주는게 이녀석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유일하게 등뒤에서 우리를 욕하지 않고, 우리가 실수해도 너그럽게 봐주는 사람 같은것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나 자신을 사랑하라, 나 자신이 가장 사랑스러운 대상일 것이다 라고 말하는 그의 말이 맴맴 돌뿐이다.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ㅣ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너무나 시시한 피리소리에 맥이 풀려버렸다.
처음부터 차근히 읽었더라면, 물론 나는 사건과  범인을 유추해내기 여려웠을것이라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한글자 한글자 읽기에 너무 지루했다.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과 연계된 것이라는 홍보에 나는 흥분하고 달려들었는데,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는 흥~!!! 하며 나를 힘껏 밀쳐낸 듯한 기분이다.

옛날에 씌인 책이라 그런가,
사건의 전말이나 전개 캐릭터들의 모습들이 정말 심심했다.
또한 주인공들의 이름을 외우기도 벅차서 표지부분에 있는 주요등장인물들을 살펴보면서 읽다보니 호흡도 흐름도 다 깨져버려 더욱 더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저자가 그런것인지, 번역자가 그런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이 말하는 잔인한 사건이나 장면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래서 그런가 억지스럽게 느껴졌고,
사건을 해결하는 긴다이치 코스케에서도 김전일의 날카로움이나 끌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시작이 부정적이여서 그런가,
30장을 읽으면서 내내 지루하고도 부정적이였음을 고백한다.

오타도 눈에 띄고,  <혼진 살인사건> 과  <옥문도> 라는 책을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것이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더 짜증나게 했던게 아닐까 싶다.

줄줄이 나오는 문체에서 작가의 역량은 느껴졌으나,
흥미로움을 느끼지 못한 것을 보니 나랑은 코드가 안맞나보다.

그래도 시리즈가 계속 나왔던 것을 보니, 그 전 이야기들을 보고나면 
어쩌면 나도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탐정에게 관심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편협한 나를 위해 조만간 <혼진 살인사건>과 <옥문도>를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