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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 - 지상에서 보낸 딸과의 마지막 시간
김효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안울어야지....하면서도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티슈 한통을 다 쓴것 같다.
울고 코풀고......
2006년 12월 10일 26이라는 젊은 나이에 암4기 진단을 받았다.
부모님은 유럽으로 퇴직여행을 떠난 상태였고,
내 곁에는 외삼촌들이 돌아가며 나를 지켜주고 계셨다.
계속되는 검사에 불안함과 지침이 겹치고,
온 뼈에 전이된 암세포들 때문에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힘들정도로 진통이 심했지만,
괜찮을거라며 나를 달래며 울지 않았다. 아니,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모르핀에 잠이 들었다 잠시 깬 내 앞에는 엄마와 아빠가 내 손을 꼭 잡고 있었고,
꿈이라 생각했지만, 눈물이 마구 나와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불길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고 하신다.
여행가방 손잡이가 계속 끊어지고 부서지는 것을 보고 뭔가 일이 잘못되가고 있구나 하고 느끼셨단다.
눈물이 계속 나와 앞이 뿌여진다.
4년이라는 시간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독한 항암제를 집어넣고,
하루에 10알이 넘는 알약들을 삼키며 이제 곧 끝날거라는 희망을 가졌었지만,
뇌로 전이가 되고, 또 간으로도 전이가 되버린 지금은 그저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뿐이다. 열발자국도 제대로 걷지 못해 헉헉 거리는 날 바라보는 엄마의 가슴이 서연엄마와 같지 않았을까......
음식 냄새만 맡아도 토하는 나를, 계속해서 살이 빠지고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나를 보는
엄마의 마음은 살아도 살아있다는 느낌이 아니였던거겠지...
그래서 웃으려고 노력했다. 짜증도 많이 부렸지만, 다 받아주신 부모님께 너무나 죄송하고 미안하다.
계속되는 전이로 이젠 신약을 써야하는데, 보험처리가 안되어서 병원비와 약값이 너무 부담스럽다. 거기다 지방에 사니 교통비와 식비까지...검사라도 있는 날이면 숙박비까지 걱정이 된다.
항암제를 먹고 있지만, 그래도 3주에 한번씩은 또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데,
그때마다 보이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에 그래도 나는 살만큼 살았으니 행복한거구나....하는 마음을 갖는다. 그러다 혈관을 찾을 수 없어 손등에 피멍을 들이고 그러다 다시 발등으로 주사바늘을 옮겨 꽂을때는 이제 이일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처진다.
항암제를 바꿀때마다 나타나는 부작용들로 몸은 이미 지쳐버렸다.
햇빛을 받아도 안되고, 걸어도 안되고, 서있어도 안되는
그래도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야하는 걸까?
엄마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더 씩씩하게 버텨야 하는데, 그래야 한다는 걸 알겠지만서도
아침부터 목안에 집어넣어야 하는 수많은 알약들을 삼키며
지겹다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항암 부작용으로 점점 검게 변하는 피부를 바라보는 것도
피부 여기저기 나있는 두드러기 같은 것들도
황달기도 하도 빠졌다 자라길 반복하다 보니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휑한 머리통을 볼때도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사는 걸까....살아야 하는걸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시간이 지날 수록 좋아지기는 커녕
점점 나빠지는 몸을 바라보는 나는 이제 준비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