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류 시화.

그는 언제나 내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그가 건넨 첫 인사는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한편으론 모호한 듯 다가와서는 인디언 문화를 이야기해줬고 두 번째는 인도로 안내했다. 그제야 나는 작가 류 시화의 이름을 기억했다. 그러나 이미 나는 그의 시집을 갖고 있었고 그가 건네는 이야기를 많이 보고 듣고 있었다. 그렇게 작가 류 시화는 어느덧 내 삶 깊숙이 자리 잡아 있었으며 언제부터인가 그가 번역한 책들도 믿고 보게 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나는 류 시화에 푹 빠져 지냈다. 그리고 다시금 그가 건넨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려고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를 펼쳐본다. 그가 이야기해주는 하이쿠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하이쿠는 우리나라 시조와는 비슷한 듯 같지 않은 짧은 시다.

작가 류 시화의 설명이 없었다면 그 짧은 하이쿠의 진정한 의미도 모르고 그냥 넘어가, 하이쿠 작가들의 삶이 깃든 하이쿠의 참맛도 모른 채 마지막 장까지 그냥 내달렸을 지도 모른다.

작가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간 하이쿠의 세계는 처음엔 좀 당혹스러웠다. 너무나 짧은 문구, 이야기를 좋아하는 내게는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작가의 해설과 함께 하면서 하이쿠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 들어 갔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길 때는 내가 좋아하는 하이쿠 작가가 따로 생겼을 정도다.

 

<떠나는 내게/ 머무는 그대에게/ 가을이 두 개. - 시키 作>와 <두 사람의 생/ 그 사이에 피어난/ 벚꽃이어라. - 바쇼 作>는 같은 듯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처음에 나왔던 바쇼의 하이쿠보다는 시키의 하이쿠가 더 내 마음에 와 닿는다. 이것은 완전히 내 주관적인 취향이다. 바쇼보다 시키가 더 좋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예가 한 두 개가 아니다. 누구와 누구의 하이쿠가 비슷한 게 있나하면 소재가 같거나 같은 대상을 논하는 시점, 관점이 비슷한 것도 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은 갈린다. 결국 내 취향에 따라 작가를 평하고 작품을 논하며 류 시화의 안내를 받으며 첫 걸음마를 떼던 내가 어느 덧 안내보다 앞서려는 마음이 든다.

 

류 시화가 없다면 나는 하이쿠를 접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류 시화가 이야기한다면, 그 어느 것이라도 믿고 다가가게 된다.

다음엔 또 어떤 세계로 나를 안내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기가 있는 집의 수납 & 인테리어 - 좁아도 수납공간이 부족해도 깔끔하고 쾌적하게!
주부의 벗사 지음 / 이보라이프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아기가 태어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적입니다.

세상에 기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소중한 존재, 아기.

그런데 아기가 태어나면서 기적이 행해졌지만 또 다른 기적을 꿈꾸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나날이 늘어나고 쌓여가는 물건들과 아기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의 공존은 마치 모세의 기적이라도 바라야할 것 같은 것이, 마치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인 도쿄가 있는 나라 일본의 엄마들의 수납 아이디어와 인테리어 지식이라면 작은 기적이 행해지지 않을까 하여 선택한 책 <아기가 있는 집의 수납&인테리어>입니다.

 

단 둘이 살 때와는 전혀 다른 삶이, 하루아침에 일어납니다. 남자 여자 쌍둥이가 태어나자 집은 마치 폭탄을 맞은 것처럼 매일이 전쟁입니다. 한 달이 지나면 새로운 물건이 두 명분 생기고, 또 한 달이 지나면 그만큼 더 생기고, 매일 써야하는 자질구레한 것들이 방이고 거실이고 곳곳을 차지하고 매번 정리를 해 보지만 끝도 없는 것이 살림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는 순간이 바로 아기가 태어난 이후가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물건들은 계속 생겨나고 아가들은 매일 커갑니다.

 

주말에 대청소를 해도 그때 뿐, 아가들이 이제는 보행기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고 기면서 모든 것에 호기심을 발휘하는데 아가들의 동선과 각종 장난감, 용품, 옷들이 이 바구니 저 바구니, 이 가방 저 가방에 따로따로 담겨 굴러다니는 것이 정신이 없을 지경입니다. 매번 아이디어를 내서 정리를 해보지만 계속 새로운 문제는 발생하고 그러면 매 주말은 대 청소의 날이 되고 매주는 그렇게 반복적으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굴러갑니다.

 

그래서 책을 펼치자마자 후루룩 각 집의 수납, 정리, 배열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작기로 소문난 일본 주택의 수납과 인테리어는 저희 집에 적용한다면 한결 쉬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선배엄마들의 수납을 살펴보니 결론은 같더군요. 일종의 법칙 같은 것이 각 집에 적용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자질구레한 것들은 보이지 않게 수납한다.

아이들 장난감은 바구니에 모두 담고 뚜껑을 열어두는 대신 천으로 가린다.

매일 사용하는 기저귀나 로션 같은 용품은 바구니에 담거나 자주 사용하는 위치에 서랍장에 담아 동선을 줄인다.

아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주기 위해 벽장, 바구니 형태의 수납을 활용한다.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니 간단한 것을!

역시나 여러 집의 수납과 정리를 한 눈에 살펴보니 그 속에서 저희 집에 맞는 것을 적용하는 것이 훨씬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이제는 저희 집에 맞게 구상해서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굳이 인테리어 비용 없이도 기존의 수납시설을 이용해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가 기대되는 둥이의 집이 될 것 같아 몹시 기대가 되네요.

얼른 주말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말은 좀 특별한 청소가 될 듯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생각하는 일본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가볍다’는 것이다. 그들만의 유머코드는 신선함과 엽기를 넘나들며 한일문화교류에서 유일하게 일본의 완승으로 문학 분야가 차지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본소설을 하나씩 접하면서 가벼움의 여러 가지 형태를 만나게 되었다. 가벼움이 단순한 가벼움만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일본 소설의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한 남자가 갑자기 죽음을 선고받고 하루씩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세상에서 하나씩 없앤다는 내용이다. 역시 소재부터가 일단 신선하다.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주인공이 겪는 사건을 가벼운 터치로 서술한다. 달콤한 유혹을 건네는 악마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어딘가 좀 허술해 보이기까지 하다.

얼떨결에 없앤 전화에 이어 영화, 시계로 인해 주인공은 하루씩 생명을 연장하며 지나온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첫 사랑과 만나본다. 그러나 죽음을 고백한 그에게 그녀는 약속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그의 나쁜 점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녀의 만나는 동안 그녀와 관련된 것들을 기억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헤어져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인공은 못된 남친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세상에는 없앨 게 무수히 많다며 인간의 평균 수명 이상을 살 수도 있겠다며 생각했다. 그러나 악마의 마술로 말을 하게 된 고양이 양배추와의 대화에서, 헤어진 여자 친구와의 대화에서 그는 이전에는 결코 느껴보지 못한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거리를 두게 된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아예 발길까지 끊은 그에게 마지막 순간 그가 해야 할 일은 ….

 

가볍게 시작한 이야기는 깊은 감동으로 주인공이 자전거 페달을 밟는 발에 응원을 보내는 독자의 눈물로 끝을 맺는다. 가볍지만 그 여운마저 결코 가볍지 않은 감동이 마지막 책장을 무겁게 만든다.

 

이야기의 연결방식이 아주 매끄럽다. 억지스럽지 않은 구성이 좋았고 강요된 감동이 없어서 더욱 좋았다. 그래서 이야기는 힘을 잃지 않고 오히려 더욱 큰 감동을 독자에게 안긴다. 조금은 부족한 듯한 주인공을 비롯한 캐릭터들은 오히려 이야기의 집중도를 높이고 작가의 필력이 느껴지는 적재적소의 문장들은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가와무라 겐키.

기억해야 할 작가가 또 생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셜록 홈즈의 사건집 코너스톤 셜록 홈즈 전집 9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바른번역 옮김 / 코너스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에 우리 집에는 책이 없었다. 나이 차가 많은 오빠와 누나,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부모님은 어린 나를 남의 집에 맡겨두고 생활전선에서 힘겹게 삶을 이어나가셨다. 그러기에 친구들 집에서 흔히 보이던 위인전 전집은커녕 내가 읽을만한 책은 전혀 없었다.

이런 집 분위기는 나를 독서와 멀리하는 아이로 성장시켰다. 그러다가 뒤늦게 독서로 입문하게 된 것은 바로 추리소설이었고, 그 중에서도 셜록 홈즈였다. 셜록 홈즈를 처음 만난 것이 벌써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기 전이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 내가 번 돈으로 책을 하나씩 구매하게 되면서 서재를 꿈꿔왔고 십 년 전 쯤에 꿈에 그리던 나만의 서재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책장에 전집으로 처음 장만한 것이 바로 셜록 홈즈였다. 그리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두 번째 셜록홈즈 전집을 장만했다. 이번에 나온 셜록 홈즈 전집은 번역과 출판사가 다르고 양장본이 아니어서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1권 주홍색 연구

첫 이야기는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와의 첫 대면을 했을 때나 두 번째 전집으로 만났을 때나 이번에도 그렇고 언제나 셜록 홈즈와 첫 만남은 설렌다. 왓슨과 홈즈가 처음으로 만나는 과정, 셜록의 특이한 습관들이 하나씩 나열될 때는 언제나 흥분된다.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마치 지금 유행하는 미드 CSI를 미리 본 듯 셜록 홈즈가 수집하는 각종 정보와 지식은 놀랍다. 그리고 언제나 놀라운 관찰력으로 처음 보는 사람들의 정보를 알아 맞추는 셜록 홈즈의 모습은 항상 재밌다. 첫 이야기에서 홈즈가 맡은 사건은 주홍색 연구. 제목의 정확한 의미가 아직도 아리송한 나로서는 작품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주홍색 연구라는 단어의 번역이 문화적 차이로 이해가 안 가는 것인지 나의 무지 탓인지 다시 한 번 이 이야기를 다시금 접해야하는 이유로 남았다. 어찌 되었든 이 사건 역시 홈즈는 멋지게 해결한다. 범인을 잡는다는 사전 설명도 없이 느닷없이 범인을 잡고 1부는 끝이 난다. 그리고 2부는 이십 년 전으로 돌아가 이 사건이 일어난 원인을 밝힌다.

이십 년을 기다린 복수. 그리고 죽음.

범인의 정체를 밝힌 홈즈의 실력도 대단하지만 이십 년을 원한 어린 삶을 살며 오직 복수만을 꿈꾸던 범인의 집념도 강했다.

이렇게 셜록 홈즈의 첫 등장은 강했고 사건은 가슴 아프게 시렸다.

2권 네 사람의 서명

주홍색연구가 20년을 뛰어넘은 시간차 복수였다면 <네 사람의 서명>은 보물이 가미된 또 다른 시간차 이야기다. 폰디체리 저택에서 발생한 죽음. 그리고 숨겨진 보물, 보물을 둘러싼 또 다른 복수. 거기에 왓슨의 미래의 아내가 첫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바로 <네 사람의 서명>편이다.

개인적으로 보물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사건을 해결하는 홈즈의 모습보다는 왓슨의 사랑의 결말이 더욱 궁금해졌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에피소드에선 그 결말이 모호하게 나와 나중에야 다른 에피소드를 통해 이 여인과 왓슨이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사랑의 결말이 결혼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실과는 다르게 작품 속에서는 사랑의 결실은 언제나 행복한 결혼이었으면 하는 게 일반적인 독자의 심리가 아닐까 싶다. 그것도 아니라면 나만의 개똥철학이라고 치부해도 좋다. 어찌되었든 다시 <네 사람의 서명>으로 화제를 돌려보자.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보물의 등장이다. 19세기 작품인 홈즈가 21세기에도 여전히 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이런 대중적인 소재의 매력때문이 아닐까 싶다.

복수에 이어 보물.

일단 오십프로는 먹고 가는 소재가 아니던가!

거기에 아서 코난 도일의 완벽한 필력으로 추리라는 장르로 태어난 이 에피소드는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유발하며 개인적으로 아홉 권 중에서 제목을 두 번째로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 에피소드이다.

3권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개인적으로 가장 에피소드와 제목이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세 번째 이야기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피해자의 죽음과 관련된 오래된 전설. 그리고 그 전설이 현실로 드러난 듯한 사건은 이야기 그 자체로 굉장한 흡인력을 과시한다. 그렇기에 이번에 벌써 세 번째로 만나는 이야기지만 거의 십 년에 한 번꼴로 만나기에 이야기의 정확한 내용이 기억나기 만무한데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만큼은 구체적인 내용까지 기억이 나서 이 에피소드를 읽을 때는 예전만큼 흥분하지 않게 되는 단점 아닌 단점이 발생했다. 물론 이런 단점은 셜록 홈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가장 돋보이는 장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1편은 복수, 2편은 보물, 3편은 전설.

아서 코난 도일은 인간의 욕망과 대중의 관심사를 정확히 짚었다.

세 번 째 이야기에서 작가는 인간의 탐욕을 다루면서 거기에 전설을 가미한다.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벌이는 남다른 계획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며 독자를 매료시킨다. 물론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만이 유유히 모든 것을 짐작하곤 쉽게 해결해나가지만 말이다. 반면에 홀로 고군분투하며 헤매는 왓슨은 안타깝다. 하긴 일반적인 독자의 수준이 왓슨인데 안타까워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이 에피소드를 접해본 적이 없었다면 나 역시 왓슨과 다르지 않았을테니말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홈즈 시리즈는 언제나 좋다. 홈즈처럼 특별한 인물 곁에 왓슨 같은 평범한 사람이 있고 그렇기에 독자들은 왓슨에 감정이입하여 작품에 몰입할 수 있으니까.

특별한 사람에게 모자란 2%을 채워주는 사람은 평범한 왓슨 같은 사람이 아닐까!

4권 공포의 계곡

네 번째 에피소드인 <공포의 계곡>

복수, 보물, 전설을 다룬 앞 선 이야기에 이어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있을까 싶은 마당에 프리메이슨을 연상시키는 특별한 단체의 비밀스런 모임을 다루며 독자들을 또 다시 매료시키는 작가 코난 도일.

이번 이야기는 첫 번째 에피소드처럼 1, 2부로 나뉘어 1부는 현재의 사건을 홈즈가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2부는 이 사건의 배경이 된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보여준다.

몇 달 전에 코난 도일이 셜록홈즈를 그의 스승에게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스승은 실제로 홈즈처럼 마주한 상대를 당황시켰다고 한다. 작가는 왓슨처럼 스승의 행동에 놀랐지만 관찰에 의한 예측과 추리라는 것을 스승이 말하면 너무나 쉬운 것을 보지 못한 자신과 별것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매번 스승의 관찰력은 언제나 코난 도일을 당혹시켰고 그의 걸작 셜록 홈즈 역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매번 놀라게 한다.

공포의 계곡에서 보여주는 홈즈의 추리력은 역시나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홈즈의 추리력과 과거의 이야기 속에서 사건의 원인을 이야기로 풀어가는 작가의 성향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라 인간미, 사람 냄새가 가득한 이야기의 힘을 믿는 것이 아닐까 싶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이야기의 구성이 1편과 비슷하여 반복되는 느낌이 있다는 정도. 억지로 만들어낸 단점 아닌 단점이라 할 수 있겠다.

5권 셜록홈즈의 모험

5편 셜록홈즈의 모험은 내겐 특별하다. 보통 소설을 많이 읽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줄거리가 가물가물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순간에 재미를 포기하지 못하고 가장 많이 읽고 있는 장르인 소설. 그 중에서 학창시절에 만난 셜록홈즈는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유일하게 기억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얼룩끈>. 범인이 누구인지 피해자가 누구인지 기억할 수는 없지만 얼룩끈의 정체는 정확하게 기억한다. 바로 그 얼룩끈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 바로 셜록홈즈 전집 중 5편인 셜록홈즈의 모험에 담겨있다. 하나의 에피소드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단편 중에 하나였다니 조금 놀랍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길고 짧음이 여운의 강약을 조절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놀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이번에 십여 년 만에 다시 만난 셜록홈즈에서 유일하게 제목만 봐도 완벽하게 기억하는 에피소드가 있는 5편은 생각 외로 12개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그런데 과거의 기억인지 아니면 연달아 셜록홈즈를 읽어서 홈즈 스타일(아니면 작가 코난 도일의 스타일)을 알게 된 것인지 이야기의 서두만 대충 읽어도 사건의 전개가 쉽게 짐작되기 시작하는 이야기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다시 십 년이 지나고 내 아이들과 함께 셜록 홈즈를 또 만나게 된다면 5편 셜록 홈즈의 모험은 내가 아니라 내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을 자극하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6권 셜록홈즈의 회고록

6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홈즈의 죽음? 아니다. 이 시리즈를 만나기 전부터 나는 이미 작가 코난 도일이 이 시리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홈즈를 죽였고, 독자들의 반발에 못이겨 다시금 살려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6권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홈즈의 형의 존재다. 세상에, 홈즈보다 더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쿨하게(?) 인정하는 홈즈의 모습이다. 예전에도 홈즈 시리즈를 여러 번 읽었는데 왜 이번에야 형의 모습이 각인된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사람 이름도, 얼굴도 제대로 기억 못하는 나이기에 딱히 언제 어떤 순간에 누구를 기억하게 되는 것은 영원한 불가사의가 될 듯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 홈즈와 달리 행동력이 딸리는(?) 게으른 홈즈의 형의 모습은 이상하게도 홈즈와 제법 잘 어울린다.

 

6권 회고록 속으로 들어가보면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실버 블레이즈, 소포 상자, 노란 얼굴, 증권 회사 직원, 글로리아 스콧 호, 머스그레이브 가의 의식문, 라이게이트의 지주들, 등이 굽은 남자, 입주 환자, 그리스 인 통역사, 해군 조약문, 마지막 문제.

 

시리즈가 점점 뒤로 갈수록, 예전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건지 사건의 난해함이 단순하게 느껴진다. 추리소설을 워낙 즐겨보는 1인으로서 쉽게 사건을 추리해나가고 이야기의 결말이 쉽게 추리되기도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1930년대로, 내가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는 여행을 해 본다면 다시금 추리는 재밌어진다. 그리고 홈즈가 틈틈이 연구하는 것들이 실제로 현재에 쓰이고 있는 과학수사의 방식이라는 것을 발견할 때면 놀랍기 그지없다. 그리고 이 많은, 다양한 사건들 역시 작가의 상상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 보여준다.

‘소포 상자’에서 보여준 사랑(?), ‘노란 얼굴’에 담긴 모정, ‘증권 회사 직원’, ‘머스크레이브 가의 의식문’에서는 탐욕, ‘입주 환자’의 두려움, ‘해군 조약문’의 국제적 스캔들. 작가는 점점 스케일을 키워가며 이야기도 힘 있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을 유명하게 만들었지만 또한 자신을 구속받게 만든 캐릭터 셜록을 죽음으로 몰고 가기 위해 멋진 악당 모리아티 교수를 탄생시킨다.

그리고 작가는 결국 그 자신이 만들어낸 최고의 캐릭터 홈즈를 죽인다.

7권 셜록홈즈의 귀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에게 셜록홈즈는 애증의 대상이 아닐까 싶다.

전문작가의 길로 들어선 코난 도일에게 ‘셜록 홈즈’는 명성을 안겼지만 한편으로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그렇기에 과감히 그를 떠나보냈다. 그러나 작가는 독자들의 아우성과 각종 협박에 못 이겨 결국엔 셜록 홈즈를 다시 세상 밖으로 돌려보냈다. 그 작품이 바로 7권 <셜록홈즈의 귀환>이다.

왓슨은 셜록홈즈가 모리아티 교수와 함께 죽었다고 생각하며 3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셜록 홈즈는 왓슨의 눈앞에 나타난다. 모리아티의 수족으로 인해 살인 협박을 피하며 그들을 완전히 궤멸시키기 위해 등장한 홈즈는 그 와중에도 그를 매료시키는 사건에 흠뻑 취한다. 3년이란 시간은 작가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었다. 그래서 좀 더 이야기가 풍성해진 느낌이다. 춤추는 사람들에 담긴 암호를 풀고 홀로 자전거 타는 사람이 가해자가 아니라 보호자임을 밝히고 블랙 피터의 정체, 여섯 개의 나폴레옹 석고상 속의 비밀을 파헤치고 제 2의 얼룩은 국제 분쟁을 막아낸다. 사랑과 애증, 복수, 음모는 물론 국제외교에 나가서 이야기는 다양한 방면으로 그물을 친다.

그러나 언제나 셜록 홈즈는 그 모든 것을 지혜롭게 해결해나간다. 셜록 홈즈가 기존의 추리물과 다른 점은 권선징악의 결말도 그렇지만 꼭 모든 것을 법대로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 예를 들어 밀버턴의 결말은 셜록 홈즈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결론이 아닐까 싶다. 나쁜 놈을 벌하는 방법은 현실에서는 못하지만 소설 속에서만은 이렇게 만드는 것도 좋지않을까 싶고, 통쾌함마저 든다. 슬그머니 모른 척 해주는 홈즈의 센스도 빛나고.

8권 그의 마지막 인사

셜록홈즈의 시리즈를 읽어가면서 아쉬운 점은 이 시리즈가 조만간 끝난다는 것이다. 벌써 8권 그의 마지막 인사다. 제목에서 벌써부터 이별이 느껴진다. 홈즈는 이렇게 돌아오자마자 이별을 이야기한다. 시리즈를 지나칠 때마다 어느덧 홈즈 식으로 생각해보고 사건의 결말이 얼추 보이기 시작하면서 어느 덧 독자는 왓슨의 시점에서 홈즈의 시점으로 이동해간다. 그리고 드디어 홈즈가 직접 저술하는 이야기도 접하게 되면서 막상 사건에 대한 본질은 잊고 그와 함께 하고 있음에 즐거움을 느낄 뿐이다. 이래서 영국에는 셜록 홈즈 박물관도 있고 그를 추종하는 모임이 백 년이란 시간의 차이를 두고도 존재하고 그를 실존 인물로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이리라.

 

죽어가는 탐정에서 결코 홈즈의 죽음이 두렵지 않다. 어느덧 홈즈의 방식을 알고 있기에 그의 변장술, 그의 타고난 연기력을 알고 있고 또한 아직 시리즈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기에 그의 병은 연기라고 단언하게 된다. 또한 또다시 국제적인 문제가 대두되는 브루스파팅턴 호 설계도, 그의 마지막 인사도 쉽게 홈즈의 방식대로 생각하고 등장인물, 왓슨의 서술 방식만 이해해도 누가 범인인지 쉽게 추리하는 단계로까지 어느덧 독자는 나아가있다. 독자는 어느덧 왓슨이고 홈즈이며, 아서 코난 도일이 되어 있다. 그리고 서서히 까칠한 탐정과 이별을 준비한다.

 

9권 셜록 홈즈의 사건집

홈즈 시리즈의 마지막 드디어 <셜록 홈즈의 사건집>이다. 제목으로 보면 오히려 8권 <그의 마지막 인사>가 어울릴 듯싶지만 어찌되었든 시리즈의 대단원은 명탐정의 사건집으로 끝을 맺는다. 시리즈 중에 유일하게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머리말이 달린 책이기도 하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를 넘나드는 기간에 셜록 홈즈는 활약했고 작가는 그를 창조했고 죽이고 또 살렸다. 세상에 알려진 만큼 코난 도일이 홈즈의 무게를 버거워한 것만 같지도 않은 애정이 가득 담긴, 이별을 아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단순히 독자로서도 이렇게 시원섭섭한데 그를 창조한 작가는 얼마나 오묘한 감정을 이 시점에서 갖게 될까?

연재로 하나둘 작품을 창조했기에 책으로 엮으면서 오히려 매력이 반감되기도 한 부분이 있고, 더욱 증폭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100년이란 시간이 무색한 셜록 홈즈의 매력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저명한 의뢰인과 마자랭보석은 전작에서도 밝혔듯이 사회 고위직, 국제적 스캔들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9권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생물학적인 부분으로 확장이라고나 할까. 피부가 하얘진 병사에서의 한센병, 기어 다니는 남자에서의 불로장생의 미약, 사자의 갈기에서의 해파리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분야로의 확장을 들 수 있다. 더불어 여전히 지극히 도덕적인 사람의 등장과 억울한 오해는 서식스의 뱀파이어에서 다뤘고 사랑과 증오, 배신과 협박, 처절한 복수는 토르 교 사건에서 재탄생된다.

단순히 사건의 결말을 유추하는 것은 시리즈를 하나씩 정복하면서 어렵지 않은 단계에 이르고 결국엔 홈즈처럼 언제나 새로운 사건, 유추해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단계에 이른다. 그렇게 우리는 홈즈가 익숙해졌지만 그는 그런 우리를 남겨두고 떠나버렸다.

영국 어느 섬, 안개가 자욱한 마당에 작은 돋보기를 들고 다니고 있을 그를 상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의 마지막 인사 코너스톤 셜록 홈즈 전집 8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바른번역 옮김 / 코너스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에 우리 집에는 책이 없었다. 나이 차가 많은 오빠와 누나,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부모님은 어린 나를 남의 집에 맡겨두고 생활전선에서 힘겹게 삶을 이어나가셨다. 그러기에 친구들 집에서 흔히 보이던 위인전 전집은커녕 내가 읽을만한 책은 전혀 없었다.

이런 집 분위기는 나를 독서와 멀리하는 아이로 성장시켰다. 그러다가 뒤늦게 독서로 입문하게 된 것은 바로 추리소설이었고, 그 중에서도 셜록 홈즈였다. 셜록 홈즈를 처음 만난 것이 벌써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기 전이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 내가 번 돈으로 책을 하나씩 구매하게 되면서 서재를 꿈꿔왔고 십 년 전 쯤에 꿈에 그리던 나만의 서재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책장에 전집으로 처음 장만한 것이 바로 셜록 홈즈였다. 그리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두 번째 셜록홈즈 전집을 장만했다. 이번에 나온 셜록 홈즈 전집은 번역과 출판사가 다르고 양장본이 아니어서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셜록홈즈의 시리즈를 읽어가면서 아쉬운 점은 이 시리즈가 조만간 끝난다는 것이다. 벌써 8권 그의 마지막 인사다. 제목에서 벌써부터 이별이 느껴진다. 홈즈는 이렇게 돌아오자마자 이별을 이야기한다. 시리즈를 지나칠 때마다 어느덧 홈즈 식으로 생각해보고 사건의 결말이 얼추 보이기 시작하면서 어느 덧 독자는 왓슨의 시점에서 홈즈의 시점으로 이동해간다. 그리고 드디어 홈즈가 직접 저술하는 이야기도 접하게 되면서 막상 사건에 대한 본질은 잊고 그와 함께 하고 있음에 즐거움을 느낄 뿐이다. 이래서 영국에는 셜록 홈즈 박물관도 있고 그를 추종하는 모임이 백 년이란 시간의 차이를 두고도 존재하고 그를 실존 인물로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이리라.

 

죽어가는 탐정에서 결코 홈즈의 죽음이 두렵지 않다. 어느덧 홈즈의 방식을 알고 있기에 그의 변장술, 그의 타고난 연기력을 알고 있고 또한 아직 시리즈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기에 그의 병은 연기라고 단언하게 된다. 또한 또다시 국제적인 문제가 대두되는 브루스파팅턴 호 설계도, 그의 마지막 인사도 쉽게 홈즈의 방식대로 생각하고 등장인물, 왓슨의 서술 방식만 이해해도 누가 범인인지 쉽게 추리하는 단계로까지 어느덧 독자는 나아가있다. 독자는 어느덧 왓슨이고 홈즈이며, 아서 코난 도일이 되어 있다. 그리고 서서히 까칠한 탐정과 이별을 준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