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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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화의 개방으로 가장 한국을 매료시키는 것은 문학이 아닐까 싶다. 그 중에서도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추리물은 그 대표작이 아닐까 싶다.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일본추리소설은 한류 그 이상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접수하고 있다.

이번에 만난 시마다 소지의 <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

일본 추리계의 거장인 작가 시마다 소지는 2013년 주간 문예춘추에서 선정한 ‘동서양 미스터리 100선’에서 생존 작가로는 최고 순위인 3위를 기록한 작가이기도 하다.

 

<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는 명탐정 미라타이 기요시가 풀어헤쳐나가는 수수께끼 사건집이다. 이 책에는 총 네 편의 단편을 다뤘다.

밀실살인을 다룬 ‘숫자 자물쇠’, 방안에서 뛰어나간 남자가 도저히 도착할 수 없는 곳에서 죽은 ‘질주하는 사자’, 아무 일도 아니었던 일이 큰 행운을 앗아간 날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 작은 포장마차 가게의 도난이 유괴사건까지 이어지는 ‘그리스 개’.

미타라이 기요시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탐정들과는 조금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한 캐릭터다. 탐정사무소도 제대로 차리지 않은 상태지만 점성술 살인사건 이후 현직 경찰이 조언을 구하러 오기도 하는 실력이 입증된 탐정이다. 반면에 까칠하고 세상사는 데 그닥 어려움 없이 지내는 것은 기존의 유명한 탐정 캐릭터들과 같다. 그러나 이번 책에서 보여주는 네 건의 사건 속에서 미타라이 기요시는 탐정이라기보다는 용의자 중 한 명이거나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비춰지기도 한다. ‘질주하는 사자’ 속에서 미타라이는 밴드 연주자 중 한 명으로 무사태평한 캐릭터이며 방 안에 함께 하는 용의자들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저녁에 꼭 봐야할 공연실황 때문에 풀리지 않은 사건의 매듭을 술술 풀어놓고 얼른 퇴장한다.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 속에서는 미타라이라는 인물을 처음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무실 안에서 시시껄렁한 수다 속에서 지난 삶 속에서 신비한 체험을 이야기하는 중에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던 7년 전 일화를 얘기하는 주인공에게 미타라이는 새로운 진실을 이야기해준다. 이렇듯 작가 시마다 소지가 풀어놓는 미타라이 기요시의 이야기는 꼭 탐정을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고 우리 일상 속 이야기 속 작은 수수께끼에서 살인, 유괴사건까지 장르를 망라하고 이야기한다. 이론적인 셜록 홈즈나 행동파인 여타의 탐정들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면서도 무관심한 듯한 쿨하고 때로는 보통사람들의 이해 수준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미타라이 기요시의 무심함은 신선하다. 작품 속 배경이 1979년에서 80년대를 아우르는 것이 조금은 세대 차이를 느끼지만 우리가 셜록 홈즈에게 세대 차이를 느끼지 않는 것처럼 작품은 일본 추리소설의 매력을 한껏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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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2 - 보이지 않는 적,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2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홍성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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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 스테프니 메이어가 신작 <호스트-보이지 않는 적>을 내놨다. 그녀의 데뷔작 트와일라잇에 <호스트> 역시 영화화 되어 한국에서도 이번 달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녀의 전작인 트와일라잇 시리즈(트와일라잇, 뉴문, 이클립스, 브레이킹 던)는 세계를 뱀파이어의 매력에 빠지게 했고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소설, 영화, 연극, 뮤지컬, 드라마로 홍수를 일으키며 하나의 소재를 넘어 하나의 분야로 따로 분리할 만큼의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런 소설의 원작자로 스테프니 메이어는 조엔 k. 롤링처럼 단 한권의 시리즈로 세계적인 스타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호스트>를 통해 작가는 10대에서 20대로 주인공을 변화시켰으며 뱀파이어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외계인이 사는 지구로 장소도 옮겼다. 전작이 10대들의 사랑 놀음이 주가 되었다면 <호스트>는 인간의 몸에 들어간 외계인 방랑자와 원래 그 몸의 주인인 멜라니, 멜라니의 연인 제러드, 동굴에서 만난 이안의 사랑이 있긴 하지만 또한 트와일라잇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간과 외계인의 대결구도를 보여준다.

 

1권

외계인 방랑자는 인간 멜라니의 몸 속으로 삽입된다. 그들은 이렇게 호스트 몸에 들어가 기생하며 여러 행성에 퍼져 지내고 있다. 이번에는 바로 지구다. 보통의 다른 외계인은 많아야 서너 개의 행성에서의 삶을 살다가 정착할 행성을 정하는 것과는 달리 방랑자는 일곱 개의 행성에서 지내다가 이번에는 지구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멜라니의 몸에 삽입되어 지구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방랑자의 뇌에서 멜라니의 음성이 들린다. 보통의 경우 인간의 영혼은 잠식되기 마련인데 멜라니 영혼의 힘이 강했더니 노련한 방랑자도 어찌할 수가 없다. 이런 것을 수색자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방랑자는 멜라니와 대화하며 자신을 추슬러 보지만 호스트(멜라니)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내 호스트는 훨씬 더 중요한 나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이것은 내가 원했던 것일까, 아니면 호스트가 원했던 것일까? 이런 구분이 과연 필요는 한 것일까?”

-본문 127쪽.

-멜라니의 동생과 연인인 제이미와 제러드가 있는 곳, 젭 삼촌의 은신처를 향해 떠나는 중에.

 

그 과정에서 사막을 만나고 결국 죽음의 고비와 맞닥뜨린다. 그 상황에서 멜라니와 호스트의 대화는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주기도 한다. 그 중 멜라니가 호스트에게, 지구에서 드디어 맞닥뜨린 죽음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대화가 인상 깊다.

 

“내가 생각하기에 …넌 아마도… 인간이 되기 위해 죽는 게 아닐까? 지금까지 네가 거쳐 온 모든 행성과 호스트를 뒤로 하고, 넌 드디어 네가 죽을 행성과 몸을 찾아낸 거야. 난 네가 고향을 찾았다고 생각해. 방랑자.”

-본문 157쪽

이 문구는 멜라니와 호스트가 가까워졌음을 보여주며, 책의 끝부분에 방랑자의 동족에 대한 배신, 그리고 자신의 죽음의 선택과 거기에 또 다른 반전을 예고하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젭 삼촌, 제이미와 제러드, 그리고 함께 피신한 인간들을 만나게 되지만 이미 외계인이 삽입된 그녀는 인간들의 적이다. 가장 보고싶었던 연인 제러드는 그녀를 메몰차게 대하고 그녀는 철저히 외면 받게 되는데….

 

2권

동굴에 있던 사람들 중 호스트에서 외계인 제거를 시도하는 의사는 방랑자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의사는 이성적이었다. 그러나 외계인에게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카일은 방랑자를 죽이려 한다. 우여곡절 끝에 쓰러진 카일, 바닥이 무너짐에 따라 멜라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랑자는 카일의 목숨을 구한다. 또한 동굴 생활을 하면서 하나둘 그녀 속 멜라니의 존재를 눈치를 챈 사람들이 생겨나고 방랑자 또한 동굴 사람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된다. 그러나 결국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를 깨닫고 그녀를 쫓아 온 수색자의 동굴 침범 사건으로 방랑자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외계 종족에게는 존재하지도 않는 ‘배신’이란 단어를 그녀는 행하는 것이다. 머릿속 멜라니에게도 절대 밝히고 싶지 않았던 정보, 바로 인간 호스트에게서 외계종족을 안전하게 떼어 내는 방법을 의사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떼어 낸 외계인들의 안전한 이송을 확답받는다. 그러나 그녀는 지구에서의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데….

 

<호스트>는 뱀파이어보다 훨씬 독특한 소재다. 아니 아주 새로운 소재이자 시도다.

인간의 삶을 외계인의 눈으로 바라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개연성 있게 벌어지는 사건들과 남다른 소재는 독자의 흥미를 돋우며 작품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결말을 읽고 더욱 맘에 든 <호스트>. 다음 시리즈를 작가가 쓰고 있다니 너무나 기대된다. 트와일라잇을 넘어선 아주 멋진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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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1 - 보이지 않는 적,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1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홍성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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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스테프니 메이어가 신작 <호스트-보이지 않는 적>을 내놨다. 그녀의 데뷔작 트와일라잇에 <호스트> 역시 영화화 되어 한국에서도 이번 달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녀의 전작인 트와일라잇 시리즈(트와일라잇, 뉴문, 이클립스, 브레이킹 던)는 세계를 뱀파이어의 매력에 빠지게 했고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소설, 영화, 연극, 뮤지컬, 드라마로 홍수를 일으키며 하나의 소재를 넘어 하나의 분야로 따로 분리할 만큼의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런 소설의 원작자로 스테프니 메이어는 조엔 k. 롤링처럼 단 한권의 시리즈로 세계적인 스타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호스트>를 통해 작가는 10대에서 20대로 주인공을 변화시켰으며 뱀파이어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외계인이 사는 지구로 장소도 옮겼다. 전작이 10대들의 사랑 놀음이 주가 되었다면 <호스트>는 인간의 몸에 들어간 외계인 방랑자와 원래 그 몸의 주인인 멜라니, 멜라니의 연인 제러드, 동굴에서 만난 이안의 사랑이 있긴 하지만 또한 트와일라잇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간과 외계인의 대결구도를 보여준다.

 

 

 

1권

외계인 방랑자는 인간 멜라니의 몸 속으로 삽입된다. 그들은 이렇게 호스트 몸에 들어가 기생하며 여러 행성에 퍼져 지내고 있다. 이번에는 바로 지구다. 보통의 다른 외계인은 많아야 서너 개의 행성에서의 삶을 살다가 정착할 행성을 정하는 것과는 달리 방랑자는 일곱 개의 행성에서 지내다가 이번에는 지구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멜라니의 몸에 삽입되어 지구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방랑자의 뇌에서 멜라니의 음성이 들린다. 보통의 경우 인간의 영혼은 잠식되기 마련인데 멜라니 영혼의 힘이 강했더니 노련한 방랑자도 어찌할 수가 없다. 이런 것을 수색자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방랑자는 멜라니와 대화하며 자신을 추슬러 보지만 호스트(멜라니)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내 호스트는 훨씬 더 중요한 나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이것은 내가 원했던 것일까, 아니면 호스트가 원했던 것일까? 이런 구분이 과연 필요는 한 것일까?”

-본문 127쪽.

-멜라니의 동생과 연인인 제이미와 제러드가 있는 곳, 젭 삼촌의 은신처를 향해 떠나는 중에.

 

그 과정에서 사막을 만나고 결국 죽음의 고비와 맞닥뜨린다. 그 상황에서 멜라니와 호스트의 대화는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주기도 한다. 그 중 멜라니가 호스트에게, 지구에서 드디어 맞닥뜨린 죽음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대화가 인상 깊다.

 

 

 

“내가 생각하기에 …넌 아마도… 인간이 되기 위해 죽는 게 아닐까? 지금까지 네가 거쳐 온 모든 행성과 호스트를 뒤로 하고, 넌 드디어 네가 죽을 행성과 몸을 찾아낸 거야. 난 네가 고향을 찾았다고 생각해. 방랑자.”

-본문 157쪽

이 문구는 멜라니와 호스트가 가까워졌음을 보여주며, 책의 끝부분에 방랑자의 동족에 대한 배신, 그리고 자신의 죽음의 선택과 거기에 또 다른 반전을 예고하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젭 삼촌, 제이미와 제러드, 그리고 함께 피신한 인간들을 만나게 되지만 이미 외계인이 삽입된 그녀는 인간들의 적이다. 가장 보고싶었던 연인 제러드는 그녀를 메몰차게 대하고 그녀는 철저히 외면 받게 되는데….

 

 

<호스트>는 뱀파이어보다 훨씬 독특한 소재다. 아니 아주 새로운 소재이자 시도다.

인간의 삶을 외계인의 눈으로 바라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개연성 있게 벌어지는 사건들과 남다른 소재는 독자의 흥미를 돋우며 작품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결말을 읽고 더욱 맘에 든 <호스트>. 다음 시리즈를 작가가 쓰고 있다니 너무나 기대된다. 트와일라잇을 넘어선 아주 멋진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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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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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가득 책장이 있고 구석구석 미니책장들이 옹기종기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안에는 대학생 시절부터 한 권씩 모아 온 책들이 있다. 결혼하면서 남편의 책이 한가득 더 담겼고 이제는 집안 구석구석을 장식한 책들. 지난 세월만큼이나 늘어난 책들을 보면서 나의 과거를 돌이켜보기도 한다. 가끔씩 책장을 둘러보며 정리할 때마다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분명히 읽은 기억은 있는데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그 책을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되었다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은 또 기억한다는 사실이다. 책이 재미가 없다면 모를까, 분명히 그 책을 읽고 좋았던 기억은 또 있다는 거. 또 어떤 책은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는데 그 책이 언제 내 손에 담겼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가 산건지, 선물 받은 것인지조차 기억할 수 없음에 애꿎은 남편만 닦달하기도 했다.

작가도 아마 이런저런 경험이 많은가봅니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낡은 책에는 내용뿐 아니라 책 자체에도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운 채

1장 나쓰메 소세키의 “소세키 전집·신서판” - 이와나미쇼텐

2장 고야마 기요시의 “이삭줍기·성 안데르센” - 신초문고

3장 비노그라도프, 쿠즈민의 “논리학입문” - 아오카문고

4장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 - 나나고야쇼보

총 네 권의 책을 가지고 각각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런데 단순히 추억이 담긴 이야기가 아니라 추리라는 장르를 접목한 것이 신선했다.

주인공 고우라 다이스케는 6년 전 우연히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젊은 여학생을 보게된다. 짧은 스침에 비해 강렬했던 그 기운은 할머니가 남겨주신 책 ‘소세키 전집’ 속 작가의 사인의 진필 판정을 받기 위해 그를 서점으로 안내한다. 그 사이 서점은 주인이 바뀌었고 주인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리에 병원까지 가게 된 그 앞에 6년 전 소녀가 나타난다. 바로 그 고서당을 이어 받은 주인은 시노카와였다. 책이야기를 즐기는 그녀와 어릴 적 할머니의 책장을 건드린 후 책을 읽을 수 없게 된 그가 이상하게 잘 어울린다. 그렇게 첫 사건은 책 속의 사인에 대한 진품을 가리는 비교적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에피소드였지만 할머니의 비밀과 고우라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그리고 고우라는 비블리아 고서당의 일원이 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책등빼기(고서점에서 싸게 파는 책을 사들여 높은 값에 되파는 일을 하는 사람, 책등만 보고도 희귀 도서를 골라낸다고 이렇게 불림-p115참조) 시다의 잃어버린 책 “이삭줍기”다. 이 사건 역시 단순하게 마무리되지 않는다. 책을 훔쳐간 소녀, 고스가의 사랑이야기가 결부된다. 세 번째 이야기는 책을 팔려고 의뢰한 사가쿠치와 그의 아내라며 책을 돌려달라고 시노부가 뒤늦게 등장한다. 사가쿠치의 남다른 비밀과 두 사람의 사랑에 훈훈한 이야기다. 네 번째 이야기는 시노카와가 애초에 병원에 입원하게 된 사건이 드디어 드러나며 이 책의 클라이막스 사건을 보여준다.

 

<비블리아고서당의 사건수첩>의 네 권의 책이 단순히 책 내용과 무관한 책을 가진 주인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2% 아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각 장별로 은밀한 사랑을 나눴던 할머니는 다른 남자의 여자를 빼앗은 소세키 전집으로, 고스가의 짝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은 건네는 이상적인 사랑을 다룬 이삭줍기로 다루었다. 사가쿠치의 말투의 기원이 된 “논리학입문”등 작가의 치밀함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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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비사 - 은이 지배한 동서양 화폐전쟁의 역사
융이 지음, 류방승 옮김, 박한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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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터지고 은행이율이 나날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금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은 높다. 물론 최근에는 금값이 조금 내려가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나 금은 제일 안전한 자산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요즘 심심찮게 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백은비사>는 아마 그 최고점이 아닐까 싶다. ‘화폐전쟁’과 다른 몇몇 경제도서 속에서 앞으로 투자 가치가 높은 금속으로 산업금속인 ‘은’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가 아는 은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다. 이 시점에서 <백은비사>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지론을 기치로 가장 읽어보고 싶은 책인 셈이다.

 

은의 역사를 통해 화폐전쟁의 미래를 엿본다는 취지로 만든 책 <백은지사>는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은 기근에서 은 제국이 수립되기까지

2장 은화의 비밀

3장 유럽의 패권전쟁

4장 혼돈 손의 중국

5장 화폐의 조건

6장 아편은 동쪽으로, 은은 서쪽으로

7장 세계대전 전야의 음모

8장 진화하는 금속

 

시대별로 대륙별로 같은 이야기가 상관관계가 있는 내용에는 반복적으로 주기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간략히 요약한다면 중국에서의 화폐(종이화폐)의 등장과 쇠퇴, 그리고 식민주의를 앞세운 세계 경제의 흐름(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속에 중국으로 쏟아져 들어온 은의 역사가 펼쳐진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경제 대국들의 이면들을 엿볼 수 있다. 해적들을 공공연히 해외무역의 수장을 내놓은 유럽 세력들은 식민주의를 바탕으로 한 강취, 약탈로 본국의 경제를 흥하게 만들었다. 그 속에서 식민지의 은화는 ‘달의 눈물’이라 칭하며 1페소의 은화를 얻기 위해서는 광산 깊은 곳에 인디언 10명이 묻혀야 했다. 근현대 유럽은 산처럼 쌓인 인디언 시체 위에서 발전한 것이다. 초대 해상무역의 주자였던 스페인은 1545~1560년까지 매년 평균 금 5500킬로그램, 은은 24만 6000킬로그램을 식민지로부터 강탈해갔다.

 

은은 유럽의 혼란과 전쟁을 가져다 준 동시에 유럽 산업혁명의 발전과 자본주의 형성을 촉진시켰다. (P100)

또한 식민주의와 현대 금융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 함께 산업화의 길로 안내했다. (P104)

 

그러나 역사는 말한다. 갑자기 남의 재산으로 부유해진 스페인은 자국의 제조업을 망쳤고 결국 소비사회만을 만들어나갔다. 스페인의 제조업을 대신해 네덜란드가 나섰고 금과 은은 스페인을 잠시 거처 네덜란드 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에는 영국으로. 그러나 유럽 대륙과 식민지의 경제적 한계 속에 그들은 중국을 노렸다. 그러나 중국은 충분히 자급자족이 가능한 경제대국이었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은뿐. 그래서 세계 각국의 은은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의 비단과 차는 은과 바꾸기에 그 값어치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부분에서 아직 걸음마조차 하지 못한 중국은 점차 선진 금융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게 된다. 그리고 아편전쟁이 일어났다.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서양인들은 더욱 혈안이 되어 중국의 부를 약탈했다. … 실제로 세계금융 시스템은 아편전쟁 이후 안정세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 전 세계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어 물가상승이 점점 일상적인 일로 자리 잡았다. (p220-221)

 

 

 

은은 500년 동안 거세게 밀려왔다 거세게 빠져나갔고, 때로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주 조용히 흘러들어 왔다가 흘러 나갔다. …은은 전성기에서 쇠퇴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고 세세한 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은은 중국인이 겪은 모든 고난의 원인과 결과가 되었다.(p263)

 

무역 흑자국에 자국의 채권을 떠넘기고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를 생사를 함께하는 공동 운명체로 묶어버렸다. … 그 생생한 예가 1970-1980년대에 발생했다. 당시 일본의 수출 경제가 전성기를 맞이하여 ‘메이드 인 재팬’이 미국 시장을 점령했고, 일본은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강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 엔화의 평가절상 … 일본 경제는 장장 10년에 달하는 침제기에 빠졌고 이 ‘잃어버린 10년’ 이후 지금까지도 원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급성장하여 일본을 대신해 새로운 세계의 공장을 떠올랐다. … 그러나 이들 국가 역시 일본과 똑같은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21세기에 이르러 ‘메이드 인 차이나’가 미국 시장에 돌진하자 미국은 다시 한 번 똑같은 방법으로 중국을 공격했다. <본문 p290~292>

 

명이 망하고 청으로 나라가 바뀌어도 중국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서양 세력에 무릎을 꿇었던 지난 역사. 다시 경제 개방으로 세계의 제조국가로 우뚝 선 중국. 지금의 화폐는 금본위제도 은본위제도 아닌 신용화폐다. 그런데 엄청난 무역격차로 중국은 1~2% 금을 준비했을 뿐 그들의 외환창고에는 70%의 달러와 20%의 유로화 등 신용화폐들이 있을 뿐이다.

자, 역사는 반복될 것인가?

은의 저주는 과연 누구를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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